"으음, 넌 어떨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는 착한 사람들 같더라, 아는 것도아주 많고, 아일랜드 사람이었는데 그 사람은 이런 사건을 많이 봤다. 영국과 파리 공항의 여행 가방 폭탄 사건이랑 탕헤르 노천카페 사건에 대해서 얘기해주더라. 너도 알지, 수십 명이 죽었는데 폭탄 바로 옆에 있던 사람은 하나도 안 다쳤던 거. 그 사람 말로는 꽤 이상한 현상들이 있었다나 봐. 특히 낡은 건물에서는 폐쇄된 공간, 울퉁불퉁한 표면, 반사물질 - 예측하기가 정말 힘들지. 음향학이랑 똑같대. 폭발파는 음파와 같아서 튀고 굴절한다더군. 때로는 몇 킬로미터나 떨어진 가게 창문이 깨지기도 하고. 아니면-" 호비가 손목으로 눈앞을 가린 머리카락을 넘겼다. "때로는 가까운 곳에, 그 사람 말로는 방패 효과라는 게 생긴대. 폭발 지점과 아주 가까운 것들은 무사한 거지. IRA가 숨어 있는 시골집이 폭발로 날아가도 찻잔은 깨지지 않는다거나, 너 같은 상황 말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날아온 유리 조각이나 잔해에 맞아서 죽지. 아주 멀리까지 날아갈 때도 있다더구나.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유리 조각이나 돌멩이는 총알만큼이나 강력하지." - P178
"기분이 왜 나아졌는지 알겠니?" "아뇨, 별로요" 내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나아졌다‘는 말이 적당한 표현도 아니었다. 내 기분을 나타낼 수 있는 말은 없었다. 오히려 말할 거리도안 되는 사소한 일들-학교 복도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 과학 실험 시간에 수조 안을 재빨리 기어가는 도마뱀붙이- 때문에 순간적으로 즐거워졌다가 금방 울고 싶어진다는 것이 맞는 말이었다. 러시아워의 차들이 줄어들면서 밤이 다가오고 도시는 점차 한석해지면 가끔 모래를 실은 축축한 바람이 창문을 통해 파크가에서 불어 들어왔다. 비가 오고 나무에는 잎이 났고 봄이 깊어져 여름이 되어갔다. 거리에서 들려오는 경적의 쓸쓸한 울음소리와 젖은 보도의 축축한 냄새에는 강렬한 느낌이 있었다. 인파 속 포장음식을 든 뚱뚱한 남자들과 조용하고 외로운 비서들이 지나가고 있을 것같았다. 살아가기 위해서 억지로 고군분투하는 존재의 초라한 슬픔이 사방에 있었다. 몇 주 동안 나는 얼어붙은 채 봉인되어 있었지만 이제는 샤워를하면서 물을 최대한 세게 틀고 소리 없이 울부짖었다. 모든 것이 아프고 고통스럽고 혼란스럽고 부당하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얼음같이 차가운 물속에서 얼음이 깨진 틈으로 끌려나와 햇볕과 불타는 추위를 마주한 것 같았다. - P198
피파가 고개를 돌려 이어폰 한쪽을 빼서 나에게 주었다. "너도 같이 듣자고" 나는 침대 위 피파 옆에 앉아서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천상의 화음, 천국에서 보내온 라디오 신호인 것처럼 인간의 것 같지 않고 가슴을 꿰뚫는 소리였다. 우리는 마주 보았다. "이게 뭐야?" 내가 말했다. "으음-"피파가 아이팟을 보았다. "팔레스트리나." "아."하지만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내가 음악을 듣는 것은 순전히 비 오는 날의 어둑한 빛, 창가의 하얀 나무, 천둥, 피파 때문이었다. - P208
그리고 피파의 입맞춤의 맛ㅡ달곰씁쓸하고 낯선맛은 흔들흔들 버스를 타고 졸면서 돌아오는 내내 나를 떠나지 않았고, 슬픔과 사랑스러움과 함께 녹아들어서 반짝이는 아픔이 되어 바람이 휩쓰는 도시 높이, 나를 연처럼 날렸다. 내 머리는 비구름 속에, 내 마음은 하늘에 있었다. - P213
스완슨 선생님이 이상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그러고는 숄이 걸쳐진의자에 기대어 앉으며 말했다. "시오, 작고 일상적인 일들이 우리를 절망에서 건져낼 수 있다는 걸 알면 넌 아마 놀랄 거야. 하지만 누구도 대신 해줄수는 없어 열린 문을 찾아야 하는 사람은 바로 너야." 선생님이 좋은 의도였다는 것은 알지만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사무실에서 나왔고 분노의 눈물 때문에 눈이 따끔거렸다. 저 늙다리가 뭘 안다는 거야? 스완슨 선생님에게는 가족이 정말 많았다. 벽에 걸린 사진을 보면 자식이 열 명에 손자가 서른 명이었다. 스완슨 선생님은 센트럴파크웨스트에 커다란 아파트가 있고 코네티컷에 집이 한 채 있었기 때문에 의지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지지대가 부러져서 모든 것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이 어떤느낌인지 전혀 몰랐다. 스완슨 선생님이 히피 느낌이 나는 팔걸이의자에기대어 앉아서 과외활동과 열린 문에 대해서 중얼거리기란 정말 쉬웠다. 하지만 뜻밖에도 문이 정말로 열렸다. 그것도 정말 생각지 못했던 호비아저씨의 작업장에서 의자 수리를 돕는 것(기본적으로 아저씨가 좌석을 뜯어서 벌레가 갉아 먹은 부분, 성급하게 수리한 부분, 덮개 아래 숨겨진 그밖의 여러 끔찍함을 보여주는 동안 옆에 서 있는 것이었다)‘은 곧 일주일에 사나흘 정도 학교가 끝난 오후에 내가 이상할 만큼 몰입하는 두세 시간이되었다. 나는 병에 라벨을 붙이고, 토끼 가죽 아교를 혼합하고, 서랍 부품들(성가신 조각들을 정리하고, 때로는 호비 아저씨가 선반기로 의자 다리 다듬는 모습을 구경만 했다. 철문을 닫아두어서 가게는 늘 어두웠지만 가게 뒤의 가게에서는 괘종시계가 똑딱거리고 마호가니가 빛나고 식탁 위로빛이 들어와 금빛 연못을 만들었고, 진귀한 동물원 같은 아래층의 삶은 계속되었다.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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