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제는 헨드라Hendra 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그 바이러스가 무시무시한 신종 병원체 가운데 처음으로 발견된 것은 아니다. 가장 두려운 존재도 아니다. 다른 병원체와 비교할 때 오히려 사소해 보일 정도다. 숫자로 본다면 이 바이러스의 사망률은 처음에도 낮았고, 지금도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지리적 분포 또한 좁은 지역에 국한되었고, 나중에발생한 증례들도 넓은 지역으로 확산되지는 않았다. 처음 등장한 곳은 1994년 오스트레일리아 브리즈번Brisbane 이었다. 증례는 2건이었고 그중 1건만 치명적이었다. 잠깐만,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2건의 인간증례와 1건의 인간 사망자가 발생했다. 병을 앓다 죽은 증례가 10건을훌쩍 넘지만 희생된 것은 모두 말이었다. 물론 말에 대해서도 알아볼 것이다. 차차 얘기하겠지만 동물의 질병이라는 주제와 인간의 질병이라는 주제는 서로 꼬여 하나의 실로 얽힌 두 가닥의 섬유라고 할수 있기 때문이다. - P17
인수공통감염병이란 사람에게 전염되는 동물의 감염병을 가리키는말이다. 이런 병은 생각보다 많다. 우선 에이즈 AIDS가 있다. 독감은 또하나의 큰 범주다. 이런 질병들을 하나로 묶어 생각해보면 인류도 동물종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다윈주의의 오래된 진실(그가 말한 진실 가운데 가장 어둡고 가장 잘 알려졌지만 끊임없이 망각되는), 즉 인류의 기원과 혈통과 질병과 건강은 다른 동물종과 떼려야 뗄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진실을 다시 한번 마주하게 된다. - P19
신종 바이러스를 찾는 일은 질병을 보다 넓은 맥락에서 이해하는데는 물론, 헨드라에서 벌어진 수수께끼 같은 사건을 해결하는 데도 첫 단추를 꿴 것에 불과했다. 두 번째 단추는 바이러스의 기원을 추적하는 일이었다. 세상을 활보하며 말과 사람들을 죽이기 전에 바이러스는 어디에 있었을까? 세 번째 단추는 몇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것이었다. 바이러스는 어떻게 해서 은밀한 서식처로부터 세상에 나왔을까? 왜 하필 헨드라였을까? 왜 지금인가? - P25
포식자란 외부로부터 먹잇감을 찾아 잡아먹는 비교적 큰 맹수들이다. 반면 병원체(바이러스 등 질병을 일으키는 매개체)는 내부로부터 먹잇감을 찾아 잡아먹는 비교적 작은 맹수들이다. 감염병이라고하면 처참하고 무서운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상적인 조건에서그것은 사자가 영양이나 임팔라를 잡아먹거나, 올빼미가 쥐를 잡아먹는 것과 한치도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상황이 항상 일상적인 것은 아니다. 포식자가 익숙한 먹잇감, 즉 특별히 선호하는 표적이 있듯이 병원체도 마찬가지다. 또한 사자가 때로는 정상적인 행동에서 벗어나 영양 대신 소를, 임팔라 대신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있듯이 병원체또한 새로운 표적으로 옮겨가는 일이 있다. 사고는 생기게 마련이다. 일탈은 항상 일어난다. 상황은 늘 변하며 상황이 바뀌면 위기와 기회도 변한다. 병원체가 공격 목표를 동물에서 사람으로 바꾸고, 사람의 몸속에 자리잡는 데 성공하는 경우 때로는 질병이나 죽음이 우리를 찾아온다. 이런 과정을 인수공통감염병이라고 한다. - P26
반면, 천연두는 인수공통감염병이 아니다. 천연두 바이러스는 자연적인 조건에서 오직 인간에게만 감염을 일으킨다. (실험실적 조건은 또 다른 문제다. 백신을 연구하는 실험실에서는 때때로 영장류나 다른 동물종을 의도적으로 감염시키기도 한다.) 바로 이 점이야말로 국제보건기구WHO에서 전 세계적으로 전개한 천연두 퇴치 운동이 1979년에 성공을 거둔 이유다. 천연두 바이러스는 인간의 몸(또는 세심하게관찰 중인 실험동물) 외에는 어디서도 살거나 번식할 수 없으므로 숨을 곳이 없었던 것이다. 수천 년간 인간을 괴롭히며 특히 20세기 전반에 유럽과 북미에서 무시무시한 유행을 일으켰던 소아마비도 마찬가지다(위생이 개선되어 어린이들이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시기가 늦어졌다는 사실과 모순된다). - P28
회의 중 한가지 아이디어가 나왔다. 생물지리학을 고려하자는 것이었다. 보유숙주(또는 숙주가 어떤 동물(들)이든 반드시 맥케이와 캐논 힐 양쪽에존재해야 했다. 일년 내내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8월과 9월을 포함하는 기간 중에는 존재해야 했다. 그렇다면 그 동물은 퀸즐랜드 내넓은지역에 분포하거나 넓은 지역을 돌아다니며 살 터였다. 브레인스토밍에 참여한 사람들은 두 번째 가능성 쪽으로 기울었다(지역별로 특정바이러스 균주가 분포하지 않는다는, 즉 바이러스가 이동하면서 서로 섞인다는 유전학적 증거도 한몫했다). 보유숙주는 이동성이 뛰어나 퀸즐랜드 해안을 따라 수백 킬로미터를 돌아다닐 수 있는 동물이라야했다.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용의자는 조류와... 박쥐로 좁혀졌다. 필드와 동료들은 두 가지 이유로 일단 조류 가설을 기각했다. 첫째, 조류에서 종간장벽을 뛰어넘어 인간을 감염시키는 파라믹소바이러스는 알려진 바 없었다. 둘째, 바이러스가 인간과 말을 감염시킨 것으로보아 포유동물이 보유숙주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생각했다. 숙주가 유사한 동물종일수록 병원체가 종간장벽을 뛰어넘기가 쉽기 때문이다. 물론 박쥐는 포유동물이다. 넓은 지역을 돌아다닌다. 더욱이 이미적어도 한 가지의 무시무시한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바로 광견병 바이러스다. 당시 오스트레일리아는 광견병이 없는 지역으로 간주되긴 했지만 말이다(이후 많은 박쥐-바이러스-인간 연결관계가 밝혀졌고, 그중 일부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발견되었다. 하지만 1996년 당시에는 이런 연결고리가 뚜렷하지 않았다). 회의가 끝난 후필드는 새로운 임무를 지니고 돌아갔다. 박쥐를 주목하라! - P39
증식숙주란 몸속에서 바이러스나 기타 병원체가 대량 증식한 후 엄청난 양으로 외부에 방출되는 동물종을 말한다. 이렇게 병원체에게 우호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숙주의 생리적 기능, 면역계, 오랜 진화과정속에서 특정 병원체와 상호작용해 온 역사, 기타 많은 인자들이 작용한 결과다. 증식숙주는 보유숙주와 불운한 희생자 사이에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최종적으로 다른 동물종을 감염시키려면 훨씬 많은 병원체나 훨씬 밀접한 접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문턱값(역)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증식숙주는 감염에 대한 문턱값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몸속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바이러스를 만들어 쏟아낸다 그 양이 너무나 엄청나기 때문에 문턱값이 훨씬 다른 동물종을 감염시틸 수 있는 것이다. - P46
그건 그렇다 치고 왜 하필 말이었을까? 왜 캥거루나, 웜뱃이나 코알라나 포토루potorao * 가 아니었을까? 말이 증식숙주 역할을 했다면 분명한 사실 하나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말은 오스트레일리아 토종 동물이 아니다. 외부에서 들어온 동물이다. 겨우 두 세기 전 유럽인들이정착하면서 데리고 들어온 외래종이다. 분자진화학자들이 게놈을 분석하여 얻은 진화상의 흔적에 의하면 헨드라는 오래된 바이러스일 가능성이 높다. 먼 옛날 사촌 격인 모빌리바이러스에서 갈라져나와 장구한 세월 동안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에서 그저 조용히 살았을 것이다. 박쥐 또한 오래 전부터 그 땅에서 살았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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