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나는 아빠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보통 아빠가 없으면 더 행복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빠가 우리를 갑자기 떠난 것에 충격을 받고 가슴 아파하는것 같았고(아빠는 돈도, 양육비도, 연락받을 주소도 남기지 않았다), 어퍼웨스트사이드에 있는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불쌍한 나를 더 많이 이해하고 응원하려고 너무나 열심이어서 이미 장학생인 나에게 온갖 특별 혜택을 주고, 제출 기한을 미뤄주고, 두 번째, 세 번째 기회를 주었다. 몇 달 동안 밧줄이 계속 내려오자 결국 내가 아주 깊은 구멍에 스스로를 빠트리고 만 셈이었다. - P19
나는 왜 이렇게 사람들에게 집착할까? 낯선 사람에게 이렇게 생생하게 열정적으로 집착하는 게 정상일까?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이 누구나 내 안에 이런 흥미를 불러일으킬 거라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내가 톰과 함께 남의 집에 들어간 주된 이유는 바로 그것이었다. 나는 낯선 사람들에게 매료되어서 그 사람들이 어떤 음식을 먹는지, 무슨 그릇에 먹는지, 어떤 영화를 보고 어떤 음악을 듣는지 알고 싶었고, 침대밑과 비밀 서랍 침대 옆 탁자와 외투 주머니를 들여다보고 싶었다. 길거리에서 흥미로운 사람들을 보면 며칠이고 그 사람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전철이나 버스에서 그들의 삶을 상상하며 이야기를 만들어내곤 했다. 몇 년이지났지만 당시 나는 그랜드센트럴 역에서 본 가톨릭 학교 교복을 입은 검은 머리 아이들 남매에 대한 생각을 여전히 멈추지 못했다. 두 아이는말 그대로 아버지의 양복 재킷 소매를 잡고서 수상쩍은 술집 문밖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또 칼라일 호텔 앞에서 휠체어에 앉아 무릎 위의 복슬복슬한 개한테 이탈리아어로 숨도 안 쉬고 이야기를 하던 연약하고 집시 같은 여자와 휠체어 뒤에 선글라스를 끼고 서서 전화로 무슨 거래를 하는 것같던 매서운 인물(아빠? 경호원?)도 잊지 못했다. 나는 몇 년 동안이나 머릿속에서 그 낯선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그들이 누구이고 어떤 삶을 살고있을지 생각했다. 집에 가면 나는 이 소녀와 노인에 대해서 똑같이 생각할것이다. 노인은 부유하다, 옷을 보면 알 수 있다. 단둘일까? 어디서 왔을까? 어쩌면 뉴욕의 크고 유서 깊고 복잡한 집안-음악가나 학자 집안, 컬럼비아나 링컨센터 마티네 공연에 가면 볼 수 있는 웨스트사이드의 큰 예술가집안일지도 몰랐다. 아니면, 특색 없는 용모에 교양이 있으면서 나이가많은 걸로 봐서 소녀의 할아버지가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노인은 음악선생님이고 소녀는 노인이 어느 작은 마을에서 발견한 플루트 신동으로카네기홀에서 연주를 시키려고ㅡ "시오?" 엄마가 갑자기 말했다. "내 말 듣고 있니?"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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