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무중력 상태다. 하지만 만약 내가 우주 공간에 홀로 떨어져 미아가 된다면 가만히 둥둥 떠 있지는 않다. 근처에 있는 별이나 행성의 중력이 만드는 힘의 균형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인다. 예를 들어 태양과 지구의 가운데 떨어진다면, 지구보다 중력이 큰 태양에 이끌려 태양 방향으로 서서히 이동하게 된다. 우주에서는 이처럼 서로 다른 천체의 영향을 완전히 지우기 어렵다. 그런데 두 개 이상의 천체에서 받는 힘이 교묘하게 상쇄되는 지역이 존재한다. 이 지점에서는 실제로 힘이 ‘0‘이 되어 물체를 떨어트려놓아도 움직이지 않는다. 바로 이곳을 ‘라그랑주 포인트‘라고 부른다. 이 지점을 처음 발견한 수학자 조제프 루이 라그랑주(1736~1813)의 이름을 땄다. - P29
라그랑주 포인트는 사실상 우주에서 가장 무중력에 가깝다고 할수 있는 지점이다. 따라서 연료를 소모하지 않고도 한 자리에 정지해 있을 수 있다. 라그랑주 포인트를 ‘우주 휴게소‘라고 부르는 이유다. 지구와 달, 지구와 태양, 태양과 목성처럼 각각의 천체 사이에는 이처럼 라그랑주 포인트가 존재한다. 두 천체 간 라그랑주 포인트는 총 5개인데라그랑주의 영문 앞글자 L‘을 따서 1~L5로 번호를 매긴다. 지구와 태양간의 라그랑주 포인트는 지구(Earth)의 영문 앞글자를 붙여 EL, 지구와 달 간의 라그랑주 포인트는 달(Lunar)의 영문 앞글자를 더해 LL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지구와 태양 간에 위치한 라그랑주 포인트 중에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LI(EL1) 지점은 지구에서 태양 방향으로 약 150만km 떨어져 있다. 지구와 달 사이 거리 (38만km)보다 4배 정도 멀다. 지구와 달 사이의 라그랑주 포인트 중에서 지구와 가장 가까운LILL1)은 지구에서 달 방향으로 약 32만km 떨어져 있다. 수명이 다한 위성들이 궤도를 벗어나 라그랑주 포인트까지 이동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영화 승리호에서 라그랑주 포인트에 쓰레기가 모인다는 이야기가 영화적 설정인 이유다. 쓰레기는 모이지 않지만, 라그랑주 포인트는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지점인 만큼 우주정거장을 설치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지금지구 400km 상공을 돌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이 아니라 더 먼 우주로 날아가는 탐사선이 잠시 머무르는, 영화 속에서나 등장하는 우주정거장을 뜻한다. ISS의 경우 고도 유지와 쓰레기 회피, 고도 조정을 위해 매년 평균 7000kg의 연료를 소모하는데, 이를 만약 라그랑주 포인트에 띄운다면 연료가 필요 없는 만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계획 중인 달 우주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의 궤도는 지구와 달 사이의 라그랑주 포인트인 LL1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 P30
다누리와 같은 탐사선 역시 라그랑주 포인트를 이용해 연료를 아끼기도 한다. 다누리는 달로 바로 향하는 대신 태양을 향해 발사된다. 우주 공간을 비행하는 다누리는 지구와 태양 간 중력이 상쇄되는 라그랑주 포인트, EL1에 먼저 도달한다. 무중력 상태인 EL1에서는 연료를조금만 써도 비행 궤적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 또한 이 지점은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서로 상쇄되는 ‘아슬아슬한 공간인 만큼, 역설적이게도 태양과 지구의 중력을 이용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지점에서 태양의 큰 힘을 잘 이용하면 궤적을 크게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해 달에 도착할 때 속력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ELI에 도착한 다누리에 약간의 추력을 발생시키면 라그랑주 포인트를 살짝 벗어난다. 이때 태양의 섭동력(궤도에 변화를 일으키는 힘)을 이용해 달 쪽으로 방향을 튼다. 이어 다누리는 달의 궤도로 곧바로이동하지 않고 달과 지구 사이에 있는 라그랑주 포인트(LL2) 주변을 비행한다. 달이 지구의 남쪽에 위치할 때까지 이곳에서 잠시 머물렀다가 라그랑주 포인트 안으로 들어간 뒤 달의 중력을 이용해 계속 비행한다. 이후에는 태양과 지구의 중력을 사용해 가며 달 주변을 느리게 이동하다가 달이 지구의 북쪽으로 왔을 때 달 궤도에 포획된다. 일반적으로 우주 탐사선이 천체의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속도를 줄이면서 궤도로 이동하는데, 라그랑주 포인트를 이용하면 이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이처럼 복잡한 계산을 통해 탐사선을 운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무게를 줄여 비용을 낮추고, 하나의 관측 장비라도 더싣기 위함이다. 탐사선 한 대를 발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수천억 원인 만큼 과학자들은 최적의 효율로, 최고의 효과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2021년 12월 25일 허블우주망원경의 뒤를 잇는 차세대 우주망원경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을 실은 발사체가 발사됐는데, 제임스웹우주망원경 역시 태양과 지구 간 라그랑주 포인트인 12(LL2)에 머문다. - P31
다누리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주도로 국제협력이 진행 중인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과도 관련이 있다. NASA가 개발한 ‘섀도캠(Shadow Cam)‘이 탑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NASA와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등이 참여해 개발한 섀도캠은 고해상도의 카메라와 센서, 망원렌즈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이용해 달의 남극과 북극에있는 크레이터(운석 충돌구) 내부는 물론 태양빛이 닿지 않는 달의 어두운 부분을 살펴볼 수 있다. 섀도캠은 미국의 기존 달 정찰위성의 카메라보다 80배나 높은 감도를 갖고 있다. 그만큼 달의 어두운 지역을 좀 더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 섀도캠은 지금까지 제대로 관찰한 적이 없는달의 어두운 부분에 ‘물‘이 존재하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있다. - P37
2009년 10월 NASA는 ‘달 크레이터 관찰 및 탐지위성(LCROSS)‘을 달에 충동시켰‘고, 이후 우주로 뿜어져 나온 파편을 관찰한 결과, 달 남반구에 올림픽규격 수영장 1500개를 채울 수 있는 38억 L의 물이 얼음 형태로 존재한다는 게 확인됐다. NASA는 이후 추가 연구를 통해 달 표면 전반에 많은 물이 존재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물은 산소와 수소로 이루어진 만큼 사람에게 필요한 공기뿐 아니라 발사체 연료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달에 얼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확인되면서 달에 인류가 거주할 기지를 만들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구축된 셈이다. 달과 지구의 거리는 약 38만 km, 지구와 화성이 가장 가까울 때 거리인 5400만 km와 비교하면 상당히 가까운 거리다. 만약 지구에서 발사체를 타고 달에 간다면 1~2일이면 도착할 수 있는데, 화성까지 가려면 최소 6개월이 필요하다. 이미 개발된 발사체 기술로도 충분히 인류를 달로 보낼 수 있기 때문에 굳이 화성이 아니더라도 달에 인류 정착지를 만들 수 있다. 달에는 대기가 없는 만큼 달에 기지를 만든 뒤, 여기서 우주로 향하는 발사체를 발사할 수 있다면 적은 연료로도 더 먼 우주까지 빠르게, 그리고 많은 짐을 싣고 갈 수 있다. 지구에서 우주로 나가는 발사체 연료의 90%는 지구 대기권을 통과하는 데 사용된다. 달에서 출발하는 경우 발사체 연료의 100%를 우주탐사에 모두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달에서 우주로 물건을 보내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지구의 24분의 1. 즉약 4%에 불과하다. 달에 가장 먼저 기지를 건설하는 국가가 화성을 포함해 더 먼 우주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 P42
[수학동아]가 연 ‘허 교수와의 멘토링‘ 중 허 교수의 대답이 기억에 남는다. 수학이 왜 이과로 분류되어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답이었다. "이과로 분류된 과목들은 실체가 존재하는 것들을 연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수학은 실체가 없는 것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철학이나 언어처럼문과에 더 어울린다." 이어 수학은 우주를 이해하는 언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 인류가 서로의 대화를 이해하고 소통하기 시작한 것은 ‘언어‘라는 것이 보편화된 꽤 최근의 일이다. 몇천 년 전만 해도 글자나 말이 없어 서로 소통하지 못했다. 나는 수학이 우주를 이해하는 언어라고 생각한다. 이 언어가 보편화되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수학이라는 언어로 모두가 우주를 설명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 P63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특히 수급이 불안했던 것이 바로 반도체이다. 코로나19 기간 사람들과 기업 활동은 제약을 받으면서, 사람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고 업무와 학업 등 많은 일이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이에 따라 PC와 태블릿PC 같은 스마트 기기의 수요가 폭증했다. 이런 제품에는 하나 같이 반도체가 들어간다. 기업 입장에서도 코로나19 기간 중 인기가 폭증한 줌 같은 화상회의, 넷플릭스나 유튜브같은 영상 서비스, 게임, 소셜미디어 등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서버나 데이터센터 같은 대형 인프라가 필요하고, 여기에는 수많은 반도체가 들어간다. 이렇게 IT 기기와 서비스에 첨단 반도체들이 몰리면서 다른 분야도 연쇄적으로 반도체 공급난을 겪게 됐다. 대표적인 분야가 자동차 산업이다. 자동차에도 운행을 제어하는 장비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안전 관련 정보를 탐지하는 센서 등에 수많은 반도체가 들어간다. 그런데 반도체를 구하지 못해 자동차를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미국포드의 경우 반도체 수급 불안으로 2021년 자동차 생산량이 그 전해에비해 125만 대 줄었다. - P77
민주주의와 자유시장, 인권이라는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중국이세계 패권 국가 지위를 노리면서 전체주의적 가치를 자국뿐 아니라 외국에도 확대하려는 움직임은 세계 질서에 근본적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수십 년간 공산주의 국가 중국을 세계 무역 체제에 끌어들이면서 좀 더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국제 질서를 만들려던 국제적 노력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미국은 중국이 글로벌 패권 국가의 자리에 오르는 것을 막기위해 본격적인 견제에 나섰다. 전임 트럼프 대통령 때 화웨이나 ZTE같은 중국 대표 IT 기업의 통신 장비를 쓰지 못하게 하고, 화웨이가 미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를 쓰지 못하도록 규제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후임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와 정적 관계이지만, 중국에 대한 정책은같은 방향을 유지하고 있다. 주요 서구 국가들도 미국의 이 같은 행보에동참하고 있다. 특히 서구 세계가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무기가 바로 반도체이다. 다른 주요 과학기술 분야와는 달리 아직 중국이 기존 강자들을 따라잡지 못한 대표적 분야이며, 동시에 현대의 모든 기술이 돌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기본 요소이기 때문이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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