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개정판서문

‘길 없는 길‘

대학 교수 시절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라는 단행본을 발간한지 약 10년이 흘렀다.
그 책을 발간한 당시 내 심정은 이러했다. 나는 정치인도, 시민운동가도, 철학자도 아니다. 나는 내 자신의 가장 큰 존재가치를공부하는 사람, 학인學人에 둔다. 그래서 책의 서문에 ‘나의 세상은 작은 7평 연구실에서 시작된다‘고 썼던 것이다. 나는 살아오면서 한 번도 공부를 손에서 놓은 적이 없다. 정치에 깊숙이 참여를 하면서도 7평 연구실에서 법학 관련 논문과 판례를 읽고 꾸준히 논문을쓰는 것은 물론, 전공을 넘어 사람과 세상에 대한 공부를 계속 이어갔다. 그것만이 내 삶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3년 6월 12일 나는 서울대로부터 교수직을 파면당했다. 이제 나는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학인이라는 소임을 내려놓고 하나의 시민으로서 ‘길 없는 길‘을 가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글을 쓴다. - P5

이렇게 현실은 험난하지만, 여전히 나는 법의 역할을 믿으려한다. ‘정의의 여신‘ 디케ike는 망나니처럼 무지막지하게 칼을 휘두르는 모습이 아니라, 늘 균형과 형평을 중시하는 차분한 모습이다. 나는 디케가 형벌권으로 굴종과 복종을 요구하는 신이 아니라공감과 연민의 마음을 갖고 사람을 대하는 신이라고 믿는다. 또한머지않은 시간에 주권자 시민들이 ‘법치法治‘가 ‘검치檢治‘가 아님을확실히 깨닫게 되리라 믿는다. 궁극에는 법을 이용한 지배‘가 아닌 ‘법의 지배의 시간이 오리라 믿는다. - P13

특히 ‘검사동일체‘와 ‘상명하복‘을 조직 운영 원리로 삼고 있던 검찰은 다른 엘리트 집단에 비해 우위에 섰다. 대한민국 검찰은 OECD에 속한 다른 국가의 검찰과 달리 ‘수사권‘,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기권‘, ‘영장청구권‘ 등을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엘리트 집단을 손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이러한 ‘무기‘를 가진검찰은 정치권력과도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권력의 사냥개에 그치지 않고, ‘주인‘인 정치권력이 약해진다 싶으면 ‘주인‘을 물어뜯었다. 이즈음 "정권은 유한하고 검찰은 무한하다"라는 건배사가 검찰내에서 공유되었다.
군부의 총칼이 최고의 무력이었던 시간이 끝나가면서, 수사권 · 기소권 · 영장청구권 등 이른바 ‘검찰권‘이 최고의 무력이 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법보다 주먹이 앞서는 시대가 끝나가면서, 법이 주먹 같은 역할을 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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