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광성에서 형이상학으로
일단 포퍼 생물(내부 환경에서 사전 선택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뇌를 가진 생물)에 도달한 다음에는 무엇이 있을까? 다양한 갈래가 있지만 여기서는 그 위력을 가장 명확히 볼수 있는 특수한 혁신에 집중해 보자. 포퍼 생물의 후예 중에는 내부 환경이 외부 환경의 설계된 부분에 따라 형성되는 생물이 있다. 다윈의 근본적 통찰가운데 하나는 설계에는 많은 비용이 들지만 설계를 모방하는 데에는 별다른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새로운설계를 내놓기는 어렵지만 낡은 설계를 보완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는 뜻이다. 바퀴를 새롭게 발명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일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우리가살고 있는 문화는 이미 바퀴의 설계도(그리고 어마어마하게 많은 다양한설계도들)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다윈 생물의 상층-상층-상층 집단을 ‘그레고리 생물‘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 P168
인류학자들은 도구의 사용이 지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았다. 야생 침팬지는 투박하게 손질한 가느다란 막대기를 땅 속에 있는 흰개미의 집에 쑤셔 넣었다가 재빨리 빼내 거기에 달라붙은 흰개미를 핥아먹는다. 모든 침팬지가 이런 기술을 터득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런 사실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어떤 침팬지 ‘문화‘는 이렇게 흰개미를 잡는 요령을모른다. 이것은 도구의 사용과 지능의 관계가 쌍방향적임을 시사한다. 도구를 인식하고 유지하는 데 도구를 만드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에는 지능이 필요하지만 한편으로 도구는 도구를 갖게 되었다는혜택을 입은 존재의 지능을 높여 준다. 탁월하게 설계된 도구일수록(그 도구를 만드는 데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할수록 그것을 사용하는 존재에게 더 많은 지능을 선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중에서도 가장탁월한 도구라 할 수 있는 것이 그레고리가 ‘마음의 도구‘라고 부르는 언어다. - P169
생물이 가진 생명력을 보여 주는 데 가장 많이 쓰이는 예가 바로 주광성(走光性)이다. 주광성은 빛과 어둠을 구분하여 빛을 쫓는능력이다. 빛은 에너지 변환이 용이하며 그 세기는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점점 줄어들므로 광원에서 방출된 빛의 경로만 실정되면변환기와 실행기 사이의 아주 간단한 연결만으로도 신뢰할 만한주광성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신경과학자 발렌티노 브라이텐베르크(Valentino Braitenberg)의 뛰어난 저서 『운반체 (Vehicles)』에서 나온가장 단순한 모델을 소개한다 그림 5. 이 모델에는 두 개의 빛 변환기가 있다. 두 변환기의 각각 다른 출력 신호는 두 개의 실행기로갈려 입력된다(실행기를 배의 양옆에 달린 엔진으로 생각하면 된다.). 빛이더 많이 변환될수록 엔진의 속도도 올라간다. 광원에서 가까운 변환기는 광원에서 먼 변환기보다 엔진을 더 빨리 돌리므로 운반체는 늘 빛의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광원에 가닿든가 아니면 광원 주위로 바짝 붙어 선회한다.
이런 단순한 존재의 세계는 빛, 어스름, 어둠으로 등급이 나뉜다. 이 체계는 이것밖에 모르며 이 이상을 알 필요도 없다. 빛의인식은 거의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변환기를 밝히는 것은 모두 같은 빛이다. 이 체계는 그 빛이 먼저 비췄다가 되돌아온 빛인지에관심을 두지 않는다. 만약에 달이 두 개라면 생태학적으로 차이가있을 수 있다. 어떤 달을 쫓아야 할지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경우 특정한 달을 달로 인식하거나 확인하는 것은 해결이 필요한또 하나의 문제로 등장할 것이다. 그런 세계에서는 단순한 주광성의 전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달은 거듭 그 동일성을 확인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 P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