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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이 시작된 지 며칠 안 된 한겨울, 그들은 서대문형무소앞에 서 있었다. 그녀가 어떻게 생겼냐고 물었던 것은 진짜로 그 여자의 얼굴이 궁금했다거나 그녀를 맞이할 때 얼굴을 알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혹독한 추위 속에 서 있으려니 눈알까지 얼어붙을 것 같았고, 세상의 모든 사물들과 사람들이 다 얼어붙은 것처럼 침묵뿐인 시간 속에서, 그늘진 철문으로부터 몇발짝 떨어진 양지에 옹기종기 모여선 초라한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발을 동동거리다가 무심결에 나온 말, 말하자면 괜한 말이었다. - P9

고모는 온몸에서 물기가 다 빠져나간 고목처럼 파삭파삭했다.
죽은 막냇동생 이야기를 할 때에도 물기 없이 덤덤했다. 하지만 해동은 아버지가 옥에서 나올 때, 죽을 때, 애간장이 녹도록 울던 고모를 눈으로 본 것 같은 착각 속에 살아왔다. 고모의 무표정은 그런 것들이 다 녹아 있는 것이었다. 하염없이 울고, 시도 때도 없이울고, 멍하니 넋이 나가고, 오랜 시간 멍했던 것들이 다 지나간 뒤에 찾아온 굳은살 같은 얼굴이었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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