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그 혼자만의 고독과 증오심과 굶주림을 달래기 위해서 모의하는 범행이 아니었다.
한 여인과 이제 겨우 아빠, 아빠 하고 말할 줄 알고 걸음마를 시작하는 그의 아들과 곧 태어날 갓난아이의 우유가 걸린 생사의 문제였다.
그것은 고독과 허영과 영웅심을 만족시키기 위한 연극이 아니었다. 그에겐 이미 아무런 증오도 적의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것은 오직 생존의 문제였다. 그가 그것을 해결하지 않으면 그의 아들은 굶어죽고 그의 아내는 밑구멍으로 피를 쏟다가 그만 죽을것이다.
태어나지도 못한 아기는 탯줄을 목에 감고 죽을 것이다.
그는 보다 큰 생존을 위해 보다 큰 악과 결탁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는 수년 동안 몸부림쳤다.
그것은 엄살이 아니었다.
그는 모든 것에 매어 달렸다. 한 여인과 살림을 시작하자 그는 비로소 남 앞에 머리를 굽혔으며, 아이가 태어나자 그는 비로소 남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아내는 죽어가고 있었다. 그는 법과 질서속에서 노예처럼 순종하면서 살았다. 그는 스페어 운전사로 하루에 삼천 원씩을 벌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아이의 일 주일분 분유값에 지나지 않았다. 또 하나의 생명의 탄생을 위해서는 또 하나의 악과 결탁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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