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완벽한 기술자였다.
그에게는 재미있고 아슬아슬한 게임이며, 장난과 같은 유희에 불과했다. 소매치기들로부터 터부시되고 있는 작업 전에 우연히 거리에서 장님을 만나거나, 어쩌다 이야기 끝에 ‘원숭이‘ 란 단어가 나온다 해도 거리낄 것은 없어 보였다.
기술자 안씨가 작업 전에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고 불안한 심장을달래기 위해 독한 소주를 마시는 대신 약방에서 싸구려 각성제를사서 대여섯 알 한꺼번에 먹고, 몽롱한 환각상태 속에서 공사를 벌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종세는 언제나 맑은 정신 속에서 당당하게 작업을 해치워버리곤 했다.
그는 이미 불안과 공포에 면역이 되어 있었다.
애초부터 남의 물건을 훔친다는 죄의식과 죄책감과는 담쌓은 담력을 종세는 갖고 있었다.
그에게는 즐거운 놀이에 불과했다.
남의 물건을 훔친다는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고 야유회 같은 데에서 끼리끼리 모여앉아 수건돌리기를 하거나 박수치며 노래 부르는즐거운 게임 같은 느낌으로밖에 느껴지질 않았다.
그것이 만약 남의 물건을 훔치는 도둑질로, 비양심적인 소매치기행위로 느껴졌다면 종세는 불안과 공포로 손이 떨리고 한 번쯤 실수를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에게는 날마다의 재미있는 유희에 불과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 P359
종세가 종대를 떠올린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는 종대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배가 다르긴 했지만 유일하게 피를 나눈 형제로서 종세보다 나이가 일곱 살 위인 형이었다.
배고프면 들고양이라도 잡아먹을 본능으로 그는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서 그는 사람까지 잡아먹을 식인종이 되었을 것이다.
언젠가는 만날 것이다. 아아, 언젠가는 우연히 길거리에서 스쳐지나듯 만나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 잘 있어, 이종대, 종대형, 이 미친새끼야. - P3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