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더이상 뛰지 않았다.
로터리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얼굴에 썼던 마스크를 벗어 쓰레기통에 버렸다.
온몸에서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가쁜 숨을 가누기 위해서 종대는 심호흡을 했다. 그는 아무런 공포도 느끼지 않았다. 뭔가 유쾌한 뜀박질을 끝내고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근질근질한 웃음이 종대의 온몸을 벌레처럼 기어다녔다. 북받쳐오르는 웃음을 감당해낼 수없었다. 웃음은 풍선을 채우는 입김처럼 흘러나왔다.
킬킬킬킬 종대는 웃으며 천천히 한길을 걸어올라갔다. 이것인가.
헐레벌떡이며 웃으면서 종대는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죄란 것일까..
죄의 무게는 이토록 가벼운 것일까. 그는 방금 한 사내의 목을 조르고 그가 가지고 있던 돈을 빼앗았다. 이것은 그가 이미 저질렀던 탈영과 폭력과는 다른 범죄였다. 이것은 엄연한 죄악이었다. 먼젓번 범죄가 우발적인 것이라면 이것은 엄연히 동기가 분명한 고의적인 죄악이었다.
나는 마침내 죄를 저질렀다.
종대는 킬킬 웃으며 중얼거렸다.
이것이 그토록 엄중한 규율로 금지되어 있는 죄란 것인가. 아무것에도 고통을 주지 않는 죄의 흔적은 손톱에 박힌 가시보다 아프지않다. 이것은 그저 간단한 유희처럼 보인다. - P195
이때 느낀 짧은 느낌 하나가 종대의 미래의 일생을 언제까지나 지배하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히 빠른 시간안에 체포되리라는 것을 알면서 쏘다니는 이 몇 시간의 자유가 실상은 인생이며, 인생이란 어쩔 수 없이도망쳐나온 저 감옥과 같은 알 수 없는 세계에서부터 감히 신에게도전해서 그의 허리춤에 매달린 권총과 열쇠를 빼앗아들고 철문을뚫고 나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며 죽음이란 뒤쫓아오는 간수들에게 체포되는 일이라는 것을.
그렇다.
우린 도망쳐나온 죄수들이다. 탈옥을 기도했던 죄수들이 체포되면 보다 많은 형벌을 맞게 되듯 태어난 인간들은 체포되어 죽음으로 돌아가게 되면 보다 많은 지옥의 오욕을 맛보게 될 것이다. - P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