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번에는 뭔가 다른 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나였다. 나는 아들 때문에 슬퍼하고 있었다. 존 말고는 어떤생각도 할 수 없었고, 나무에 대해서는 눈곱만큼도 관심이없었다. 남편을 쳐다보는데, 생전 처음으로 그의 모습이 애달픈 것이 아니라 바보처럼 보였다. 그 순간 화가 나기 시작했다. 아들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어떻게 나무 한그루를 갖고 이런 엄청난 소동을 벌인다는 말인가? 나는 화가 치밀어 오른 나머지, 남편을 동정하기는커녕 맹렬히 비난하기 시작했다. 내가 말한 두 가지가 스탠의 정곡을 찔렀다. 한 가지는 지금 그가 하는 행동이 꼭 버릇없는 어린애가 제멋대로 하지 못했을 때처럼 굴고 있다는 말이었다. 또 하나는 그가 자신을 이해받지 못하는 비극적 영웅으로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는미친 사람으로 보일 뿐이라는 이야기였다. 존의 상태에 대해 나름대로 자아 성찰을 하던 차에 내가이렇게 주장을 드러내고 달라진 태도를 보이자,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의 태도가 당장 달라진 것이다.
용서할 수 없으리만치 잔인한 말을 퍼부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를 도와주려고 노력한 긴 세월 중에서 처음으로 그를 ‘진짜‘ 도운 것이다. - P66
나는 존이 아프니까 제멋대로 굴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또다시 놀랐다. 대개는 이 사실이 단순한 경험적 지식일지 모르지만, 능숙한 인에이블러였던 나에게는 강력한 통찰을 제공했다. 이 경우에 내 주된 관심사는 어머니였고, 존은 두 번째였다. 나는 존의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아이의 병을 배려하려고 애쓰지 않고, 본능적으로 옳다고 느낀 일을 했을 뿐이다. 존에 대한 걱정 때문에 스탠의 부적절한 행동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게 되었듯이, 어머니에 대한 내 감정이 존의 병보다 더 중요했던 것이다. 두 번 모두 나는 인에이블러로서의 습관적 행위를 잊었고, 그 결과로 일어날 일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도록 그냥 내버려두었다. 나는 스탠이 행복해지고 존이 공손하게 처신하도록 그들을 조종하려고 애쓰지 않고도 대신 그들이 행동하는 방식을 참아줄 마음이 없음을 정확히 알려주었다. 그들의 행동에 대한 책임의 부담을 그들에게 되돌려주는 과정이 시작된 것이다. - P7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