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영혼이 영원히 지옥의 불길 속에서 타오르게 하려면 몸을 비틀며 죽어가는 도살장이거나 복개된 청계천의 하수구 밑을 걸어가야 할 것이다.
그러한 곳, 더럽고 축축한 곳, 그곳에서 나는 종대의 마지막 꿈을거둬갈 준비를 할 것이다.
그러나 종세는 되돌아 나가려는 발길을 돌리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는 결론을 내렸다. 그의 임종을 지켜보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벗어나려 한다면 그것조차 의미를 주는 행위일 것이다. 도대체 그의죽음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그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죽어 있는 무(無) 그 자체였다.
그는 먼지였으며 티끌이었다. 그는 생의 빛나는 생성과 경이로운신비한 조화를 모르는 저주받은 한줌의 바람에 불과하였다. 바람이불어왔다 불어간 자리에 바람을 위해 묘비명을 새길 필요가 있을것인가. 바람은 풍장(風葬)으로만 그쳐야 할 것이다. - P50
마찬가지로 일주일 계속된 비로 도시의 벽은 민물고기의 비늘을뒤집어쓰고 있었다. 덜 마른 생선의 비린내가 모든 사물 속에 깃들어 있었다.
마시는 커피 속에도 먹는 음식 속에도 빗방울이 섞여 있고, 습기찬땅 속에서 꿈틀거리며 튀어나온 지렁이들이 주머니 속에서 만져졌다.
움직이는 모든 것들이 내부로는 어느 정도 부패해 있어 달콤하고강렬한 썩은 향내를 풍기고 있었다. 눅눅하고 어두운 곳에 갓 돋아난 독버섯이 현란한 아름다운 무늬를 가지고 있듯이, 모든 사물은그들 내부의 독을 전부 숨김없이 드러내고 적의를 보이며 함부로 부러진 시계의 날카로운 분침처럼 각(角)을 보이고 있었다. - P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