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종대는 자신의 생명은 마지막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더이상 피할 길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나는 안다.
종대가 피비린내나는 방 안에서 홀로 앉아 있음을 절대로 울고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절대로 울어본 적이 없었다. 눈물을 흘려야 할 경우에도 그는 차라리 차갑게 웃곤 했다.
종대는 피비린내나는 방 안에서 혼자 성우처럼 가족의 목소리를 흉내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있다. 경찰이 짐작했던 대로 종대는 자기의가족이 마지막 방패임을 알고 있는 것이다. 엄청난 수로 겹겹이 포위하고 있는 경찰들의 총구가 자기를 향해 터지지 않는 것은 자기의 가족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가 이제 가족들의 흉내를 냄으로써 생명을 벌려고, 혹은 이 최후의 경우에도 도망갈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 시간을 벌려고 하는 행동은 아닐 것이다.
그는 다만 죽을 준비를 하고 있으며 그 순간을 잡으려 하고 있을것이다. 그는 긴박하게 죽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가 가진 것, 그가 태어나 처음으로 소유한 자신만의 것.
그것은 그가 낳은 핏덩어리밖에 없을 것이다. 그가 가진 것과의 이별을 스스로의 힘으로 차례차례 정리하고 싶은 욕망만이 남아 있을 것이다.
나는 안다.
그가 누구보다 흉내의 천재임을 알고 있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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