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 대부분에게 현대 세계는 블랙박스로 가득해 보인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블랙박스는 사용자도 그 내부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지 못하는 장치이다. 전기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궁극의 블랙박스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무엇(화력발전소에서는 화석연료의 연소, 수력발전소에서는 물의 낙차, 태양전지에 흡수되는 태양복사, 핵원자로에서는 우라늄의 분열)이 투입되는지 잘 알고, 모두가 그 결과(빛, 열, 운동)의 혜택을 누린다. 하지만 발전소와 변압기, 송전선과 최종적인 사용 장치의 내부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제대로 아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 P61

전기는 조명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에너지 형태이다. 규모를막론하고 민간과 공공 분야의 조명에서 전기와 경쟁할 만한 에너지 형태는 없다. 극소수의 혁신이 햇빛의 한계를 걷어내고 밤을 밝히며 현대 문명에 큰 영향을 주었다." 고대의 밀초와 등잔부터 초기 산업화 시대의 가스등과 등유등까지 과거의 대안들은 불빛이 약한데도 비용이 많이 들고 무척 비효율적이기까지 했다. 광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비교하는 기준은 ‘발광 효율 Luminous efficacy‘이다. 발광 효율은 시각 신호를 발산하는 능력을 뜻하고, 광원의 전력 (단위는 와트)에서 광속(광원에서 나오는 에너지의 총량을 말하며 단위는 루멘이 차지하는 몫으로 측정한다. 양초의 발광효율을 1로 치면, 초기에 산업화한 도시를 밝히던 석탄 가스등의 발광 효율은 5~10 이상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에 사용한 텅스텐 필라멘트 전구는 60 이상의 빛을 발산했고, 요즘의 최상급 형광등은 500에 버금가는 빛을 낸다. 야외 조명에 사용하는 나트륨램프의 발광 효과는 1,000배 이상이다. - P63

장기적으로 사회를 전기화하려는 추세에 돌입한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연료를 직접 소비하는 것보다 전기로 전환되는 연료의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1882년부터 시작된 수력을 배제하더라도 태양광과 풍력 중심의 신재생에너지를 보면 이런 변화를 쉽게 알아챌 수 있다. 그러나 전기 발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그 과정에서 복잡한 문제가 야기될 것임이 명약관화하다. 또 전기의 중요성이 커져가는 건 분명하지만 현재 범세계적으로 소비되는 최종 에너지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몫은 상대적으로적어 18퍼센트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 P65

핵심적인 수식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목표는 완전한 탈탄71o소화가 아니라 순배출 제로, 즉 ‘탄소 중립carbon neutrality" 이다. 이는 지속적인 배출을 허용하되 대기로부터 이산화탄소를 대규모로 포집해 지하에 항구적으로 저장하거나 대대적으로 나무를심는 등 일시적인 대책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상쇄하겠다는 얘기이다." 5 0으로 끝나는 해에 순배출을 제로로 낮추겠다는 목표 설정은 너도 나도 따라 하는 ‘미투 게임me-too game"이되어 2020년에는 100개국 이상이 참여하겠다고 나섰다. 노르웨이는 2030년, 핀란드는 2035년을 목표로 내세웠다. 유럽연합 전체와 캐나다, 일본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은 2050년, 심지어 세계 최대 화석연료 소비국인 중국까지 2060년을 목표로 선언했다.
화석연료의 연소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2019년 370억 톤을 넘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2050년까지 순배출을 제로로 낮추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례 없던 속도와 규모로 에너지 전환을이뤄내야 할 것이다. 에너지 전환에 필수 요소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그 목표의 무모함이 여실히 드러난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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