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우리 지식의 범위가 전문화를 부추기고, 그 반작용으로 기본에 대한 이해가 점점 얕아지거나 기본자체를 무시하게 된다는 사실만으로 이해의 부족을 모두 설명할 수 있지는 않다.
도시화와 기계화가 이런 이해 부족의 주된 이유였다. 2007년이후로 인류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부유한 국가에서는 80퍼센트 이상). 19세기와 20세기 초에 산업화하던 도시들과달리 현대 도시 지역의 일자리는 대체로 서비스업종에 속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현대 도시인은 식량을 생산하는 곳뿐만 아니라 기계와 기구를 조립하는 곳과도 떨어져 지낸다. 모든 생산 활동이 점차 기계화한다는 것은 세계 인구에서 극히 일부만이 문명을 지탱하는 에너지와 현대 세계를 구성하는 물질을 전달하는 데 종사한다는 뜻이다. - P11

이 책을 읽는 독자는 누구도 화성으로 이주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이른바 도시 농업 지지자들이 상상하는 수직 농장이 아니라 널찍한 농경지에서 생산한 곡물을 계속 먹을 것이다.
우리는 누구도 탈물질화한 세계에서 살지 않을 것이다. 탈물질화한 세계에서는 물의 증발이나 식물의 수분같이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가 필요 없겠지만, 풍요로운 소수가 수 세대 전에 남겨놓은 조건에서 다수의 인류가 살기 때문에 이런 존재론적 필요조건을 그대로 물려주기가 점점 어려워지기는 할 것이다. 물론 에너지와 물질에 대한 수요 증가가 생물권에 너무 크고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스트레스를 주어, 생물권이 장기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본래의 흐름과 비축량을 유지하는 역량이 위험에 빠졌기 때문에도 그러한 조건을물려주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 P14

또 확산 일로에 있는 기후변화에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예방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폭넓은 합의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어떤 종류의 행동, 어떤 계통의 행동 변화에서 최선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에너지와물질에서 우리 세계가 당면한 상황을 무시하는 사람들, 즉 우리가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이해하려는 노력보다 ‘녹색해법 green solution‘이란 만트라mantra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의 처방전은 간단하다. 그저 탈탄소화하자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화석연료를 태우는 방식을 끝없이 순환되는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억지스러운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문명은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문명이다. 달리 말하면, 엄청난 양의 화석탄소를 태워야 기술과 과학의 발전 및 삶의 질 상승과 번영이가능하다. 따라서 우리 미래를 결정하는 이 중대한 요소를 수십년 내에 단절하기는 힘들고, 수년 내는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2050년까지 세계경제를 완전히 탈탄소화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세계경제의 후퇴를 각오하거나, 거의 기적에 가까운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급격한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후자를 추구할 만한 과학기술적 수단도없고, 설득력 있고 현실적이며 실현 가능한 범지구적 전략도 없는 마당에 누가 세계경제의 후퇴라는 희생에 흔쾌히 동의하겠는가? - P15

그때부터 탐사선이 주목할 만한 사건을 본부에 보고하는 간격이 수억 년에서 수십만 년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우리 조상들의 기나긴 계보에서, 이 초기 두발짐승은 ‘호모‘ 속의 ‘호미난hominin‘으로 분류되고, 이 호미닌의 후손이 결국 지구를 빠른속도로 지배하기에 이르렀다. 수십만 년 전, 탐사선은 에너지가처음으로 체외에서 사용되는 사례 - 예컨대 음식을 소화하는경우 이외의 에너지 전환ㅡ를 발견했다. 직립보행하는 생명체의 일부가 불을 마음대로 다루며 조리와 안락과 안전을 위해 의도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불을 사용해 식물의 화학에너지를 열에너지와 빛으로 전환함으로써 호미닌은 전에는 소화시키기 어렵던 음식을 섭취하고, 추운 밤을 따뜻하게 지내며위험한 짐승들을 쫓아낼 수 있었다. 불의 사용은 환경을 전례없던 규모로 통제하며 의도한 대로 만들어가는 첫걸음이었다. - P30

 인간이 자체 이익을 위해 작물을 재배함으로써, 즉 적절한 식물을 선택해 심고 관리한 뒤 수확함으로써 지구 전체에서 이뤄지는 광합성 중 일부가 인간에의해 통제 및 조작된다는 뜻이었다. 들짐승을 집짐승으로 길들이는 최초의 가축화가 곧바로 뒤따랐다. 가축화를 시작하기 전에는 인간의 근육이 유일한 원동기, 즉 음식에서 얻은 화학에너지를 노동이라는 운동에너지 (역학적에너지)로 전환하는 장치였다. 약 9,000년 전, 일하는 동물로 소를 처음 기르기 시작하면서, 인간 근육의 에너지가 아닌 체외 에너지가 처음으로 공급되었다. 가축화한 짐승은 밭을 경작하고,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올리고, 무거운 짐을 당기거나 운반하는 데 쓰였다. 물론 개인이 이동하는 수단으로도 이용했다.‘ 무생물 원동기는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난 뒤에야 도래했다. 돛은 5,000년, 물레바퀴는 2,000년, 풍차는 1,000년 이상 전에 생겨났다. - P31

열역학 제1법칙에 따르면, 에너지가 전환되는 동안에는 에너지가 전혀 소멸하지 않는다. 음식을 소화할 때 화학에너지가 다른 화학에너지로, 근육을 움직일 때 화학에너지가 역학적에너지로, 천연가스를 태울 때 화학에너지가 열에너지로, 터빈을 돌리는 동안 열에너지가 역학적에너지로 발전기에서 역학적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당신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주는 전기에너지가 전자기에너지로 전환하는 동안에는 에너지 손실이 없다. 하지만 모든 에너지 전환은 결국 저온 열로 흩어진다. 따라서 에너지는 소멸하지 않지만 에너지의 유용성, 즉 유용한 일을할 수 있는 능력은 사라진다(열역학 제2법칙). - P47

최근 혐오스럽고 공해물질을 발생시키며 유한하기까지 한화석연료를 우월하고 환경친화적이며 재생가능한 태양광 전기
‘로 거의 곧장 옮겨가자고 순진하게 주장하는 ‘새로운 녹색 세
‘계‘를 옹호하는 사람들에게서도 에너지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확인할 수 있다. 원유를 정제해 얻는 액체 상태의 탄화수소 연료(휘발유, 항공유, 디젤유, 중유)는 현재 흔히 사용하는 연료 중에서 에너지밀도가 가장 높아 모든 종류의 운송 도구에 동력을 공급하는 데 적합하다. 여기에서 밀도 사다리density ladder를 잠깐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단위: 톤당 기가줄). 자연에서 건조된 나무는16, 역청탄은 질에 따라 24~30, 등유와 디젤유는 약 46 이다. 부피를 기준으로 하면(단위: 세제곱미터당 기가줄), 나무는 약 10에 불과하고, 양질의 석탄은 26, 등유는 38이다. 천연가스(메탄)의 에너지밀도는 35MJ/㎥ 혹은 1/1,000 이하에 불과하다. - P50

 하지만 이런 간헐적 에너지원으로부터 20~40퍼센트의전기를 생산하는 시스템(경제 대국으로는 독일과 스페인이 대표적인예)과 재생에너지원에 전국의 전기공급을 전적으로 의존하는시스템 사이에는 근본적 차이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인구가 많은 경제 대국이 전기 공급을 재생에너지원에 완전히 의존하려면, 우리에게 아직 없는 것이 필요하다. 전기를 대규모로 장기간(며칠에서 몇 주까지) 저장하는 장치를 개발해 간헐적인 전기 발전을 보완하거나, 표준 시간대를 넘나들며 햇살과 바람이 많은 지역에서 주요 도시와 산업 중심지로 전기를 송전하는 고압선망을 광범위하게 갖추어야 한다. 오늘날 석탄과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해 만들어내는 전력량뿐 아니라, 모든 운송수단을 완전히 전기화해 현재 자동차와 선박과 항공기에 액체연료로 공급하는 에너지까지 대체할 정도로 충분한 전기를 신재생에너지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또 몇몇 계획안이 약속하는것처럼 이런 전환을 고작 20~30년 만에 실현할 수 있을까?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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