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버지는 내 어깨에 팔을 두르며 자신이 일몰에 돌아오는 이유를 설명해준 적이 있었다. 그때의 아버지 말은 또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해질 녘에는 절대 낯선 길에서 헤매면 안 돼. 그러다 하늘이 저켠부터 푸른색으로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말로 설명할 수 없을만큼 가슴이 아프거든. 가슴만 아픈 게 아냐. 왜그렇게 눈물이 쏟아지는지 몰라, 안진진, 환한낮이 가고 어둔 밤이 오는 그 중간 시간에 하늘을 떠도는 쌉싸름한 냄새를 혹시 맡아본 적 있니? 낮도아니고 밤도 아닌 그 시간, 주위는 푸른 어둠에 물들고, 쌉싸름한집 냄새는 어디선가 풍겨 오고. 그러면 그만 견딜 수 없을 만큼 돌아오고 싶어지거든. 거기가 어디든 달리고 달려서 마구 돌아오고싶어지거든. 나는 끝내 지고 마는 거야......." - P94
희미한 존재에게로 가는 사랑. 이렇게 말하면 보다 정확해질지도 모르겠다. 강함보다 약함을편애하고, 뚜렷한 것보다 희미한 것을 먼저 보며, 진한 향기보다 연한 향기를 선호하는, 세상의 모든 희미한 존재들을 사랑하는 문제는 김장우가 가지고 있는 삶의 화두다. 나는 그렇게 느낀다. 그래서 그는 세상을 향해 직진으로 강한 화살을 쏘지 못한다. 마음으로 사랑이 넘쳐 감당하기 어려우면 한참 후에나 희미한 선 하나를 긋는 남자. - P102
대문 옆 담장에 기대어 나는 피식 웃었다. 김장우는, 그 남자는, 왜 자신의 고물차에서 나를 내려놓을 장소가 여기뿐이라고 생각했을까•••. 나는 왜 갑자기 어딘가에서 그 남자의 냄새나는 양말을 깨끗이 빨아놓고 잠들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까••• .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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