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여러 해 전에 부모님이 나를 보러 뉴욕시로 왔을 때 두 분을 머서호델에 모셔다드렸다. 나로서는 장난기 섞인 선택이었다. 머서는 유명인사들과 멋쟁이들이 묵는 세련된 고급 호텔로 부모님, 특히 아버지는 그런 것 따위는 안중에 없었다. 아버지는 텔레비전을 보지 않고영화관에도 가지 않는 데다 대중음악도 듣지 않는다. <피플>지가 뭐냐고 물어보면 인류학 저널이라고 답했을 분이다. 아버지의 전문 분야는 독특했다. 수학, 정원 가꾸기, 성경이 전부였다.
저녁을 먹으러 호텔로 가서 아버지한테 하루를 어떻게 보내셨느나고 물었다. "좋았지!" 보아하니 로비에서 어떤 남자하고 대화하면서 오후를 보내신 것 같았다. 흔히 있는 하루였다. 아버지는 낯선 사람과 말하기를 즐겼다.
"무슨 얘기를 하셨어요?"
"정원 관리에 관해 얘기했지!"
"그 사람 이름은 뭐예요?"
"글쎄, 모르겠네. 그런데 이야기하는 내내 사람들이 다가와서는그 사람 사진을 찍고 종잇조각에 사인을 받아 가더구나."
이 글을 읽는 할리우드 유명 인사 중에 혹시 오래전에 머서호텔에서 턱수염을 기른 영국 남자와 잡담을 나눈 적이 있다면 나에게 연락해주시길 바란다.
다른 분들은 이 일화가 주는 교훈을 생각해보시라. 때때로, 낯선이들이 나누는 최고의 대화는 이야기를 하고 나서도 서로를 전혀 알지 못한 채 끝나는 대화다. - P20

그로부터 3개월 뒤 그 또한 사망했다.
이 책은 그날 텍사스 촌구석 간선도로 갓길에서 정말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이해하려는 시도다.
교통단속이 이상하게 어그러진 사건에 관해 책을 쓰는 이유가뭘까? 이런 일련의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쟁이 대단히 불만족스럽기 때문이다. 한쪽은 인종주의에 관한 주장을 펼쳤다. 상공 3천 미터 위에서 사건을 내려다보면서 말이다. 다른 한쪽은 돋보기를 들이대고 사건별로 세부적인 사실을 검토했다. 경찰관은 어떤 사람이었나? 그는 정확히 어떤 말을 했나? 한쪽은 숲만 보고 나무는 보지 않았다. 다른 한쪽은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했다. - P27

화자는 종종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을 반대로 이야기해야 했다. 진짜 의도는 존댓말 사용 안에 새겨져 있었다. 통역에서는 이런 뉘앙스가 사라지고 여러 통역자를 거치면서 왜곡되었기 때문에 몬테수마가 한 말과같은 발언이 정확하게 이해될 가능성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 의미가 정반대로 뒤집힐 수도 있었다. 이 경우에 몬테수마가 한 말은 항복한다는 게 아니었다. 에스파냐의 항복을 받아들이겠다는 의미였다. 

당신은 고등학교 역사 시간에 코르테스와 몬테수마의 만남이 어떻게 끝났는지 배웠을 것이다. 몬테수마는 코르테스에게 인질로 잡힌 뒤 살해되었다. 양쪽은 전쟁을 벌였다. 무려 2천만 명에 달하는아스테카인이 목숨을 잃었다. 에스파냐인의 손에 직접 살해되거나그들에게 옮은 질병 때문에 간접적으로 사망했다. 테노치티틀란은 파괴되었다. 코르테스의 멕시코 침략은 재앙과도 같은 식민지 팽창의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또한 뚜렷하게 현대적인 새로운 사회적 상호작용 방식을 도입했다. 이제 우리는 우리와는 다른 전제와 관점과 배경을 지닌 사람들과 항상 접촉할 수밖에 없다. 현대 세계는 오스만제국을 지배하기 위해 다투던 두 형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겹겹의 통역자를 거쳐 서로 이해하려고 애쓰던 코르테스와 몬테수마다.
<타인의 해석>은 우리가 그런 통역 행위에 왜 그토록 서투른지를 다루는 책이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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