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흥미롭게도 실제로 조사를 해보면 인간은 4시간 정도(깨어 있는 시간의 25% 정도)를 사회적 상호작용(주로 대화)에 사용한다. 이 수치는 인간을 제외한 영장류 사회에서 보이는 사회적 털고르기 시간의 상한선과 거의 일치한다. 그렇다면 상대적인 신피질비 크기로 예측된 털고르기 시간(8시간)과 실제 사회적 상호작용 시간(4시간)의 차이는 무엇으로 메울 수 있을까? 던바는 인간의 언어 능력이 그 공백을 메우도록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즉, 늘어난 사회 집단 크기를 유지하기 위한 적응 기제로서 언어가진화했다는 주장이다. 그가 자신의 언어 진화 이론을 ‘가십 이론gossip theory‘이라고 명명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 P152

인간의 사회 인지를 연구해온 학자들은 다른 개체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인간 고유의 것임을 주장해왔다. 그들은 인류 진화의장구한 역사 동안에 계속적으로 펼쳐졌던 복잡한 사회 환경에대한 일종의 적응 기제로서 이른바 ‘마음 이론(이하, ToM)‘이 인간의 마음속에 장착되었다고 주장한다(Baron-Cohen et al, 2000), 홍미로운 대목은 인간만이 진정한 의미의 ToM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다.
ToM을 갖고 있다는 말은, 간단히 말해, 타인 마음 other minds의내용에 관한 믿음 또는 이론을 갖는다는 뜻이다. 즉, 타인의 정신상태(욕망, 믿음, 사고)와 그 정신 상태에 의해 야기된 타인의행동을 이해한다는 의미이다. 인간의 마음속에 ToM이 실제로어떤 기제에 의해서 작동하는지는 발달심리학자들과 철학자들의 주요 관심사이다.  - P155

인간의 특출한 사회성은 놀랍게도 우리의 눈의 생리적 형태에도 각인되어 있다. 영장류종들의 눈 주위를 자세히 살펴보자.
종마다 차이가 있을까? 호모 사피엔스와 계통적으로 가장 가까운 침팬지, 보노보, 오랑우탄, 그리고 다양한 원숭이 종들의 눈에는 흰 공막이 없어서 눈동자가 어디를 향해 있는지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반면 우리의 흰 공막은 얼굴 피부색 및 홍채의 색과 더 큰 대조를 이루고 있어서 눈동자를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게다가 우리는 영장류 중에서 신체 크기에 비해 비교적 큰눈을 가진 종이다. 요컨대 인간은 영장류 중에서 눈의 윤곽과눈동자의 위치가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종이다. 그리고 이것은 인간 고유의 특성이다(Kobayashi and Kohshima, 1997).
인간의 흰 공막은 협력과 관련이 깊고 따라서 사회성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우선, 협력의 진화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보자. 이에 대한 설명은 크게 두 가지 수준에서 가능하다. 첫 번째수준은 이른바 ‘궁극적ultimate 설명‘으로 포괄 적합도 이론과 다수준 선택 이론이 제시하고 있는 설명 유형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두 경쟁 이론은 인간의 협력 행동이 ‘왜‘ 진화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반면 두 번째 수준은 인간의 협력이 어떠한 심적, 행동적 메커니즘을 통해 진화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이것은이른바 ‘근인적proximate 설명‘에 해당된다. 근인적 설명 중 하나는 인간이 어떤 대상에 대한 ‘공동의 주의집중)oint attention‘을 할수 있게 됨으로써 협력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공동의 주의집중은 어떤 대상이나 과제에 대한 자신의 관심(초점)과 상대방의 그것을 일치시키는 사회적 행위이다.  - P166

둘째, 인간의 협력은 다른 동물들의 그것에 비해 폭과 깊이면에서 한 차원 높다. 따라서 흰 공막의 진화와 확산에는 적어도 두 가지 경로가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하나는 흰 공막이 출현할 즈음, 혹은 그 이전에 시선 강탈이 일어나지 않을 만한 훈훈한 사회적 환경이 이미 조성되었을 가능성이다. 이 상황에서는 흰 공막이 호모 사피엔스 전체로 확산될 수 있었고, 그들의 협력을 촉진하는 촉매로도 작용했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협력을 하지 않으면 개체와 집단의 생존 자체가 어려웠을 환경에서 흰 공막이 적응적 형질로 진화했을 가능성이다. 이 상황이라면 흰 공막은 협력의 촉매제라기보다는 촉발제였다고 할 수있다. 하지만 이런 상이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호모 사피엔스의 흰 공막이 상호 협력을 촉진하는 형질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연구자들은 이것을 ‘협력적 눈 가설cooprative eye hypothesis‘이라 부른다(Tomascllo es al, 2007). - P169

눈의 일치적 기능은 지각perception이다. 즉, 눈은 시각적 입력정보를 뇌에 전달해주는 인지 장치다. 하지만 타 개체의 관심과 의도를 모니터링하는 사회적 장치이기도 하다. 흰 공막은 진화적 독특성을 지니는 인간 고유의 형질로서 생리학으로만 설명되어서는 안 된다. 만일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이러한 ‘사회적눈sociable eye‘이 진화하지 않았다면 우리 사회는 틀림없이 훨씬 더 냉랭한 공간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사회 자체가 생겨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 P171

나는 인간의 이런 자연화된 사회성을 ‘초사회성ultra-sociality‘라고 부르고자 한다. 우리의 사회성에 ‘초ultra‘라는 접두어를 붙인 이유는, 일차적으로 다른 척추동물들과 비교했을 때 인간의 사회성이 가장 강력하다는 뜻이고, 이차적으로는 무척추동물인 개미 사회가 보여주는 초유기체성 superorganisin을 뜻하는 진사회성eu-sociality과 대비시키기 위함이다. 개미의 진사회성은 개체들의 본능적 반응들이 모인 단순한 분업인 반면, 우리의 초사회성은 개인의 진화된 심리장치를 매개로 집단적 지향성 collectiveintentionality 을 발현하는 훨씬 더 복잡한 의사결정의 산물이다(Tomasello, 2014).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초사회적 행동이든 진사회적 행동이든 그 행위의 궁극적 수혜자가 집단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초사회적 행동을 통해 집단을 이롭게 하기 위해 진화한존재가 아니다. 우리 각자는 개인의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기에, 즉, 유전적 적합도를 높이기 때문에 초사회적 행동을 하고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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