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런 진화론의 영향력이 전통적인 생물학의 영역 내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이타성의 진화‘라는 난제를 푸는 과정에서 제시된 포괄적합도 이론은 이미 1970년대부터 철학의 고유 문제라고 여겨졌던 주제들을 자연화naturalize하여 설명하기 시작했다. 또한1990년대에는 이 이론을 인간의 마음과 행동에 적용해 인지 메커니즘의 진화를 탐구하기 시작한 진화심리학이 등장하여 심리학의 한 분과로 자리를 확고히 잡아가고 있다. 이른바 ‘다윈주의 패러다임Darwinian paradigm‘의 이와 같은 흐름은 최근 학계의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다. - P142
최근에는 인간 지배력의 진화를 환경 통제력이나 물리적 직관능력에서 찾기보다는 우리의 사회성에서 찾으려는 시도들이 늘고 있다. 문명의 집단적 측면을 생각해보면 이런 시도들은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문명은 기본적으로 수많은 집단들이 공동의 작업을 통해 만들고 전수해준 지식과 기술의 총체이기 때문이다. 2장에서 다뤘던 인간의 뛰어난 사회적 학습 능력은 문명이라는 마차의 한쪽 바퀴일 뿐이다. 다른 쪽 바퀴는 ‘사회적 지능 social intelligence‘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다른 사람의의도와 바람을 잘 읽어내고, 정서적으로 공감하며, 공동의 목표를 위해 배려하고,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사회적 지능이 없는 사회적 학습은 새로운 기술과 지식의 ‘획득‘은 가능하게 할 수 있지만(산업 스파이를 떠올려보라), 자발적 ‘전수‘를 통한 문명의 확산을 이끌어내긴 힘들다. 따라서 사회적 지능은 사회적 학습 능력과 더불어 인류 문명을 진화시킨 두 원동력이라 할수 있다. - P147
이 질문에 대한 답도 사회적 학습과 지능의 측면에서 논의될수 있다. 개미는 우리처럼 사회적 학습을 하진 않는다. 그저 본능대로 반응할 뿐이다. 게다가 개미는 우리처럼 타 개체의 마음을읽고 공감하지는 못한다. 그저 페로몬의 영향으로 반응하고 그런 반응들의 합이 놀라운 결과를 만들 뿐이다. 개미의 문명은 ‘본능‘의 작품인 반면, 인간의 문명은 학습과 인지의 복잡한 의사결정의 산물이다(따라서 개미의 문명은 ‘문명‘이라고 표기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깊은 수준의 메커니즘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문명 모두가 모종의 강력한 사회성에 기초해 있다는 측면에서는매우 유사하다. 개미에게 사회적 학습 능력이 있다고 말하기는곤란하지만, 사회성이 있다고 말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 P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