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생물학자 에른스트 마이어Ernst Mayr(1904~2005)에 따르면 다윈의 진화론 패러다임은 다섯 개의 핵심 주장으로 이뤄져 있다. 그것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D1) 진화 그 자체evolution as such: 세계는 항구적이지도 최근에창조되지도 영구적으로 순환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꾸준히변하고 유기체도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한다는 이론이다. (D2) 공통 계통 common descent: 모든 유기체 집단이 하나의 공통 조상으로부터 유래했다는 이론이다. 동물, 식물, 그리고 미생물까지도 궁극적으로는 생명의 단일한 기원으로 되돌아간다고 주장한다. (D3) 종의 분화multiplication of species: 이 이론은 유기체의 엄청난 다양성의 기원을 설명한다. 어떤 종이 다른 종들로 갈라지거나 지리적인 격리가 일어나 새로운 종으로 가지를 침으로써 종이 분화된다고 주장한다. (D4) 점진론gradualism. 진화는 새로운 유형의 개체들의 갑작스러운(도약적인 변화가 아니라 집단의 점진적인 변화 를 통해서일어난다는 이론이다. (D5) 자연선택 natural selection: 유전적 변이들이 존재하고, 그중어떤 것이 다른 것들에 비해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며, 그 변이 중 일부가 다음 세대에 대물림되는 경우라면 자연선택이일어난다는 이론이다. - P99
이 중에서 다윈의 가장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자연선택과 생명의 나무 tree of life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D2), (D3), (DS)에해당하는 것으로서, 다윈의 진화론을 자연선택 이론으로 부르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다윈 이래로 많은 진화생물학자들이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가 어떤 조건에서 일어나는지를탐구해왔다. 그들은 대체로 세 가지 서로 다른 조건들이 만족될때 자연선택 메커니즘이 작동한다고 논증했다(Lewontin, 1970).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UD1) 변이 조건: 상이한 요소들이 계속해서 풍부하게 존재한다. (UD2) 복제 또는 대물림 조건: 그 요소들은 복사본을 만들 수있는 능력이 있거나 그 자신의 복사본이다. (UD3) 적합도 조건: 어떤 요소의 복사본 수는 그 요소의 특성과 외부 환경의 특성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 - P100
반면 도킨스는 개체군 사고에 충실하다. 그는 실제로 유전자를 매우 반본질주의적 방식으로 규정했다. 유전자는 흑백 논리로 정의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은 편리함의 단위로서 자연선택의 단위로 기능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복제 충실도를 가진어떤 길이의 염색체다"라고 규정한다(Dawkins, 1976, p.195). 헐 또한 복제자의 외연이 애매할 수 있음을 인정한다. 예컨대 단세포유기체의 분열fission은 어쩌면 복제로 간주될 수 있을 것이며, 벌집beehive과 같은 친족 집단은 응집적 전체로서 상호작용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Hull, 1980; 1988). 경계의 이런 애매함은 통시적 진화의 귀결이다. 진짜 복제자, 진짜 상호복제자, 진짜 생명, 진짜 마음이 부demi-semi-의사pseudo-원proto-quasi 복제자, 상호복제자, 생명, 마음으로부터 진화해왔다는 것이 다윈주의적 사고이기 때문이다(Dennett, 1995). - P107
나는 데닛의 ‘지향계 이론‘이 이 물음에 대한 좋은 대답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지향계 이론이란 "우리가 다른 인간, 동물, 인공물(컴퓨터나 로봇 등), 심지어 우리 자신의 행동을 해석하고, 예측하고,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정신적 용어들 ‘믿는다‘, ‘욕구한다‘, ‘기대한다‘, ‘결정한다‘, ‘지향한다‘와 같은 통속 심리학folk psychology 적 용어들의 의미 분석"이다(Dennett, 1971). 우리는 대개 우리가 해석하려는 어떤 대상들에 마음을 부여하곤한다. 그렇다면 그 대상이 어떤 조건에 있어야 마음(믿음과 욕구를 포함한 정신 상태들)을 갖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데닛에 따르면 우리가 그 대상에 이른바 ‘지향적 태도intentional stance‘를 가져 - P108
보면 된다. 만일 이 태도로 그 대상의 행동이 널리 예측이 되면그 대상은 지향계다. 여기서 지향적 태도란, 어떤 존재자동물, 인간, 인공물 등 무엇이든에 대해 그것이 마치 믿음과 욕구를 고려하여 행동하는 ‘합리적 행위자 rational agen‘ 인양 취급하여 그것의 행동을 해석하는 전략을 뜻한다(Dennett, 1971), 다시 말해, 지향적 태도는 어떤 존재자의 행동이나 움직임을 예측하기위해 그것을 행위자로 간주하는 것이다. - P109
그렇다면 지향적 태도를 통해 잘 예측되고 해석되는 대상, 즉지향계는 구체적으로 어떤 목록을 갖고 있는가? 동물과 인간이 지향계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식물은 어떤가? 컴퓨터나 로봇은 어떤가? 아니 단순한 온도조절 장치는 어떤가? 식물이나 온도조절 장치는 일견 설계 시스템으로만 보일 수도 있지만 이사례도 지향적 태도로 잘 예측되는 경우다. 물론 지향계의 외연이 애매할 수 있다는 사실은 개체군 사고로 무장한 다윈 이후의 철학자들에게는 더 이상 불편한 진실이 아니다. 진화의 도상 어딘가에 말하자면 0.0001%의 지향계 같은 것이 존재했을 테니까말이다. 그렇다면 본 주제와 관련하여 우리에게 더 중요한 질문을 던져보자. 유전자는 지향계인가? 밈은? 유전자와 밈의 행동은 물리적 태도나 설계적 태도를 넘어서지향적 태도를 통해 가장 효과적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지향계라 할 수 있다. 유전자와 밈 외에도 복제자의 사례는 더 많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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