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 ·

‘한국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하나의 방법은 ‘한국인은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대한 답을 떠올려보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어떻게 살아왔는가‘는 사진으로 많이 남아 있는 조선 말과 일제시대 생활상을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그런데사진을 들여다보니 국토는 대부분 민둥산이며 사람들은 양반이건 서민이건 기운이 모두 침체되어 있다. 이것은 나라의 정신과 살림이 가난하던 시대 상황 탓이다.
물론 조선 오백 년 내내 그랬을 리 없다. 사진이 담아낸 것은 기울어가던 시절의모습일 뿐이다. - P8

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구경은 사람 구경이라고 했던가.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사는 모습을 그린 풍속화는 산수화만큼 사랑받았다. 그런데 중국생각으로 살던 시절에 그린 풍속화 속 주인공들은 모두 중국인이었다. 그러다가 조선 생각으로 살기 시작하면서 풍속화 속 주인공들이 모두 조선인으로 바뀌었다. 남의 모습을 흉내 내는 것보다 자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름다운 것은 당연하다. 이를 진경풍속眞景風俗이라 부른다.
진경풍속의 주인공은 양반 혹은 평민이다. 진경풍속은 선비 화가들이 자신들의 일상생활을 처음 담으면서 시작되었고 소재를 평민들의 삶까지 넓히면서 완성되었다. 즉 양반 풍속으로 시작해 평민 풍속으로까지 확장된 것이다.
진경풍속의 원조는 진경산수의 창시자인 겸재 정선이다.  - P12

풍속화와 더불어 조선인들의 삶을 볼 수 있는 또 다른 그림이 공공 모임을 그린 기록화이다. 기록화에도 당대 사람들과 물건이 나오기 때문에 넓은의미에서 풍속화라고 봐도 될 것이다. 기록화는 대부분 도화서 화원들이 그렸고 초상화와 더불어 회원들이 그린 가장 중요한 그림이었다. 기록화 가운데 압권은 임금이 등장하는 궁중기록화이고 그 가운데 역시 희귀성에 있어으뜸은 임금이 기로소에 들어간 사건을 그린 기사 이다.
문화 절정기 시절 숙종과 영조 임금이 연이어 기로에 들어가는 경사가있었다. 이때 일어났던 중요 모임을 시간 순으로 정확하게 그림으로 남겨놓았는데 이는 조선이 임금이 주인인 군주제 국가였고 노인을 우대했던 경로사회였음을 이야기한다. 또한 등장인물과 물건들을 모두 빠짐없이 그림 속에 표현하여 조선이 철저한 기록사회였음을 보여주었다.
기사 속 장면은 실록 기사 내용으로 더욱 풍부한 이야기를 낳았다. 한편 두 임금 모두 기로소 입소 행사를 경덕궁(경희궁의 원래 이름)에서 치렀기 때문에 지금은 거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은 경덕궁이 숙종, 영조 시대 역사의 중요 무대였던 사실을 그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기로소 건물 역시 마찬가지다. 궁중기록화는 지금은 사라진 궁궐 모습을 그림으로 만나게 해주는 사료 역할도 한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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