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의 아침은 언제나 국민체조와 함께 시작된다. 아침 근1무는 8시부터이지만, 조선소 사람들의 아침은 7시에 시작된다. 조선소 각 구역에 있는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하루 종일착용한 안전벨트 · 안전화 · 안전모를 챙긴다. 7시 45분, 국민체조 음악이 나온다. 모든 사람들이 동작을 따라 하며 어젯밤에 있었던 일, 주말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안전 구호를 외친다. "철저한~ 안전 점검 좋아!" "안전 점검~ 좋아! 안전 점검~ 좋아! 안전 점검 ~ 좋아! 안전!" 노동자들은 공장으로, 도크로, 안벽으로 향한다. 소리가 야드를 채우기 시작한다.  - P9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몇 년 후 거제도에서 올라온 후배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녀는 자기 아버지가 거제도에 있는 대우 조선소에서 일한다고 했다. ‘아니, 무슨 촌스럽게 아빠가 다니는 회사 이름까지 말할까?‘하고 비웃는 마음이들었다. ‘공장에서 일하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사실 당시 대우조선은 굉장한 실적을 내고 있었고 조선업은 초호황기의 복판에 있었다. "거제도에서는 개가만 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나오던 시절이다. 그러나 서울에서 나고 자란 스무 살짜리가 그 부의 정도를 체감할 수는 없었다. 대공장이나 조선소를 영위하는 산업도시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 리도 없었다. 그들을그저 시골 출신으로 분류하려고 하는 폭력적인 시선을 나역시도 갖고 있었던 셈이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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