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 5월 13일과 6월 4일, 윈스턴 처칠은 하원의사당에서 연설했다.
이 두 번의 영어 연설은 20세기 가장 자주 인용되고 가장 인상적인 연설로 여겨진다. 특히 처칠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피와 땀과 눈물밖에 달리 드릴 것이 없습니다. •••) 여러분은 묻습니다. 우리 정책이 무엇이냐고? 저는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 바다와 육지와 하늘에서 우리의 모든 능력을 다하고,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실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하여 전쟁을 하는 것입니다. 어둡고 한탄스러운 인류의 범죄사에서 유례가 없던극악무도한 폭압과 맞서 싸우는 것입니다. •••) 우리는 결코 약해지거나 실패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프랑스에서 싸울 것이고, 바다와 대양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더욱 자신있게, 더욱 강한 힘으로 하늘에서 싸울 것입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우리 섬을 지켜낼 것입니다. 우리는 해변에서도 싸울 것이고, 상륙지에서도 싸울 것이고, 들판에서도 싸울 것이고, 길에서도 싸울 것이고, 언덕에서도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결코 항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실제로 영국은 결코 항복하지 않았다. 히틀러와 타협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집요하게 싸웠고 1년 후에는 러시아와 미국을 차례로 동맹군에 끌어들였다. 그리고 5년 후에는 히틀러를 물리쳤다. 그러나 그런 결과는 운명지워진 것이 아니었다. 만약 1940년에 유럽에서 큰 언어들이 작은언어들을 완전히 흡수해서 영국을 비롯해 유럽의 모든 국가가 서유럽에서 가장 큰 언어, 즉 독일어를 공용어로 받아들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래서 처칠이 하원의사당에서 영어가 아닌 독일어로 연설을 했다면 1940년 6월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 P596

세계인의 일일 평균 엄분 섭취량은 대략 9~12그램이며, 주로 6~20그램 사이에 분포돼 있지만아시아가 다른 지역보다 섭취량이 많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우리는 소금을 소금에서 구한 게 아니라 자연환경에서 채취해야 했다. 소금이 식탁마다 어김없이 놓이기 전에 세계는어떤 모습이었을지 상상해보자. 과거에는 소금을 배출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소금을 섭취하는 게 문제였다. 대부분의 식물은 나트륨을 거의 함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물의 세포외액에는 고농축 나트륨이 필요하다. 따라서 육식동물은 세포외액에 나트륨을 지닌 초식동물을 잡아먹음으로써 필요한 나트륨을 쉽게 얻지만, 초식동물은 나트륨을 섭취해야 하는 문제에 부딪친다. 이런 이유에서, 소금을 핥을 수 있는 곳을 찾아가는 동물은 사슴과 영양이 사자와 호랑이는 아니다. 또한 이누이트족과 산족처럼 육고기를 많이 먹는 수렵채집인들은 염분 요구랑을 쉽게충족했지만, 사냥한 동물을 도살하고 조리하는 과정에서 나트륨이 풍부한 피와 세포외액을 상당히 상실했기 때문에 그들의 총염분 섭취량도 하루에 1~2그램에 불과했다. 주로 채식하며 육고기를 제한적으로 섭취한전통적인 수렵채집인과 농경인 중에서도 해변이나 내해에 소금이 퇴적된 곳 근처에 살았던 사람들은 소금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예컨대 솔로몬 제도의 라우족은 해변가에 살며 조리할 때도 소금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또 이란의 유목 목축인인 카슈카이족은 본거지에 자연 소금광산이있기 때문에 그들의 일일 평균 염분 섭취량은 약 10그램에 달한다. - P608

충분한 세대를 두고 고려할 때, 생존을 크게 방해하는유전자들이 전체적인 순효과에서 생존과 번식의 가능성을 어떻게든 높이지 않는 한 확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지금까지 의학계는 표면적으로 결함이 있어 보이는 유전자들이 그 결함을 상쇄하는 이익을 제공함으로써 확산되는 좋은 사례들을 제공해왔다. 예컨대 겸상적혈구 헤모글로빈은 빈혈을 초래하는 경향을 띤 돌연변이 유전자이다. 따라서 해로운유전자인 게 분명하다. 그러나 이 유전자는 말라리아를 억제하는 기능을하므로, 아프리카와 지중해의 말라리아가 유행하는 지역에서 이 유전자의 전체적인 순효과는 이익이다. 따라서 치료받지 않는 고혈압인 사람이 신장에 축적된 염분 때문에 사망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염분을 축적하는 신장으로부터 어떤 조건에서 이익을 얻었던 것일까?"라는 의문을 품어야 한다.
그 답은 간단하다. 인류의 역사에서 소금이 등장하기 전까지 대부분의 인간이 소금을 얻기 힘든 환경에서 살았기 때문에, 신장에 염분을 효과적으로 보유하는 사람이 땀의 발산이나 설사로 염분을 잃는 경우를 이겨낼 수 있다. 그러나 소금을 언제든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그런 기능을 지닌 신장은 유해물이 되고 말았고, 결국 치명적인결과를 낳는 과도한 염분 축적과 고혈압으로 이어졌다. 이런 이유에서, 또 많은 사람이 소금을 구하기 힘들던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버리고 슈퍼마켓의 소중한 고객이 되는 삶을 택한 때문에 고혈압이 세계 전역에서유행하게 됐다.  - P621

기아와 폭식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전통 사회의 생존 조건에서는 절약 유전자형을 지닌 사람들이 유리했을 것이다. 풍요의 시기에 많은 지방을 저장해두었다가 빈곤의 시기에 칼로리를 상대적으로 덜 태우면  굶주림을 더 잘 견뎌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비만과 감량이란 두려움은 얼토당토않은 사치로 여겨졌을 것이다. 하기야 전통 사회의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터무니없는 두려움이었다. 오늘날 우리를 당뇨병으로 유도하는 유전자들이 과거에는 우리가 기아를 견디는데 도움을 주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당뇨병과 고혈압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소금이나 달콤한 음식과 기름진 음식도 마찬가지이다. 지금은 그런 음식들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과거에는 그런 음식들이 지닌 맛 때문에 우리는 소중한 영양분을 적게나마 보충할 수있었다. 고혈압의 경우에서도 보았듯이, 당뇨병의 경우도 진화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수만 년 전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굶주림의 문제를 너끈하게 견뎌낸 조상들의 후손인 우리가 이제는 풍요로운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당뇨병으로 죽어가는 심각한 위험에 처한 사람이 되었으니말이다. - P650

다른 지역들처럼 유럽을 오랫동안 주기적으로 유린하던 기아가 1650년부터 1900년 사이에 차근차근 사라졌다.
1600년대 말 영국과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1800년대 말에는 남프랑스와남이탈리아를 마지막으로 유럽에서 기아가 자취를 감추었다. 유명한 예외적인 사태가 있었지만, 네 가지 요인이 복합된 결과로 유럽에서는 기아가 종식됐다. 1) 잉여식량을 기근 지역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재분배한 국가 정부의 개입, 2) 육로와 해로를 통한 효과적인 식량 운송, 3)1492년 콜럼버스의 대항해 이후로 신세계에서 많은 농작물(대표적인 예는 감자와 옥수수)을 가져온 항해자들 덕분에 다각화된 농업, 4) 관개시설에 의존하지 않고 천수(天水)에 의존한 까닭에 유럽 내에서 식량 운송으로도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한 지역에서 흉작이 닥칠 위험이 없었다.
유럽의 기근 종식에 오점을 남긴 유명한 예외적인 사태는 1840년대 아일랜드에 닥친 감자기근이었다. 아일랜드 사태는 예외적이지만, 유럽의다른 지역들에서는 기근을 종식시킨 처음 세 요인들이 제대로 작동하지않을 때 닥칠 수밖에 없는 불행을 여실히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위의 원칙들을 입증해준 사태였다. 아일랜드 감자 기근은 유럽에서는 예외적으로 감자라는 하나의 작물에 의존했고, 감자의 질병이 확산된 때문이었다. 다른 섬(그레이트브리튼)이 민족지학적으로 다른 정부가 지배하며, 아일랜드의 기근에 비효율적이고 시큰둥하게 대응한 결과로 아일랜드 섬에 기근이 닥쳤던 것이다. - P655

나우루 사람들처럼 식량을 확실히 공급받게 되면서 유럽인들에게 당뇨병이 전염병처럼 번졌을 것이고, 절약 유전자형을 지닌 사람들이 당뇨병에 걸려 죽어갔을 것이다. 당뇨병에 걸린 산모가 낳은 많은 아기는 태어나면서 죽고, 당뇨병에 걸린성인은 다른 성인보다 일찍 죽고, 당뇨병에 걸린 성인의 자식과 손자는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거나 영양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죽어갔을 것이다. 이런 현상이 수세기 동안 계속된 결과로 절약 유전자를 지닌 사람들은 유럽에서 조금씩 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초창기에 유럽에서 수수께끼처럼 확산됐을 것이라 추정되는 당뇨병과 오늘날 나우루 섬사람들과다른 개체군들에게 확산되고 입증된 당뇨병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요즘 당뇨병 유병률이 높은 개체군들은 풍족한 식량을 급작스레 그러나안정되게 공급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예컨대 나우루 섬사람들은 10여년 동안, 예멘계 유대인은 단 한 달 동안 풍족한 식량을 안정되게 공급받은 결과로, 당뇨병 유병률이 20~50퍼센트까지 치솟았다. 현대 당뇨병전문가들의 눈에는 이런 현상이 당연하게 보였을 것이다. 나우루 섬사람들에게서 이미 확인됐듯이 절약 유전자를 지닌 사람이 한 세대나 두 세대만에 자연선택으로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이런 상승은 조만간 줄어들것이라 추정된다. 반면에 유럽에서는 식량 생산이 수세기 동안 꾸준히증가했다. 따라서 유럽에서는 1400년대부터 1700년대까지, 즉 전문가들이 당뇨병에 주목하기 훨씬 전에 당뇨병 유병률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서서히 증가했을 것이다. 엄격히 말하면, 피마족과 나우루 섬사람들, 와니겔라족, 교육받은 인도 도시인들과 아랍의 부유한 산유국 시민들이 생활방식을 바꾼 것은 이제 한 세대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그들에게서 나타나는 당뇨병 유병률의 급격한 변화는 유럽에서 수세기 동안 진행된 변화가 압축돼 나타난 것에 불과하다. - P656

이 책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가 속해 있는 사회는 다양한 인간 문화에서 극히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 그 작은 조각에 불과한 사회들이 세계를지배하게 된 이유는, 그 사회들이 다른 사회에 비해 모든 면에서 우월했기 때문이 아니다. 농업을 생각해내고 야생동물과 야생식물을 길들인 덕분에 테크놀로지와 정치력과 군사력에서 우위를 차지한 때문이었다. 이런 특별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현대산업사회들은 아이들을 양육하고, 노인을 대우하며, 분쟁을 해결하고, 비전염성 질병과 그 밖의 사회적 문제를 억제하는 데는 우월한 방법을 개발해내지 못했다. 수많은 전통 사회가 이런 문제들에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하며 해결 방법들을 고안해냈다. 전통 사회들, 특히 뉴기니의 전통 사회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덕분인지 나 자신의 인생관이 달라졌고 한층 풍요로워졌다. 이 책을 통해서 개별 독자만이 아니라 현대 사회 전체가 전통 사회의 모습을 즐겁게 읽고 거기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교훈들을 찾아내기를 바란다. - P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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