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학자들이 150년 전 종교를 과학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이후로 채택한 가장 일반적인 방법론은 ‘기능적 접근법(functional approach)‘이었다. 학자들은 "종교는 어떤 기능을 하는가?"라는 의문을 품었고, 종교가 개인과 사회에게 막중한 비용을 강요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예컨대 사람들에게 독신의 삶을 강요하고, 자식을 갖는 걸 포기하며, 거대한 피라미드를 짓는 데 물심양면으로 헌신하고, 소중한 가축만이 아니라 어린 자식과 자신까지 제물로 바치며, 똑같은 말을 지겹도록 되풀이하며 많은시간을 보내라고 요구한다. 종교에는 어떤 기능이 있어 그런 막대한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의 이득을 안겨주는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다면, 종교는 애초부터 생겨나지도 않았을 것이고, 생겨났더라도 오랫동안 유지되지 못했을 것이다. 종교가 탄생하면서 인간의 어떤 문제를 해결해준 것일까? 기능적 접근법을 간략히 요약하면, "종교는 어떤 기능을행하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예컨대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순종을 가르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일 수 있다. - P489
다른 접근법, 즉 비교적 최근에 진화심리학에서 시작된 접근법은 이런주장에 반대한다.이접근법에 따르면, 종교는 어떤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 또 어떤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진화된 것도 아니고 의식적으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 어떤 군장이 종교적인 이유를 들먹이며 신하들에게 피라미드를 건설해야 한다고 설득하면 신하들을 더 쉽게 지배할 수 있을 것이란 기발한 생각을 어느 날 갑자기 떠올려 무(無)에서 종교를 만들어낸 것도 아니었다. 동료의 심리를 능숙하게 읽어내는 어떤 수렵채집인이 최근에 있었던 동료의 죽음에 낙담해서 사냥조차 나가지않는 부족민들을 염려해서, 그들에게 위안과 새로운 희망을 주려고 사후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꾸며냈을 가능성도 거의 없다. 종교는 우리 조상이었고, 그 위로 동물 조상이었던 생명체들이 지녔던 어떤 능력들의 부산물로 생겨났을 가능성이 크다. 그 능력들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영향을 미치며 점진적으로 새로운 기능을 획득했다는 것이 진화심리학에서 파생된 접근법의 결론이다. - P490
믿음에 따르면, 다우저(dowser)라고 불리는 수맥탐사자가 쥐고 있는 갈라진 나뭇가지의 회전은 보이지 않는 지하수의 위치와 때로는 깊이까지알려준다. 따라서 땅주인들이 우물을 파야 할 곳을 알고 싶을 때는 다우저를 초빙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대조시험에서 확인됐듯이, 다우저가 지하수를 찾아내는 성공률은 무작위로 우물을 파는 때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도 지질학자들조차 지하수의 위치를 찾아내기 힘든 지역의 땅주인들은 다우저에게 거액의 보수를 지급하며 지하수를 찾아달라고 부탁하고, 물이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는 우물을 파느라 더 많은 돈을 허비한다. 이런 믿음 뒤에는 우리가 성공한 사례만 기억하고 실패한 사례를 잊는다는 심리가 감춰져 있다. 따라서 우리가 믿는 미신들이 성공 사례만을 증거로 삼아 진실처럼 굳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입증되지 않는 비과학적인 생각들은 인간에게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하지만 작위적인 현상과 조작된 현상을 구분하는 대조시험과 과학적 방법은 반직관적이고 부자연스럽다. 따라서 전통사회에서 과학적인 접근은 눈에 띄지 않는다 - P504
요컨대 (비종교적인 의식과) 종교적인 의식이 아직도 우리 곁에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가 불확실성과 위험에 직면할 때 그런 의식이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교의 이런 기능은 서구화된 현대 사회보다 불확실성과 위험에 더 자주 부딪쳤던 전통 사회에서 훨씬 더 중요했다. - P517
복잡한 대규모 사회에 비해서, 소규모 사회들은 세상의 거부와 구원과사후세계를 크게 강조하지는 않는다. 이런 차이에는 적어도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평등하던 소규모 사회가 복잡한 대규모 사회로 발전되면서 사회의 계급화와 불평등이 심화된 때문이다. 사회가 커지고 복잡해지면서 왕과 귀족, 상류층과 부자들이 다수를 이루는 가난한 농부들과노동자들을 지배했다. 주변 사람들 모두가 당신만큼 고통받는다면 불공평하다고 불평할 이유가 없고, 열망해야 할 좋은 삶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본보기도 없다. 그러나 일부가 당신보다 훨씬 안락한 삶을 누리며 당신을 지배한다면, 설명하고 위안을 구해야 할 것이 많아진다. 바로 그런 것을 종교가 제공한다. 복잡한 대규모 사회가 소규모 사회보다 위안과 사후세계를 강조하는두 번째 이유는, 수렵채집인이 농경인이 되어 더 큰 사회에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삶이 더 팍팍해졌다는 걸 보여주는 고고학적이고 민족지학적인 증거에서 찾아진다. 농업으로 전환하면서 하루 평균 노동시간이 증가했지만 영양섭취는 악화됐다. 감염병과 신체 학대가 증가하며 수명이 줄었다. 실제로 산업혁명 기간에 노동시간은 길어지고, 위생과 건강과 오락은 축소되어 도시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생활 조건은 크게 악화됐다. 세 번째 이유는 뒤에서 다시 살펴보겠지만, 복잡하고 인구밀도가 높은사회는 도덕률을 강화하고 선과 악을 거의 이분법적으로 구분한 까닭에 신정론의 문제가 더욱 심화된 때문이다. 우리는 도덕적으로 행동하며 법을 잘 지키는 데 범법자들과 세상은 우리를 잔혹하게 대하고도 벌을 받지 않는 이유가 누엇일까? 이런 세 가지 이유에서, 종교의 위안 기능이 역사적으로 나중에 발달하고 인구가 많은 사회에서 확대된 이유가 설명된다. - P520
앞에서 언급한 대로 종교의 기반을 약화시키기에 충분한 두 요인과학에게 빼앗긴 설명이란 종교의 원래 기능, 테크놀로지의 발달과 사회적 효율성의 증가로 우리가 통제할 수 없어 기도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위혐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종교가 현대 세계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심지어 성장하는 결과는 처음에는 의외로 여겨질 수 있다. 종교가 사라질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는 이유는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의 집요함 때문인 듯하다. - P521
누군가 평생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몸에 남기며 종교에 헌신하는 모습을보여준다면, 그저 입으로만 "나를 믿으시오. 나는 당신 편입니다. 나는지금 당신과 똑같은 모자를 쓰고 있습니다(하지만 어제 샀더라면 더 싸게 샀을 것이고 내일이면 벗어 던질지도 모릅니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믿음을 얻는데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본질적으로 똑같은 이유에서, 진화생물학자들은 동물들의 신호(예컨대 공작의 꼬리)도 상대에게 믿음을 주려고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진화한 것이라 생각한다. 예컨대 암컷 공작이 커다란 꼬리를 과시하는 수컷 공작을 만나면, 우월한 척하지만 작은 꼬리를 가진 수컷보다 그 수컷이 그처럼 큰 꼬리를 갖고도 생존할 수 있을 정도로 더 나은 유전자를 지니고 영양섭취도 좋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것이다. - P533
윌슨의 접근법에서, 어떤 종교의 신도수 증가는 교리의 사실 여부에관계 없이, 교리와 교리에 관련된 관례가 신도들에게 아기를 낳아 건강하게 키우고 개종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조직을 원만하게 꾸려가도록 어떻게 유도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확인된다. 윌슨의 표현을 빌리면, "터무니없는 믿음도 현실 세계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행동들을 자극하면 받아들여질 수 있다. (•••) 사실에 근거한 지식이 수용가능한 행동을 자극한다고 항상 그 자체로 충분하지는 않다. 때로는 사실과 동떨어진 상징적인 믿음체계가 더 성공한다. - P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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