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사회에서 교통사고나 상거래로부터 발생하은 분쟁의 대부분은 전에는 서로 알지 못했고 다시는 거래하지 않을 사람들 간의 문제인 반면에, 전통적인 뉴기니 사회에서 분쟁은 지금도 어떤 관계가 있거나 앞으로도 그 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할 사람들 간의 문제이다. 예컨대 매일얼굴을 마주치며 일상의 행위에서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마을 사람과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고, 앞으로는 반복해서 얼굴을 마주칠 필요가 없는 사람(예컨대 멀리 떨어진 마을에 살지만 당신의 돼지를 죽인 사람이 분쟁 상대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이 여전히 당신의 여행 범위 내에서 살고있다면, 그래서 당신이 그와 더는 얼굴을 붉히는 관계에 있고 싶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이런 이유에서 뉴기니의 전통적인 보상 협상은 과거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 분쟁 당사자들이 가능성은 있었지만 서로에게 해코지하지 않았던 ‘무관계(non-relationship)‘에 있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런 목적과 그 목적에 내재한 기초적인 사실에서 서구 국가의 분쟁 해결 방법과 큰 차이가 비롯된다. 서구 국가에서는 분쟁 당사자들이 전에도 아무런 관계가 없었고 앞으로도 다시 관계를 맺을 가능성이없기 때문에 관계의 회복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 P131

피우스에게 그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내 귀를 믿을 수 없었다. 내가 그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것이라 생각할 정도였다. "자네들이 공격자들에게 보상금을 주었단 말인가? 하지만 그들이 자네 아버지와 친척들을 죽였는데 왜 그들이 자네에게 보상하지 않은 거지?" 피우스의 설명에 따르면, 그렇게 해서는 오랜 악순환을 끊을 수 없었다. 목표는 보상금을 받아내는 것이 아니었다. B가 A에게 Y만큼의 피해를 입혔으니 A가 B로부터 X마리의 돼지를 받음으로써 셈을 맞추자고 주장하는게 아니었다. 적들과 평화적 관계를 회복하고, 고티 마을에서 다시 평화롭게 사는 것이 목표였다. 적들도 자신들의 땅이 침략당했고, 고티 마을사람들에게 씨족의 일원이 살해당했다며 나름의 불만이 있었다. 협상이 있은 후, 양측은 만족감을 표명하며 기꺼이 적대감을 거두겠다고 약속했다. 적에게 돼지와 다른 물건을 보상으로 주는 합의를 끌어냄으로써 고티 마을 사람들은 과거의 땅을 되찾았고, 양측 모두가 상대의 공격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살 수 있게 되었다. - P133

서구의 국가 사회들에 비해서 전통적인 뉴기니 사회들에서는 사회적 관계망이 중요하고 지속적이기 때문에 분쟁의 영향이 직접적인 당사자들을 넘어, 서구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정도까지 확산되기 일쑤이다. 한 씨족 사람의 채마밭이 다른 씨족 사람의 돼지에게 피해를 입었다고 두 씨족 간의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서구 사람들에게 어처구니없게 여겨지겠지만, 뉴기니 고원지대 사람들에게 그런 결과는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뉴기니 사람들은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한 중요한 관계들을 평생 유지하는 편이다. 그런 관계를 바탕으로 그들은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받지만 많은 사람을 도와야 하는 의무까지 짊어진다. 물론 우리 현대인들도 오랫동안 지속되는 관계를 유지하지만, 뉴기니 사람들에 비하면 삶을 살아가는 동안 훨씬 많은 관계를 맺고, 또 그관계들을 저버린다. 또한 우리는 성공을 추구하는 개인에게 보상하는 사회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뉴기니의 분쟁에서 보상을 받거나 보상을 치르는 당사자는 말로와 빌리의 부모처럼 사건에 관련된 직접적인 관계자만이 아니라 양측과 이런저런 이유로 관련된 사람들이기도 하다. 따라서 보복 살해를 감행할 가능성이 높은 빌리의 씨족 사람들, 그런 보복의 표적이 될 수 있었던 말로의 동료 직원들, 보상금을 실제로 떠안은 말로의 고용주, 협상이 결렬될 경우에는 보복의 표적이 되고 말로가 일자리를 다시 구하지 못하면 보상금을 십시일반으로 모금해야 했던 말로의 먼 친척과 씨족원들까지 분쟁의 당사자가 된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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