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 년은 넉넉히 살았을 것이다. 도도는 진화에 성공한 사례였다. 도도는 모리셔스 섬의 환경에 잘 적응했고, 다른 곳에서는 전혀 살지 않았다.
도도는 땅에 떨어진 열매를 먹고 산 것으로 보인다. 가끔은 씨앗이나알뿌리도 먹었을 것이다. 진짜 비둘기라면 도저히 할 수 없을 정도로 지방을 많이 축적함으로써 몸집이 아주 비대해진 도도는 뚱뚱한 두 다리로 숲 속을 뛰어다녔다. 필시 빨리 뛰진 못했을 테고, 뛰는 모습도 우아하다고는 말하기 힘들었겠지만, 도도가 살아가는 환경에서는 그 정도면충분했다. 몸집은 점점 더 커지는 방향으로 진화했지만, 날개는 그만큼커지지 않아서 어느 순간부터 도도는 날지 못하게 되었다. 이것은 손해보다 이익이 많은 수지맞는 장사였다. 육중한 몸집의 이 새는 커다란 머리와 크게 벌릴 수 있는 부리로 큰 열매도 통째로 삼킬 수 있었다. 먹이가 풍부한 계절에 이런 식으로 몸속에 영양분을 효과적으로 저장함으로써 몸무게를 늘린 도도는 먹이를 구하기 힘든 계절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똑같이 열매를 먹고 살지만 몸집이 작은 새는 몸무게를 쉽게 늘리고 줄이지 못하므로 경쟁에서 불리했을 것이다.
물론 적의 공격을 피해 도망칠 수 있는 방법인 비행 능력을 포기한 것은 부정적 측면이다. 그러나 도도는 포식자가 존재하지 않는 생태계에서 진화했기 때문에 그것은 큰 대가가 아니었다. 원시 상태의 모리셔스섬에는 육상 포유류가 전혀 없었다. 설치류도 육식 동물도 사람도 없었다. 큰 파충류가 몇 종류 있긴 했지만, 몸무게가 14kg이나 나가는 큰 덩치에다가 노루발장도리처럼 생긴 부리를 가진 도도에게는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날지 못하는 도도는 땅 위에다 둥지를 만들었다. 이것 역시큰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그 생태계에서는 땅 위에 둥지를 짓는 것이안전하고 경제적이었기 때문이다. 한 역사 문헌에 따르면, 도도는 풀을물어다가 알을 품는 둥지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문헌은 또 도도가하얀 알을 한 번에 하나만 낳았으며, 알의 크기는 배만 했다고 한다. 도도는 모래주머니에서 음식물을 잘게 가는 걸 돕기 위해 조약돌을 삼킨것으로 보인다. 날카롭게 구부러진 부리는 큰 열매를 발톱으로 땅에다 꽉 누른 채 쏘아 먹는 데 사용했을 것이다. 최근에 한 역사학자는 도도는 물을 무서워하지 않아 마음껏 물을 마시고 목욕도 했지만, 헤엄은 치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우리가 도도의 생태나 행동, 생물지리학에 대해 아는 것은 고작 이정도이다. 그 밖의 모든 것은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불과하다.
도도의 노래는(만약 도도가 소리를 낼 수 있었다면) 우리의 기억에 남아있지않다. - P357

섬에만 사는 조류가 전 세계에 서식하는 조류의 20% 밖에 안 된다는사실을 고려하면 이 수치가 지니는 의미는 더욱 크다. 역사 시대에 일어난 조류의 멸종 가운데 90%가 전체 조류 중 20%만 사는 섬들에서 일어난 것이다. 이것은 섬에 사는 조류가 멸종할 확률이 대륙에서 사는 조류보다 50배나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섬에서 멸종을 맞이한 조류중 4분의 3은 작은 섬에서 멸종했다. 새들에게는 큰 섬이 더 안전한 셈이다. 따라서 모리셔스 섬처럼 작은 섬에 사는 새는 큰 섬에 사는 새보다 멸종을 맞이할 확률이 훨씬 더 높다. 왜 그럴까? - P362

도도 남획은 수십 년 동안 계속되었지만, 언제까지나 계속될 수는 없었다. 몸집이 크고 한 번에 알을 한 개만 낳는 새에게 이런 상황은 치명적이었다. 인간의 직접적인 살육 행위는 도도의 수를 심각하게 감소시켰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었다.
더 미묘하고 간접적인 이야기가 또 있다. 모리셔스 섬을 발견한 초기시절에 포르투갈 인은 섬에 돼지를 들여왔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나기전에 알 수 없는 경로를 통해 들어온 원숭이들이 모리셔스 섬에 들끓게되었다.
인간이 가져온 재앙돼지와 원숭이는 포르투갈 인과 네덜란드 인이 섬에 들여온 염소, 닭,소, 사슴, 고양이, 개보다 도도에게 더 위험한 존재였다. 염소하고는 먹이를 놓고 경쟁해야 했고, 고양이도 위험한 존재였지만, 돼지와 원숭이는 날지 못하는 도도에게 치명적인 포식자였다. 적어도 어린 도도와 둥지 속의 새끼들에게는 그랬다. 새로운 적들은 처음에는 수가 적었지만, 곧 숲을 장악하고 급속도로 번식했다.
돼지와 원숭이는 잡식성 동물이어서 한 가지 먹이 공급이 줄어든다고해서 개체수가 줄어들 만큼 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는다. 17세기 후반의 기록에 따르면, 돼지가 알을 하도 많이 먹어치우는 바람에 땅거북과 바다거북의 생식이 멈췄다. 1709년에는 야생 돼지의 수가 크게 불어나 그파괴 행위가 도를 지나치자. 80명의 무장 보안대가 소탕 작전에 나서 하루 동안 1,000마리 이상을 잡아 죽였다. 그러나 이 소탕 작전도 돼지 개체수를 줄이는 데에는 지속적인 효과가 없었다. 그리고 어차피 도도에게는 어떤 조처도 이미 때가 늦은 것이었다. - P368

희귀종이 된다는 것은 총체적 파국에 이르는 문턱이 낮아진다는 이야기와 같다. 절대적 기준에서 보면 사소해 보이는 불운도 희귀종에게는치명적인 불운이 되기 쉽다. 평범한 재난도 희귀종을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 개체는 그 종을 멸종 상태로 몰아넣은 진짜 요인들과는 관계 없는 우연한 사고로 죽어갈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지막 도도가 이베르센이 들렀던 작은 섬에서 죽은 게 아니라고 가정해보자. 이 마지막 도도는 17세기 말에 모리셔스 본섬에서만 살았다고 상상해보자. 이 외로운 생존자는 암컷이었다고 상상해보자 몸집이 크고 날지 못하는 데다가 어려운 상황을 맞아 혼란에 빠졌겠지만, 다른 도도와 달리 위험을 피하는 재주가 있어 살아남았다. 아니면, 그저 운이 좋았을 수도 있다.
아마도 마지막 도도는 인간이 초래한 온갖 종류의 위협이 비교적 천천히 밀려온 남동부 해안의 밤부스 산맥에서 평생 동안 살았을 것이다.
아니면, 블랙리버 협곡의 시내가 흘러내려가는 곳에 숨어 살았을지도모른다. 하지만 마침내 이 마지막 도도에게도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알에서 깬 새끼는 멧돼지가 먹어버렸고, 마지막 알은 원숭이가 먹어치웠다. 배우자였던 수컷은 굶주린 네덜란드 인 선원의 몽둥이에 맞아 죽었고, 다른 짝을 찾을 희망은 전혀 없다. 새가 기억할 수 있는 시간보다 훨씬 긴 마지막 몇 년이 지나는 동안 도도는 자신 외에 다른 도도를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
도도는 희귀종에서 멸종 상태로 내몰렸다. 하지만 이 마지막 한 마리가 아직 살아 있었다. 이 도도의 나이가 30~35세였다고 하자. 대다수 조류에겐 너무 많은 나이이지만, 도도처럼 덩치가 큰 종에게는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도도는 더 이상 달리지 못하고 뒤뚱뒤뚱 걸었다.얼마 전에는 눈까지 멀었다. 소화계 기능도 크게 떨어졌다.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던  1667년(예컨대)의 어느 날 새벽, 마지막 도도는 블랙리버협곡의 차가운 바위턱 아래에서 비바람을 피하고 있었다. 도도는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조금이라도 온기를 얻으려고 깃털을 세웠다. 힘겨운고통을 간신히 견뎌내며 눈을 가늘게 뜨고 앞을 응시했다. 그리고 묵묵히 기다렸다. 도도는 자신이 이 세상에 유일하게 남은 마지막 도도라는사실을 몰랐다. 그것은 아무도 몰랐다. 이윽고 비바람이 그쳤을 때, 도도는 다시 눈을 뜨지 못했다. 그와 함께 도도는 멸종했다. - P378

그 후부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주머니늑대가 양을 잡아먹게된 것이다.
1824년에 한 정착민은 "퓨마 비슷한 동물이 양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어 큰 손해를 끼친다. 28 라고 불평했다. 양고기 맛을 안 주머니늑대는행동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나 탁 트인 장소는 여전히 피했지만, 양을 방목하는 사람들이 양을 후미진 곳으로 몰고오면, 주머니늑대는 이게 웬 떡이냐며 양을 사냥했다. 그러자 목장 주인들의 행동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들은 여전히 들에 양을 방목했지만, 양을 잃은 것에 분노했고, 주머니늑대에게 심한 증오심을 품었다. 그들의 불평은 점점 잦아졌고 그 대상은 주머니늑대로 집중되었다. 그들은 ‘호랑이‘가 양을 너무 많이 죽인다고 말했다. 그런데 영국인이 데려온 개들도 탈출해 야생에서 살아가면서 양을 많이 죽였다. 또, 숲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나 도망친 죄수들도 양을 훔쳐갔다. 하지만 이국적인 짐승으로 보이는(엄밀하게는 주머니늑대가 토착종이고 양이 외래종이지만) 주머니늑대는 가장 편리한 증오의 대상이었다. 양이 큰 무리를 지어 다니는 산 근처에서 이 동물들은 많은 양을 죽인다. 주머니늑대는 자신이죽인 양뿐만 아니라 자신이 죽이지 않은 양에 대해서까지 비난을 받았다. 마침내 1830년에 포상금 사냥이 시작되었다. - P389

"태즈메니아섬 전체에서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이 급격한 감소 현상은 사냥 때문에 멸종에 이른 종에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 아니다. " 물론 사냥이 중요한 원인이었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없다. 그러나 동시에 다른 치명적인 요인들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거라고 가일러는 추측했다.
그러한 요인들은 어떤 것이었을까? 먼저 서식지 상실을 들 수 있다. 19세기 중반까지 살기에 좋은 땅들(동해안 지역, 호바트에서 더웬트 강을따라 상류 쪽으로 뻗은 지역, 중부 지역, 북서부 지역)은 개인 정착민이나 반디펜스랜드 회사에 양도되거나 매각되었다. 계곡 지역은 벌목되었고, 울타리가 세워졌으며, 수많은 양과 소가 방목되었는데, 이 모든 것은 태즈메이니아 섬의 많은 땅을 주머니늑대가 살아갈 수 없는 곳으로 변화시켰다. 게다가 들개하고도 경쟁해야 했다. 들개는 양만 잡아먹은 것이아니라, 주머니늑대의 먹이인 왈라비와 숲왈라비 (캥거루와 비슷하게 생긴소형 초식 동물도 잡아먹었다. 그리고 포상금 사냥이 시작되었다. 정부는 1909년까지 주머니늑대 2,000마리 이상에 대해 포상금을 지불했다.
게다가 무두질 공장의 자료에 따르면, 한창 번창하던 가죽 수출 산업을위해 그 외에도 수천 마리가 더 희생된 것으로 보인다. 이 세 가지 주요요인(서식지 상실, 외래종과의 경쟁, 사냥) 외에 전염병이라는 한 가지 요인이 더 있지 않았을까 하고 가일러는 의심한다. - P392

 전체적인 경향은 명백했다. 섬은 면적이작을수록 국지적 멸종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국지적 멸종‘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국지적 멸종은 어떤 종이나 아종이 완전히 멸종하는 것과는 달리, 다른 장소에서는 같은 종이나 아종의 개체군이 살아가더라도 특정 지리적 장소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가던 개체군은 멸종하는 것을 말한다. 케이프런섬에서 마지막 숲캥거루가 죽은 것은 국지적 멸종이다. 태즈메이니아섬의 다른 곳에서는 숲캥거루가 계속 살아갔기 때문이다. 킹 섬에서 가이마르디발톱꼬리왈라비가 사라진 것이나 플린더스 섬에서 동부줄무늬밴디쿠트가 사라진 것도 국지적 멸종이다. - P400

이상의 일반적인 결론 세 가지 외에 다이아몬드는 더 포괄적인 결론한 가지를 덧붙였다. 자료에서 중요한 패턴 한 가지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멸종 위험은 추정 개체군 크기에 반비례한다는 것"이었다. 일정한 면적에서 살아가는 육식 동물은 초식 동물보다 개체수가 적게 마련이다. 또, 큰 육식동물은 작은 육식 동물보다 개체수가 적다. 그리고 서식지 조건에 까다로운 종은 그렇지 않은 종보다 개체수가 적다.
따라서 서식지 조건에 까다로울수록, 육식 동물일수록, 특히 큰 육식 동물일수록 멸종 위험이 더 크다. 개체군이 큰 좋은 쉽게 멸종하지 않는다. 개체군이 작은 좋은 쉽게 멸종한다. 이것은 놀라운 사실은 아니지만, 중요한 사실이다.
달리 표현하면, 희귀성은 위험하다. - P403

왜 희귀성은 위험한가? 왜 작은 개체군은 멸종하는가? 그 답은 개략적으로 살펴볼 때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매우 복잡하다. 여기서는 개략적인 답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자. 작은 개체군이 덜종하는 이유는 (1) 모든 개체군은 때때로 생태학자들이 결정론적 요인과 확률적 요인이라 부르는 두 가지 요인 때문에 크기에 요동이 생기고,
(2) 큰 개체군과 달리 작은 개체군은 요동이 일어나면 0에 접근하기가쉽기 때문이다(0에 가까이 위치하므로).
결정론적 요인이란 무엇을 말할까? 직접적인 인과 관계를 포함하고있어 어느 정도 예측과 제어가 가능한 요인을 말한다. 본질적으로 그것은 인간 활동을 의미한다. 사냥이나 덫, 서식지 파괴, 외래종 도입, 살충제 사용. 새나 거북의 알을 훔치는 행위, 송어나 장어의 회유 길목 차단,
직간접으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는 그 밖의 의도적 행위가 모두 이에해당한다. 이러한 것들은 예측이 가능하고, 합리적이고(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제어가 가능하다. 따라서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기만 한다면, 이러한 요인을 제거할 수 있고, 지금까지 일어난 손상을 회복할 수 있다.
그렇다면 확률적 요인이란 무엇일까? 우리의 예측과 제어를 벗어난영역에서 작용하는 요인을 말한다. 이것은 실제로 임의적으로 일어나거나, 지구물리학적 또는 생물학적 원인과 알 수 없게 복잡한 방식으로 연관되어 임의적으로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편의상 확률적 요인은 우연한 사건으로 간주할 수 있다. 날씨 패턴이 그런 예이다. 예년과 달리혹독한 추위가 몰아닥친 겨울 날씨는 우연한 사건이다. 가뭄 역시 그렇다. 벼락이 떨어져 발생한 숲의 화재 역시 그렇다. 이러한 요인들은 일부 종의 개체수를 감소시키는 요동을 초래한다. 혹독한 겨울 뒤에 가뭄이 닥치고, 그 뒤에 화재가 발생하고, 다시 혹독한 겨울이 찾아온다면 아래로 향하는 요동은 더욱 크게 나타날 것이다. - P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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