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동소적 서식은 경쟁을 수반하고, 경쟁은 분기를 촉진한다. 이것이 곧 적응 방산이다. 한 섬에 함께 사는 근연종들(산타크루스 섬에 사는땅핀치들이나 플로레아나 섬에 사는 나무핀치들처럼)은 서로 차별화할 방법을 찾지 않으면 오래 공존할 수 없다. 두 종이 너무 비슷하면 한 종은 멸종하거나 다른 장소로 쫓겨나고 남은 종이 그 생태적 지위를 배타적으로 차지한다. 같은 장소에서 공존하려면 가용 자원을 쪼개 쓸 수 있어야하며, 더 세밀하게 나누어진 생태적 지위에 적응해야 한다. 근연종이같은 서식지에서 살아가려면 서로 다른 종류의 먹이를 먹고 사는 방법이 있다. 만약 같은 종류의 먹이를 먹고 산다면, 먹이를 구하는 장소를달리하는 방법이 있다. 또 한 가지 차별화 방법은 크기의 차이이다. 몸크기나 부리 크기, 그리고 먹을 수 있는 먹이의 크기가 다르면 된다. 그래서 비슷한 종 사이에서 크기에 따라 다시 종들이 구분된다. 땅핀치는몸크기에 따라 큰땅핀치, 중간땅핀치, 작은땅핀치가 있고, 나무편치도큰나무핀치, 중간나무핀치, 작은나무핀치가 있다. 또, 부리도 워블러처럼 작고 세밀한 것에서부터 앵무처럼 크고 무거운 것까지 다양하다. - P307

설로웨이의 논문은 다윈을 공격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야기의 편리함을 위해 기록을 조작한 사람들의 모호한 생각을 비판한 것이다. 설로웨이가 주는 교훈은 다른 분야의 영웅들과 마찬가지로 과학의 영웅들에 대해서도 전설이 만들어지기 쉬우며, 전설은 과학이나 역사하고는아무 상관이 없다는 사실이다.

밝혀진 바와 같이, 다윈은 갈라파고스 제도에 머무는 동안 핀치들을 서식하는 섬에 따라 분류하려는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 나중에 그가 발표한 채집 장소 정보는 영국으로 돌아온 뒤에, 다른 동료들이 신중하게 채집 장소를 기록한 표본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설로웨이는 또 이렇게 덧붙였다.

다윈이 갈라파고스 제도에 머무는 동안에 적응방산을 통해 진화가 일어난다는 개념을 깨달았다는 주장에 대해 말한다면, 그 당시 다윈은 다양한 핀치 종들에서 이 놀라운 현상이 더 많이 나타날수록 그것을 핀치들끼리 흉내내는 형태라고 오해했다. 영국에 돌아온 뒤에도 존 굴드가 이 특이한 조류 집단의 유연 관계를 명확하게 설명했을 때, 다윈은 갈라파고스핀치들이어떻게 진화했는지 즉시 이해하지 못했다. 특히 다윈은 핀치의 식성과 지리적 분포(핀치의 진화를 제대로 설명하는 데 중요한 정보)에 대해 제한적이고 대체로 틀린 개념만 알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전설이 우리에게 믿으라고 하는 것과는 반대로, 핀치는 다윈의 진화론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는커녕 <종의 기원》에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 P315

특히 하와이 제도에서는 꽃식물, 달팽이류, 곤충, 꿀빨이새 등에서 종분화와 적응 방산의 극적인 사례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하와이 제도에서 이런 현상이 많이 나타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복합적이다.
하와이 제도는 지구상에서 격리 수준이 가장 심한 군도이고, 대양도치고는 비교적 나이가 많다. 전체 면적이 대다수 군도보다 넓고, 주요 섬들(하와이 섬, 마우이 섬, 오아후 섬, 카우아이 섬)도 대다수 대양도보다 더넓다. 또 기후가 따뜻하고 강우량이 많으며 지형이 가파른데, 이것은 생물의 풍부성을 높이는 세 가지 조건이다. 마지막으로, 계곡과 용암류,
산등성이가 지나가면서 산기슭을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격리된 소규모서식지가 아주 많다. 다윈은 하와이 제도를 본 적이 없다. 만약 그가 하와이 제도를 보았다면, 갈라파고스 제도를 보잘것없는 곳으로 생각했을것이다. - P317

그는 그것을 <유전자 환경의 변화와 진화 Change of Genetic Environment andEvolution>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발표했다. 그 핵심 내용은 ‘유전자 환경‘
이라는 개념인데, 이 용어는 마이어가 주어진 유전자 풀의 대립 유전자들을 서로 연결시키는 상호 의존 효과의 기반을 표현하기 위해 모순어법으로 쓴 것이다. 유전자 환경에 갑작스런 변화가 일어나면, 각 대립유전자가 다른 대립 유전자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추가적인 변화를 연쇄적으로 촉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한 연쇄 변화를 촉발하는 방아쇠 역할을 할 수 있는 용의자 중 하나가 장시자 원리이다. 어떤 동물또는 식물 종의 작은 개체군이 격리되어 조상의 대립 유전자 중 일부 표본만 남아 있다면, 새로운 유전자 환경은 큰 개체군의 유전자 환경과 극적으로 다를 수 있다. 그릴 경우, 작은 개체군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함에 따라 유전자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
이것을 이해하려면 대립 유전자가 절대적 가치를 가진 게 아니라는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적응 자체는 상대적 개념이며, 어떤 대립유전자의 적응적(혹은 비적응적 가치는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비록어떤 대립 유전자가 한 환경에서 도움이 되더라도(혹은 해가 되거나 중립적이라도), 환경이 달라지면 그 가치가 달라진다.  - P349

환경의 한 측면, 즉 서식지의 물리적, 생물학적 조건은 외부적인 것이다. 또 다른 측면은, 마이어의 견해에 따르면 유전적인 것으로, 한 개체내에 존재하는 상호 의존적인 대립 유전자들의 기반과 한 개체군 내에존재하는 더 광범위한 대립 유전자들의 기반이 그것이다. 마이어는 대립 유전자를 오자미 속에 아주 많이 들어 있는 콩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대립 유전자는 통합 시스템의 일부로 기능하는데, 시스템이 변하면 특정 대립 유전자의 가치 역시 변할 수 있다. 한 유전적 환경에서 도움이 되었던 대립 유전자는 다른 환경에서는 치명적인 것이될 수도 있다. 또, 한 유전적 환경에서 전혀 힘을 쓰지 못했던 대립 유전자가 다른 환경에서는 두드러진 효과를 나타낼 수도 있다. 한 개체군 내에서 희귀할 때에는 아주 약간만 도움을 주던 대립 유전자가 전체 개체군이 그것을 가질 때에는 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한 유전자의 대립 유전자가 같은 동물에게 있는 많은 유전자의 대립 유전자와 상호작용하고, 또 생식을 하는 개체군의 유전자 풀과도 상호작용한다고 가정하면, 유전자 환경의 변화에서 비롯되는 연쇄적 변화는 아주 극적으로 일어날수 있다. 마이어는 이렇게 표현했다. "실로 그것은 진정한 ‘유전자 혁명‘의 성격을 지닐 수 있다." - P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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