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뒤에 바짝 붙거라."
바람이 아버지의 목소리를 흉내내어 내게 말했다. 나는 그 말대로 머리를 잔뜩 숙여 붙이고 바람의 등덜미로 바싹 따라붙었다. 그러자 그것은 바람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내 앞에서 바람의 칼날을 부러뜨려 양옆으로 흘려보내고 있었다. 아버지의 등이 전에 없이 커져서 갑자기 뒤에 매달린 바지게의 넓이하고 거의 비슷할 정도였다.
"춥지야?"
이번에는 아버지가 영락없이 바람의 목소리를 흉내내었다. 아니라고, 별로 추운 줄 모르겠다고 대답할 참이었다. 그런데 나는 엉겁결에 그만 커다란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예."
"너 못할 일만 시키는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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