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곤충이나 조류가 새로운 섬에 도착하여 개체군을 형성하면, 거대화를 향한 진화는 지방 저장, 안정적인 체온 유지, 포식자에 대한 방어 등에서 이점을 제공한다. 그러나 거대화는 또한 비행 능력을 상실하는 길이기도 하며, 그것은 섬에 격리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러한 진화경향은 일종의 순환 논리를 보여준다. 섬에 사는 큰 곤충이나 조류는 섬에 갇혀 격리되었기 때문에 몸집이 커졌을 수도 있지만, 몸집이 크기 때문에 섬을 떠나지 못하고 묶여 살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먼저 일어났는간에 결과는 확산 능력 상실로 나타난다. - P265
19세기의 박물학자 중에서 주금류의 수수께끼에 대한 답을 깨달은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중 한 사람이 윌리스였다. 월리스는 이미 1876년에 《동물들의 지리적 분포 The Geographical Distribution of Animals)라는책에서 뉴질랜드, 마다가스카르섬,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의 큰 새들이모두 공통 조상에서 유래했다고 추측했다. 그는 이 주금류들이 "육식성포유류가 출현하기 이전 시대에 진화한 아주 오래된 종류의 새로서, 그러한 위험한 적들의 공격에서 오랫동안 벗어난 지역에만 보존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날지 못하는 큰 새들이 어떻게 멀리 떨어진 섬까지가서 정착했는지는 윌리스도 설명하지 못했다. 여기에 빠진 중요한 퍼즐 조각은 바로 대륙 이동이었다. - P269
그렇지만 필립 달링턴의 이름과그가 1943년에 섬에 사는 딱정벌레가 날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다윈이제시한 설명을 비판하면서 "면적의 제약은 종종 격리된 동물상에서 동물 종의 수와 종류를 제한한다."12 라고 주장했다는 사실은 기억해두는게 좋다. 다시 말해서, 면적이 작은 곳은 면적이 큰 곳보다 서식하는 종의 수가 적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이 마데이라 섬의 딱정벌레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 P280
갈라파고스제도의 ‘온순한‘ 동물들은 그저 경계심이 없을 뿐이며, 사람에게만 그런게 아니라 잠재적 적에게도 경계심을 보이지 않는다. 다윈에게 약점을보인 갈라파고스 제도의 매는 몽구스에게도 약점을 보였을 것이다. 다윈을 믿은 흉내지빠귀는 나무뱀에게도 같은 행동을 보였을 것이다. 왜그럴까? 갈라파고스 제도의 매와 흉내지빠귀는 바보들의 낙원에서 진화했기 때문이다. 약 100만 년에 걸친 진화의 역사를 통해 이들의 조상은 몽구스나 나무뱀, 머리가 벗겨진 영국인 박물학자가 전혀 존재하지않는 섬에서 살아왔다. 따라서 tameness‘ 보다 더 적절한 용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방어 적응 능력 상실‘보다 더 나은 용어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모든 특징(보호색 상실, 경고 메커니즘 상실, 요람기 연장, 경계심 상실을 포함해)을 나타내는 데 내가 선호하는 용어는 ‘생태학적 순진성ecological naiveté‘이다. 이 동물들은 어리석은 것이 아니다. 다만, 큰 세계보다 더 단순하고 더 순진한 작은 세계에서 살아가는 데 알맞게 진화했을 뿐이다. - P283
다윈과 운 나쁜 바다이구아나의 만남은 《비글호 항해기》에 나온다. 거칠게 내팽개쳤는데도 불구하고, 바다이구아나는 헤엄쳐서 곧장 다윈이 서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다윈은 바다이구아나를 다시 집어던졌다. 녀석은 또다시 돌아왔다. "바다이구아나는 아주 우아하고 민첩한 동작으로 바닥 근처에서 헤엄쳤고, 울퉁불퉁한 바닥을 지날 때에는 가끔 발을 사용하기도 했다. 가장자리 근처에 이르자마자 여전히 물속에 머물면서 해초 사이에 몸을 숨기거나 바위 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리고위험이 지나갔다고 판단하자, 마른 바위 위로 기어나오더니 재빨리 달아났다. " 그러나 운 나쁜 바다이구아나는 한가한 시골뜨기나 잠깐 흥미를 느낀가학적인 어린이를 만난 게 아니었다. 앞에 있는 사람은 바로 호기심 많은 박물학자 찰스 다윈이었다. "나는 그 녀석을 여러차례 붙잡아 다시던져보냈지만, 녀석은 뛰어난 잠수 능력과 수영 능력이 있는데도 결코물속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내가 집어던질 때마다 앞에서 말한 대로 항상 되돌아왔다."24 다윈은 가끔 도덕적 일탈을 보여주긴 했지만(특히 23년 뒤에 월리스의 논문을 받았을 때), 전반적으로는 위대한 과학자일뿐만 아니라 존경할 만하고 허세를 부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나는 이구아나와 만난 이 일화가 그의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꼽고 싶다. 그는 호기심이 왕성했고 주의력이 뛰어났다. 또 친절하지만 단호하고 영리했다. 그리고 미치광이처럼 보이는 짓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윈은 무엇을 알아냈을까? "이 어리석어 보이는 특징은 환경닷으로 돌릴 수 있다. 이 파충류는 해변에는 적이 하나도 없는 반면, 바닷속에서는 종종 다양한 종류의 상어에게 잡아먹혔다. 그래서 해변을 안전한 장소로 여기는 유전적 본능이 생겨 어떤 비상 사태에도 해변 쪽으로 달려가려고 하는 것이다." 진화는 바다이구아나에게 오직 한 가지 방어본능만 제공했다. 위협이나 공격을 받으면 무조건 해변 쪽으로 달아나는 것이다. 그러나 진화는 변화한 환경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임기응변은 제공하지 않았다.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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