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깎는 시대에서 쌓는 시대로 바뀌면 무슨 일이 생길까? 우선깎는 시대에 만연했던 낭비가 사라진다. 「밀로의 비너스」를 만들고자 버려진 대리석을 생각해 보라. 깎는 시대에는 어쩔 수 없이 쓸모없이 버려지는 찌꺼기가 많았다. 하지만 쌓는 시대에는 재료를 꼭 필요한 곳에만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제조 현장에서 3D 프린팅의 도입이 가져올 가장 큰 변화는 거푸집(금형)의 퇴출이다. 지금은 칫솔 하나, 볼펜 하나, 고무 오리 하나를 찍어내려고 해도 많은 돈을 들여서 금형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3D 프린팅 시대에는 이런 금형이 필요 없다. 원하는 물건의 G코드만알면 1개든, 2개든 원하는 만큼 물건을 만들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만약 고무 오리를 찍어낼 금형 비용이 약1000만원이고, 고무 오리 1개당 비용이 2만 원이라면 어떨까? 지금은 똑같은 고무 오리를 많이 찍을수록 제조 원가가 계속 낮아진다. 100만개를 만들 때쯤에는 원재료 비용만 들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굳이 쓸모가 없더라도 고무 오리를 100만개 이상 만드는 게 훨씬 유리하다. 3D 프린팅을 도입하면 정반대 상황이 된다. 일단 금형을 제작하는 1000만 원을 아낄 수 있다. 그러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1개를만들든 100만 개를 만들든 낱개에 들어가는 원가가 똑같다. 그러니까 똑같은 고무 오리 100만 개를 찍는다면 엄청난 비용이 든다. 대신에 서로 다른 모양의 고무 오리 수백 종을 수백 개씩 생산하는 일이가능해진다. 이런 특성 때문에 이미 3D 프린팅이 가장 먼저 도입된 분야가있다. 치아 교정이 그 한 예다. 치아의 모양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틀니, 인공 치아, 치아 교정기는 세상에서 딱 하나만 필요하다. 3D프린터로 이런 틀니, 인공치아, 치아 교정기를 만든다면 비용이 크게 절감될 것이다. 실제로 이 분야는 발 빠르게 3D 프린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 P296
채굴이라은 표현을 썼다고 비트코인을 금처럼 땅에서 캐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비트코인 채굴이란 고용량 컴퓨터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복잡한 연산을 수행하는 일이다. 이런 연산을 성공적으로 하면 보상으로소량의 비트코인이 지급된다. 이 과정을 금을 캐는 일에 비유해 채굴이라고 부른다. 불특정 다수가 자신의 고용량 컴퓨터로 비트코인을 채굴하는과정이 바로 일대일로 이뤄지는 비트코인의 거래 내용을 정리하는 일이다. 이렇게 비트코인 시스템 유지에 이바지한 대가로 그들에게 새로운 비트코인이 주어진다. 수많은 컴퓨터를 동원한 다수의 참여로거래 내용이 기록되다 보니 비트코인은 해킹으로부터도 안전하다. 예를 들어 보자. 해커가 은행 거래 기록을 해킹하려면 은행의 중앙서버에 침투해야 한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거래 정보의 사본이 여러 곳에 저장돼 있는 데다, 그 정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복잡한 연산처리(채굴)가 필수다. 그러니 해커가 비트코인 거래 내용을 조작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안전한 금융 혁신을 가능케하는 ‘블록체인 (block chain)‘ 기술이다. - P301
기왕에 모유의 신비를 탐색하기로 했으니 한가지만 더 언급하자, 살모넬라균(Salmonella), 콜레라균(Vibrio cholerae) 처럼 이름만 들어도무시무시한 병원균은 우리 몸속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소화관에 자리를 잡는다. 그때 이 병원균이 달라붙는 곳이 바로 장 세포 표면에있는 특정한 모양의 당 분자인 글리칸(glycan)이다. 병원균 블록이 글리칸 블록과 만나서 결합하는 것이다. 그런데 올리고당의 생김새가 바로 글리칸과 비슷하게 생겼다. 병원균 블록이 글리칸 블록 대신 올리고당 블록에 붙으면 세균 감염이 차단된다. 놀랍게도 올리고당은 후천성 면역 결핍증(AIDS)을 일으키는 바이러스(HIV)도 차단할 수 있다. HIV에 감염된 엄마의 젖을 빠는 아기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유를 몇 달이나 먹으면서도 안전한 것도 이런 사정 탓이다. - P314
생물학적 위험은 어떨까? 흔히 유기농 먹을거리를 ‘생명의 먹을거리‘라고 부른다. 몸에 좋은 세균도 생명이지만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키는 몸에 나쁜 세균이나 인체에 해를 주는 기생충도 생명이다. 즉 유기농 먹을거리는 생명의 먹을거리이기 때문에 좋은 세균뿐만 아니라 나쁜 세균이나 기생충도 살아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가끔 유기농 먹을거리는 안전하기 때문에 대충 씻거나 그냥 먹어도 된다고 믿고 또 그렇게 권하는 사람을 보았다. 위험하다. 유기농먹을거리는 농약을 뿌려서 키운 ‘관행 농업‘ 먹을거리보다 훨씬 더 깨끗이 씻어 먹어야 한다. 그래야 혹시 묻어 있을지 모르는 나쁜세균이나 기생충을 제거할 수 있다. 햄버거에서 장출혈성 대장균이 나올 가능성 때문에 소동이 벌어진 적이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 햄버거 패티가 이 대장균에 오염되어서 사망자까지 나왔다. 그래서 장출혈성 대장균이 일으키는 ‘용혈성 요독 증후군(HUS)‘은 ‘햄버거병‘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런데2011년 독일에서 뜻밖의 일이 있었다. 장출혈성 대장균에 3,000명 이상이 감염되었고 최소한 30명 정도가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때도 잘 익지 않은 햄버거 패티가 장출혈성대장균에 오염된 것이 문제였을까? 진짜 원인은 충격적이었다. 한 먹을거리 업체에서 공급한 유기농 채소가 오염되면서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장출혈성 대장균도 생명이기 때문에 유기농채소 안에 똬리를 틀고 있었던 것이다. - P323
이 대목은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독감의 두 유형가운데 A형이 상대적으로 독성이 강하다. A형 독감은 이론적으로는144종의 변종이 가능하다. 2009년 수십 명의 사망자를 낸 ‘신종 플루(HINI)‘도 A형 독감이었다. 당시 전 세계를 강타했던 HINI 바이러스는 이제 계절 독감으로 자리를 잡았다. B형 독감은 딱 2종(빅토리아, 야마가타)이다. 이런 사정을 염두에 두고, WHO는 겨울이 오기 전에 유행 독감을 전망한다. 그래야 제약업체가 맞춤한 백신을 독감 유행 전에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WHO는 보통 A형 두 종류, B형 한 종류의 독감을 꼽는다. 2017~2018년 겨울에도 A형 두 종류(HINI, H3N-)와 B형 한 종류(빅토리아)가 선정됐다. 제약 업체는 이 전망대로 백신을 제조해서 공급했다. 보건소. 병원과 의원 등에서는 바로 이 백신을 65세 이상 노인과 어린아이에게 무료 접종했다. 이른바 ‘3가 백신‘이다. ‘4가 백신‘은 WHO가 권장한 세 종류의 독감에다 B형 독감의 나머지 한 종류(야마가타)까지예방이 가능하도록 추가한 것이다. 그런데 WHO 독감 유행 전망은 종종 빗나간다. 2017~2018년겨울에도 그랬다. A형 독감 두 종류는 WHO의 예상대로였는데, B형독감은 애초 예상한 종류(빅토리아)가 아닌 다른 것(야마가타)이 유행했다. 결국, 3가 백신을 접종받은 노인, 어린아이 상당수가 미처 유행을 예상치 못한 다른 종류(야마가타)의 B형 독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 P398
특히 프랑스의 고독사 대응 가운데 혼자사는 노인과 주거가 불안정한 대학생의 동거를 연결하는 프로그램은 인상적이다. 고독사를 막는 방안으로 일종의 대안 가족(공동체)의 탄생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운이 좋다면 노인과 대학생의 소통 가능성까지 높일 수 있으니얼마나 기막힌 방안인가. 물론 안다. 생면부지에 자칫하면 잔소리꾼이 되기 십상인 노인이나, 버릇없고 사사건건 눈에 거슬리는 행동의 대학생보다는 귀여운 개나 고양이가 가족으로서는 낫다. 하지만 아파서 쓰러졌을 때는 개나 고양이보다는 사람이 옆에 있는 게 낫다. - P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