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도 그때 수상한 앰네스티 언론상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 상은 줄기 세포 조작 스캔들을 폭로한 공으로 주어진 것이아니라, 그때나 또 지금이나 내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줄기 세포 연구의 윤리 부재를 비판한 기사로 주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지점은 한번 음미해 볼 생각거리를 준다. - P51
"강기자 지적에 부끄러워서 기자를 그만뒀소." 전화를 끊고 나서 마음이 무거웠다. 그랬다. 이 기자를 포함해몇몇이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황우석 사태 때의 책임을 지고서 기자생활을 그만두었다. 그런데 아무도 묻지 않은 책임을 지고서기자생활을 그만둔 이 기자들은 그나마 평소에 양질의 과학 기사를쓰려고 노력했던 이들이었다. 정작 황 박사와 엉겨 붙어 희희낙락대던 이들은 지금도 여전히 과학이나 의학 전문‘ 기자 행세를 하면서 활보하고 다닌다. 마치 자신은 그때 진실의 편에 섰던 것처럼 시치미 뚝 떼고서 말이다. 이와 관련한 후일담 하나. 황우석 사태가 한창 정리 국면이던 2006년 초에 과학기술부 산하기관의 한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 왔다. "4월에 ‘대한민국과학문화상‘ 시상식이 있는데 신문 및 잡지부문에서 강양구 기자가 여럿으로부터 추천이 되었습니다. 공적 조서를 내서 후보자로 이름을 올리시죠." 과학기술부는 황우석 사태가 이렇게 엉망이 된 데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정부 부처였다. 그런데 황우석 사태가 아직 채 정리가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과학기술부 장관이 주는 상을 받으라니! 이런 내용을 담아서 답장을 보내고서 잊어버렸다. (더구나 과학기술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과학 담당 기자들이 돌아가면서 이 상을 받는 꼴사나운 행태도 역겨웠다.) 그해 4월, 과학기술부에서 날아온 보도 자료를 보고서 어이가없었다. 혹시, 2005년 11월에 처음으로 ‘제보자를 색출하라.‘뉘앙스의 보도를 했던 그 기자 생각나는가? 바로 그 기자가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신문 및 잡지 부문 수상자(상금 1000만원)로 선정이 되었던 것이다. - P57
그런데 이렇게 ‘착한 놈‘과 ‘나쁜 놈‘의 선악 구도로 나뉘지 않는중요한 문제가 갈수록 늘고 있다. 윤리, 복지, 환경 등 가치에 기반을둔 문제가 그렇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다룰 때, 저널리즘은 때로 대중의 상식에 반하는 문제제기도 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격렬한 반발도 감수해야 한다. 황우석 사태, 특히 난자 출처를 둘러싼 윤리 문제가 바로 그런예였다. ‘세계적인 과학 업적 앞에 윤리 문제 따위는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대중의 반발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리고 PD수첩과 한학수 PD는 바로 그런 문제를 들춤으로써 PD 저널리즘의진화를 시도했다. 그런데 이런 「PD수첩」과 PD 저널리즘의 시도는 그 이후에 더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가끔 고약한 질문을 던진다. 만약 제보자가 난자 출처를 둘러싼 윤리 문제만 놓고서 「PD수첩」을찾아갔더라도, 「PD수첩」과 한학수 PD는 기꺼이 나섰을까? 아니 그때 이른바 ‘황까‘였던 사람들도 이렇게 대답하지 않았을까? "그래도 줄기 세포는 있잖아요?" - P60
착한 30퍼센트 vs. 나쁜 30퍼센트, 승자는?
개인적으로 마음에 와닿았던 대목은 바로 ‘착한 30퍼센트‘와 ‘나쁜30퍼센트다. 인정사정없는 월스트리트 게임을 한다는 신호에도 33퍼센트는 여전히 협력을 선택했다. (착한 30퍼센트) 반면에 신뢰를 강조하며 공동체 게임을 한다고 해도 30퍼센트는 자기만 챙겼다. 또 10달러를모조리 가져가도 아무도 개의치 않는 상황에서 얌체처럼 그 돈을 모조리 챙긴 28퍼센트가 있었다. (나쁜 30퍼센트)여기서부터는 아니면 말고 식의 가설이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언제든 타인을 배려할 준비가 되어 있는 30퍼센트와 그런 마음 따위는 없는 30퍼센트 그리고 그 양극단 사이의 40퍼센트로 구성되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남을 도울 마음 따위는 없는 30퍼센트마저도 평판이 나빠질 위험이 생기면 기꺼이 타인을 배려하는 척이라도한다. 이것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비밀이다. - P71
씁쓸한 결과다. 마시멜로 먹기를 참을 수 있는 의지력은 청소년기의 성취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했다. 반면에 자녀 교육 지원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집안의 넉넉한 살림 같은 사회 경제적 배경이오히려 결정적인 변수였다. 어렸을 때부터 의지력이 강해 봤자 현실에서 자수성가는 불가능했다. 가슴 아픈 사실이 하나 더 있다. 가난한 어린이는 눈앞의 마시멜로를 곧바로 먹어 치우는 경향이 강했다. 앞에서 소개한 불신이 어린이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결과를 염두에 두면 이런 가설이 가능하다. 부모의 소득이 변변치 못한 어린이일수록 불신 환경에 여러 번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어린이날 로봇 장난감 사주기로 했잖아요?" "어떡하니, 아빠가 돈이 없어.")그런 어린이에게 확실히 보장된 미래는 없다. 몇 분 뒤에 마시멜로를 하나 더 줄지 말지는 당장 관심사가 아니다. 눈앞의 마시멜로는먼저 먹어 치우는 것이 남는 장사다. 실제로 가난한 환경에서 자란아이는 장기적인 계획보다는 단기적인 보상에 집착한다는 여러 증언과 연구 결과가 있다. - P75
그런데 가장 최신(!) 로봇의 모습은 상당히 다르다. 조규진 교수는 ‘소프트 로봇(soft robot)‘의 권위자다. 소프트 로봇은 딱딱한 금속 대신에 유연한 소재를 활용해서 만든 로봇이다. 소프트 로봇은 유연성이 떨어지는 금속 로봇보다 훨씬 더 다양한 상황에 적응할 수 있어 동작이 둔하기 마련인 금속 로봇보다 현실에서 활약할 가능성이 크다. 생각해 보라. 딱딱한 금속 로봇은 땅이 갈라지고 건물이 무너진지진 후의 재난 현장이나 이곳저곳 장애물이 가득한 전쟁터에서 이동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소프트 로봇의 경우에는 움직임이 유연하기 때문에 험지를 이동하는 데 훨씬 더 유리하다. 조규진 교수와학생이 함께 만든 소프트 로봇 ‘스누맥스(SNUMAX)‘는 좋은 예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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