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차가운 도시
조리와 조리의 사촌은 지나가는 차에 눈 뭉치를 던지며 장난을 치고있었다. 조리가 서 있는 밀워키의 니어 사우스사이드 근처 길모퉁이에서 6번가를 따라 달리는 자동차들은 늘어서 있는 두 세대용 아파트 앞을 지나쳤다. 아파트에는 현관 계단이 딸려 있고 보도 가장자리에는 민들레가 피어 있었다. 북쪽을 향해 가는 차들 앞에는 성 요사팟 성당이 있었는데, 조리에게는 이 성당 위에 왕관처럼 올라앉은 돔모양의 지붕이 마치 막힌 변기를 뚫을 때 쓰는 고무 플런저를 뒤집어놓은 것처럼 보였다. 때는 2008년 1월, 밀워키 시는 관측 이래로 가장많은 눈이 내리는 겨울을 맞았다. 이따금 차 한 대가 6번가를 벗어나눈으로 둘러싸인 아세로에 더듬거리며 진입했고, 소년들은 바로 그런때를 노렸다. 조리는 눈을 단단히 뭉쳐 날렸다. 그러다 갑자기 차가멈춰 서더니 한 남자가 내렸다. 소년들은 아파트로 달려가 문을 잠갔다. 조리가 엄마 알린과 남동생 자파리스와 함께 사는 곳이었다. 자물쇠는 싸구려였고, 남자가 몇 번 세게 발로 차자 문이 부서졌다. 남자는 그걸로 만족하고 바로 사라졌다. 문이 부서졌다는 사실을 알게된 집주인은 알린과 아이들을 내보내기로 결심했다. 알린의 가족이그곳에 산 지 8개월만의 일이었다. 알린과 아이들은 하필이면 추운날이 집을 나와야했다. 하지만 알린이 더 버텼다면 집주인은 보안관을 불렀을 거고, 그러면 총을 찬 보안관이 부츠를 신은 운송업체 직원들과 함께 알린의 집이 더 이상 알린의 것이 아니라고 고지하는 판사의 명령문 종이를 들고 나타났을 것이다. 그러면 알린에게는 두 개의 선택이 주어졌을 것이다. 트럭 아니면 길바닥. - P14
한때는 미국 도시의 가장 그늘진 지역에서조차 강제 퇴거가 드물었다. 그런 일이 일어나면 사람들이 들고 일어났다. 대공황기에는 매년 벌어지는 강제 퇴거에 직면했던 빈민 가정의 수가 지금에 비하면새발의 피였는데도 퇴거가 일어나면 폭동이 발생할 정도였다. 1932년2월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는 브롱크스에 사는 세 가정을 퇴거시키는 데 저항하는 지역사회의 반발을 설명하며 이렇게 전했다."군중이 겨우 1,000명뿐인 건 아마 추위 때문이지 싶다." 이웃들은 판사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퇴거의 대상이 된 가정이 다시 원래 살던 곳으로 들어오도록 돕거나 이들의 가구를 깔고 앉아 퇴거에 저항하다가 직접 집행관들과 맞붙기도 했다. 집행관들 스스로도 퇴거를 이행하는 데 양면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들이 배지와 총을 들고 있는 건 퇴거를 집행하기 위해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 P17
이 책은 퇴거의 과정에 휩쓸린 여덟 가정을 추적한다. 흑인 가정도 있고, 백인 가정도 있으며, 아이가 있는 집도 없는 집도 있다. 퇴거는 도시 전역에서 일어나고 그 과정에는 집주인과 세입자뿐 아니라 친척과 친구, 연인과 옛 연인, 판사와 변호사, 마약공급책과 교회장로들까지 얽혀 있다. 퇴거는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집을 잃은 가정은 쉼터로, 폐가로, 거리로 내몰린다. 우울증과 질병을 불러오고, 가족들은 위험한 동네의 질 낮은 주택으로 떠밀리게 되며, 공동체의 근간이 흔들리고 아이들이 해를 입는다. 퇴거는 사람들의 창의력과 배짱은 말할 것도 없고 약점과 절망감을 백일하에 드러낸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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