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근데 딸기 안 좋아하지 않았어?"
혜수가 트레이를 내려놓으며 물었다.
"내가 원래 좀 그래."
"뭐가?"
"싫어했던 건 꼭 나중에 좋아하게 되더라고."
"왜 그래."
"그러게 말이야. 왜 그럴까. 그리고 좋았던 건 꼭 싫어져. 그래서 맨날 뒤통수 맞잖아. 근데 생각해보니까, 내 맘대로 점수를 너무 후하게 줘서, 혼자서 그 사람은 막 이렇고 저럴 것이다. 이상화하는데 그렇지 않으니까 애초에 그런 사람인 적이 없으니까. 그냥 나 혼자 뒤통수 맞은 기분이 드는 건지도 모르겠더라고."
정은은 선생님도 노력했을 것이라고 정은이 기대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썼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은이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선생님의 모습대로 마지막에 정은에게 연락하지 않은 것은 정은이 기대한 모습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었는지도 몰랐다. 이유가 무엇이었든 간에 이제는 물어볼 수가 없다. - P152
그리고 무엇보다 아무리 생각해도 승호에게 나는좋은 상대가 아니었다. 승호가 번듯한 사람이 되어갈수록 거리감이 느껴졌다. 나는 늘 친구들이 잘되길 빌었지만, 그건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진심이었지만, 이런 식으로 혼자 남겨지는 건 싫었다. 언제부턴가는 좋은 미래를 상상하는 것도 그만두었다. 물론 좋은미래를 상상하는 것은 별 볼일 없는 현실을 견디는 데에 도움이됐다. 미래에는 좋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으리라고 낙관하는 것. 하지만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없는 미래만 기다리며 현재를 견디는 것은 오래 할 수 있는 짓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이제는 미래 쪽에서 나를 기다리지 않는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미래는 내가 어서 빨리 지쳐 낙오되기만을 바라고 있는 것처럼 여겨졌다. 미래에는나를 위한 자리가 없을 것만 같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 어떤 보상도 주어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만약 미래에 나를 위한 자리와 보상이 마련되어 있다면 지금 내게 그 전조들이 보여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낌새와 징조와 기미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 P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