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십 평생을 살아오면서 그동안 여기저기 썼던 기록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다보니 한 가지 욕심이 생겼다. 고등학교도 마치지 못하신 펜실베이니아의 독일계 농부를 부모로 둔 호리호리하고 붉은 머리의 한 메노파 교도의 시골 소년이 어떻게 해서 대학을 우등으로 졸업하고 또 미국 문학비평가가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서 문예창작 학교의 학장이 되고 옥스퍼드 대학의 객원교수가 되었는지, 그동안의 삶의 여정을 설명해 보자는 것이었다. 내 삶이 평탄치 않았던 만큼 그것을 정리해서 말한다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닐것이다. - P281

1989년 2월 어느 화요일, 가을 학기가 끝나고 겨울 학기에내 강의에 들어온 학생들과 첫 번째 모임을 가졌을 때, 나는문학의 본질적 성격에 관한 이론적인 강의를 시작하였다. 문학이 주로 인간의 감정과 정열을 다루는 것임을 강조한 나는 이렇게 말하였다. "만일 여러분이 각 인물들이 어떠한 감정에 휩싸여 있는지 상상도 못하고 또 그런 감정들과 자신의 감정을 일치시켜 어떤 공감도 이루어내지 못한다면 여러분은 작가가 될 수 없습니다. 그들의 행위가 대단히 가증스럽건, 고귀하건, 자기 희생적이건 혹은 대단히 속되건 간에, 여러분은 스스로를 고무하여 그 인물들의 상황 속에 자신을 위치시켜야 하며, 또 그 인물들의 가슴속에 파고들어야 하는겁니다." - P288

"남은 인생 동안 여러분은 문학의 수호자가 되어야 합니다. 어떤 형태의 검열에도 홀연히 맞설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만일 오클라호마의 한침례파 여신도 단체에서 어떤 책이나 연극에서 사악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항의해 온다면, 저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문학이라고 알려져 왔던 몇몇 작품들, 우리를 깜짝 놀라게했던 그 이야기들이 바로 우리가 다루어 온 이 사악한 악당들의 행위에 기초해 있음을 상기시키고 싶은 심정입니다.」그러면서 나는 벽에 그려진 계보도를 가리켰다. 살인, 모친살해, 근친상간, 배신, 부친 살해 ...」 잠시 극적인 효과를내기 위해 말을 멈췄던 나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고로 누가 여러분들에게 무엇이 고상한 문학이고 무엇이 금지된 문학이라 말한다 하더라도 귀 기울이지 마십시오. 그리고 여러분이 누군가와 맞서 싸울 힘을 필요로 할 땐 이 계보도와 또영감을 얻기 위해 이 계보도의 인물들에게 의지하였던 위대한 작가들의 이름을 기억하십시오. 호메로스,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그들은 우리들에게 길을 열어준 작가들입니다." - P291

「아닐세, 있네. 무서운 콜레라가 모든 서구 사회에 창궐해있지 신문과 전파를 통해 토하듯 쏟아지는 대중문화라는 콜레라 말이네. 그것이 모든 것을 죽이고, 또 모든 것을 싸구려로 만들고 있다네. 언젠가는 우리 목까지 그 오물 같은 콜레라가 차올라 우릴 질식시키고 말 걸세.」데블런 교수님은 떨쳐 버릴 수 없는 문명의 미래에 대한두려움을 조심스럽게 설명하시더니 그 불행한 통속성으로의 타락을 방지하기 위해서 창조적 예술가가 해야 할 일을 말씀하셨다. 가장 큰 적은 대중들의 수용에 있네. 왜냐하면 대중들이 인정해야 어떤 예술가가 대중 욕구의 최소 공통분모 정도는 만족시켰다는 점이 입증되기 때문일세. 하지만 예술가의 임무는 그런 것이 아니네. 예술가는 연구와 통찰을통해 자신이 성취할 수 있는 최상의 수준으로 올라서야 하는것이고, 그다음 동료들과 소통하고, 또 그들을 찾아내고, 그들과 사상을 교환해야 하네. 그러고 난 다음 그들이 관심을쏟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밝혀 내기 위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드는 것일세. 진정한 예술이란 고양된 수준에서 동등한 사람들끼리 의사 소통하는 것이지. 그 밖의다른 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야.」 - P327

 그 작품들은 분명 오랫동안이 지역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는 작품들이 될 겁니다.」「다른 지역에서는요?」 약삭빠른 교수는 내가 공격적인 발언을 하거나 아니면 요더 씨가 방어적인 발언을 하도록 우리두 사람 사이를 자꾸 자극하려 했다. 그러나 그녀의 기대는 어긋나고 말았다. 내가 답변하기도 전에 요더 씨가 먼저 입을 열었기 때문이다. 「전 이렇게 믿습니다. 한 권의 책에는 그 자체의 수준과 길이가 있다고 말입니다. 저는 제 책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하는 게 싫고, 스트라이버트 교수는테스트받는 것이 싫을 겁니다.」 그는 나를 향해 살짝 윙크를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화제나 주제에 대해 어떤 예측을 하는 데는 대학 교수들이라 해서 작가들보다 더 나을 것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50년이란 세월을 줘 보십시오. 그러면 정말 옳은 판단을 내립니다. 그러나 그 50년이란 세월이 지나고 나면 또 다른 비평가들이 나타나 그 모든 평가들을 수정하고 나설 겁니다. 제가 죽기 전에 분명 디킨스 선풍이 불 겁니다. 진정 위대한 작가 중의 하나였다고 사람들이 인정하게 될 겁니다. 스트라이버트 교수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P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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