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동물원에서

바바 Baba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주변에 모여든 들뜬 아이들의 성화에 동요하지 않고, 캘리포니아의 폭염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자신의 얼굴, 몸, 발톱을 문지르는 면봉에도 개의치 않는다. 이 같은 냉담함과 태연자약함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녀석은 샌디에이고 동물원에살고, 든든한 갑옷을 입었으며, 지금은 사육사의 허리에 손발을 칭칭 감은 채 달라붙어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안전하고 수월한 삶을 사는 동물이 이 세상에 또 있을까? - P7

우리는 모두 일종의 동물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너 나할 것 없이 누구나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풍부한 미생물 군집을 하나씩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집합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또는 마이크로바이오타 microbiota 라고 불리는 이들은 우리의 체표면, 체내, 때로는 세포 안에서도 산다. 그들 중 대다수는 세균이지만 다른 미생물들도 있는데, 진균(예를 들면 효모)과 고세균anchaea (나중에 언급할 ‘신비의 그룹)이 그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몸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바이러스 집단도 존재하는데, 그들을 통틀어 바이롬virome이라고 한다. 바이러스는 모든 미생물들을 감염시키며, 때로는 숙주의 세포까지도 감염시킨다. 이 같은 미생물들은 육안으로 전혀 볼 수 없다. 그러나 우리의 세포들이 갑자기 불가사의하게 사라진다면, 마이크로바이옴은 희끄무레한 물질로 남아 사라진 동물의 윤곽을 드러낼 것이다. 마치 유령처럼 말이다?
마이크로바이옴에 완전히 뒤덮여 자신의 세포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동물들도 있다. 예컨대 해변은 가장 단순한 동물 중 하나로, 움직이지 않는 몸은 세포 몇 겹만 한 두께이지만 그 역시 우글거리는 마이크로바이옴의 소굴임이 틀림없다. 어쩌다 해면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해면을 뒤덮고 있는 세균들만 관찰할 수 있을 뿐 정작 숙주인 해면은 거의 보이지 않을 것이다. - P9

"우리는 모두 혼자 태어나 혼자 살다가 혼자 죽는다"고 했을 때, 오슨웰스는 큰 실언을 한 셈이다. 우리는 혼자 있을 때도 결코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공생자로 존재하며, 공생 symbiosis이란 ‘상이한 생물들이 함께 사는 것‘을 가리키는 놀라운 용어다. 어떤 동물들은 미수정란 상태에서 이미 미생물에게 점령되고, 어떤 동물들은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첫 번째파트너를 고른다. 우리는 미생물의 면전에서 평생을 살며, 우리가 음식물을 먹을 땐 미생물도 함께 먹는다. 우리가 여행할 땐 그들도 동행한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죽을 때, 그들은 우리를 분해하여 자연으로 돌려보낸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모두 일종의 동물원이다. 우리는 하나의 몸으로 둘러싸인 거주지이자 여러 종으로 구성된 집합체이며, 하나의 세계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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