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래 세대가 유전적으로 보수적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들은 장애를 야기하는 결함을 치료하는 것 외의 유전적 변화를 거부할것이다. 정신 발달의 후성 규칙과 감정을 보존하기 위해 그들은 그렇게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 요소들이 종의 물리적 영혼 (physical soul)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감정과 후성 규칙을 충분히 변화시켜라. 그러면 사람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더 나아질 수 있어도 더 이상 인간은 아닐 것이다. 순수한 합리성을 선호하도록 인간 본성의 요소들을 중화시켜라. 그러면 남는 것은 조악하게 구성된 단백질 컴퓨터일 뿐이다. 인간이라는 종이 수백만년의 생물학적 시행착오를 통해 형성한, 자신의 존재를 규정하는 핵심을 포기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 P476

공동의 의미와 목적의 문제는 시급하면서도 당면한 문제이다. 다른 이유가 없다면 그것이 환경 윤리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인류가 전지구적 규모의 문제를 만들어 냈다는 것에 의심을 품을 사람은 거의 없다. 아무도 바라지 않았지만 우리는 지구 기후를 바꿀 만한 지구물리학적 힘을 갖게 된 최초의 종이다. 이전에는 판구조, 태양의 플레어(flares), 빙하 주기 등이 했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또한 우리는 6500만년전 유카탄 반도 근처에 떨어져 파충류의 시대를 끝장낸10킬로미터 크기의 운석 이래로 최대의 생명파괴를 저지르고 있다.
그리고 인구 과잉으로 말미암아 우리 자신이 식량과 물 부족의 위험에 처해 있다. 따라서 또 하나의 파우스트적인 선택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의 어쩔 수 없는 대가로 우리를 좀먹는 위험한 행동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 자신을 평가하고 새로운 환경 윤리를 탐색할 것인가? - P477

이와 경쟁하는 자아상은 서양 문명의 지침이기도 한 면제주의자(exemptionalist)적 관점이다. 이 자아상에서 우리 종은 자연 세계와 떨어져서 존재하며 그에 대한 지배력을 갖는다. 우리는 다른 종을 규제하는 엄격한 생태학 법칙에서 면제된다. 인류가 성장하는 데 있어서우리의 특별한 지위와 독창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한계는 거의 없다. 우리에게는 지구 표면을 개조하여 우리 조상이 알고 있던 것보다 더나은 세계를 창조할 자유가 있다.
면제주의자로 자처한 이상 호모 사피엔스는 사실상 새로운 종이되었다. 나는 이런 변신자 인간(shapechanger man)‘을 ‘호모 프로테우스(Homo proteus, 프로테우스(Proteu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신으로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능력과 예언의 힘을 가졌다. 옮긴이)‘라고 명명하려고 한다. 지구 생물의 분류법에 따르면 가상적인 호모 프로테우스는 다음과 같이 분류될 것이다.
문화적이다. 엄청난 잠재력을 가졌으며 어디로 튈지 모른다. 서로 얽혀 있으며 정보의 지시를 따른다. 거의 모든 곳으로 여행할 수 있으며 어떠한 환경에도 적응한다. 끊임없이 움직이며 쉽게 모인다. 우주 공간을 식민지화하려는 생각을 한다.
최근에 자연과 멸종된 종들을 잃은 것을 후회하지만 이것은 진보의 대가이며 어쨌든 우리의 미래와는 별 상관이 없다. - P478

자신들이 살고 있는 환경에 철저하게 적응하고 있는 각 종들은 유용한 과학 지식의 방대한 원천을 제공해 주는 진화의 걸작품이다. 오늘날 살아 있는 종들은 수천 년에서 수백만 년 정도 된 것들이다. 그들의 유전자는 수많은 세대를 거치며 역경을 견뎌 왔기 때문에 그 유전자를 운반하는 유기체의 생존과 번식을 돕기 위해 극도로 복잡한 일련의 생화학적 장치들을 솜씨 있게 작동시킨다.
이것이 바로 야생종들이 인류가 살 만한 환경을 만들어 줄 뿐만아니라 우리의 생명 유지를 도와주는 생성물들의 원천이 되는 이유이다. 이러한 산물들 중 적지 않은 부분이 약물에 관한 것들이다. 미국의 약국에서 구할 수 있는 약물의 40퍼센트 이상이 원래 식물, 동물, 곰팡이, 미생물 등에서 추출된 것이다. 예를 들어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약인 아스피린은 살리실산에서 만들어 낸 것인데, 살리실산은 다시 톱니꼬리조팝나무의 한 중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약으로 쓰일 수 있는 자연 생성물이 들어 있는지 검사된 것은 그 종 중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아마도 1퍼센트도 안 될 것이다.) 새로운 항생물질과 항말라리아제 발견을 서둘러야 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가장 널리 쓰이는 물질들은 질병 유기체가 약에 대한 유전적 저항성을 획득함에 따라 그 효과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예를 들어 보편적인 포도상구균 박테리아는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병원체로서 다시 등장했고 폐렴을 일으키는 미생물은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 의학 연구자들은 앞으로 더욱 격렬해질 것이 분명한, 빠르게 진화하는 병원체들과의 군비 경쟁에 붙잡혀 있다. 21세기 의학의 새로운 무기를 얻기위해서는 더 광범위한 야생종들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 - P502

따라서 생물학자들이 분류학적 맨해튼 프로젝트, 즉 모든 종의 분류와 보존을 훌륭히 해 낸다 하더라도 그 군락을 다시 원상태로 되돌릴 수는 없다. 그러한 작업은 엎지른 물을 다시 담는 것과 같다. 수십년 후에는 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토양을 살아나게하는 데 필요한 미생물의 생태학이 알려져 있지 않다. 꽃들 대부분의 수분 매개체와 그것들이 나타나는 정확한 시기는 오직 추측만 할 뿐이다. 또한 종들이 공생하기 위한 이주 순서인 ‘합성 규칙 (assembly rules)‘은 아직 이론 영역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 P505

나는 창조적 사고의 새로운 길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가 실존적 보수주의에 도달할 것이라고 믿는다. 다음 질문은 반복될 가치가 있다. 우리의 가장 깊은 근원은 어디인가? 우리는 고유한 유전적 기원을 가진 구대륙 영장류이며 영특한 창발적 동물이다. 또한 새로 발견된 생물학적 성과의 축복을 받았기에 원한다면 우리의 고향에서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조치할 수도 있는 그런 존재이다. 이것이 다 무얼 의미하는가? 그 의미는 다음과 같다. 우리 자신과 생물권을 살아 있도록 유지하기 위해 인공 보철장비에 의존하는 만큼 우리는 모든 것을 허악하게 만들 것이다. 또 우리가 나머지 생명을 추방해 버리는 만큼 우리는 영원히 인류를 피폐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잔머리를 굴려 우리의 유전적 본성을 포기하고 만다면, 그리고 마치 신이나 된 것처럼 착각하고 오래된 유산을 방기하며 진보라는 이름 아래 도덕, 예술, 가치를 내동댕이친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될 것이다. - P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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