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에서 보듯 우리는 책 얘기를 할 때 결코 어떤 한 권의 책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법이 없다. 언제나 어떤 구체적인 책을 통해 대화 속으로 끼어드는 일련의 책들에 대해 얘기를 하게 되는데, 이때 구체적으로 언급되는 책은 어떤 하나의 문화 개념 전체를 참조케 하면서 잠시그 문화의 상징 노릇을 할 뿐이다. 다른 사람들과 책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때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우리가 우리 내부에 구축한 도서관, 우리의 은밀한 책들이 쌓여 있는 그 내면 도서관은 다른 사람들의 도서관과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서 이런저런 알력이나 갈등을 야기할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사실 우리는 그 도서관을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조금씩 우리를 만들어온 그래서 이제는 고통 없이는 우리와 분리될 수도 없게 된 축적된 그 책들의 앙상블은 바로 우리라는 존재 자체이기도 한 것이다. 마틴스가 자신의 우상이 쓴 소설들에 대한 비판을 참기힘들어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간직한 내면 도서관의 책들을 험담하는 말들, 우리 정체성의 일부가 된 것들을 비난하는 말들은 때때로 우리의 존재 깊은 곳까지 상처를 준다. - P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