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티의 느낌은 이랬다. 무자비하고 잘 조직된 저항운동원이 그녀의 마음속 어둠을 뚫고 침투한 것 같았고, 그렇기에 양심의 스포트라이트가 그들의 근처에 단 한순간도 얼씬거리지 못하게 해야 했다. 월터에 대한 패티의 사랑, 월터에 대한 정절, 선한 사람이 되고 싶은 패티의 소망, 월터가 평생 리처드와 경쟁해온 것에 대한 이해, 리처드의 성품에 대한 냉정한 판단, 이 모든 건 차치하고라도 남편의 단짝 친구와 바람을 피운다는 염병할 것.
우월한 전투력을 갖춘 이 모든 생각이 저항운동 조직을 전멸할 만반의 준비가 되었다. 그래서 패티는 양심 세력의 주의를 완전히 딴 데로 돌려야 했다. 패티는 옷차림에 신경 쓰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그녀는 점심 전 새참으로 커피와 쿠키를 리처드에게 갖다 주러 가기 전에 특히 몸매가 잘 드러나는 민소매 옷을 입을까 하는 생각을 억눌렀다. 그 생각을 즉시 떨쳐내야 했다. 꼬리를 친다는 아주 작은 낌새만 채도 탐조등 불빛을 유인할지 모르고 탐조등 불빛에 드러난 광경은 너무 역겹고 창피스럽고 처량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역겨워하지 않는다 해도 패티는 역겨움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리처드가 그녀의 음주를 못마땅하게 여길 때와 같은 반응을 보인다면, 그건 재앙이고 치욕이며 최악이었다. - P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