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이 되면서 기독교 내부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부각하기 시작한 게 바로 리더십 문제입니다. 이전까지 권력을 독점하던 목사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었죠. 대신 평신도 리더십이 부상하기 시작한 겁니다. 그런데 조직화된 가톨릭 교회에서 ‘만인 사제설‘을 주장하고 갈라져 나온 개신교에서 리더십은 태생부터 분점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사회의 다원화가 교회에도 깊숙이 침투했기 때문에 통일된 조직 체계를 이룰 수가 없는 거죠. 대신 이런 현실에 적응한 조직들, 예를 들어 소그룹 조직들이 만들어져 평신도리더십을 만들어 내고 있죠. 이제 목사나 목회자의 역할은 권력을쥐고 교회 조직을 흔드는 게 아니라 이러한 소그룹 조직들을 서로 묶고, 이해 관계를 조정하는 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컴퓨터나 인터넷 같은 과학 기술이 이 변화의 촉매로 작용했죠.
- P515

기독교의 역사를 보면, 초대 교회에서는 신을 사물이나 존재로,즉 현실적인 물체나 인격체로 표현하는 경향이 상당히 강했죠. 이것은 유대교에서부터 내려온 히브리 성경적 전통을 따른 거죠. 성경에서는 신을 인격적인 존재로 묘사하죠. 예를 들어 주기도문만 봐도 그것을 알 수 있어요. "하나님 아버지"하고 시작하잖아요. 주로 ‘아버지, 반석, 깃발, 왕, 목자‘ 같은 사물들로 표현되었죠. 그런데 헬레니즘 문화권으로 전파되는 과정에서 고대 그리스의 신 담론을 흡수하고 변화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전지, 전능, 완벽, 완전, 무소부재(無所不在) 같은 속성들을 가지게 되죠. 사실은 이 개념들은 그리스 철학에서 신의 속성을 가리키는 거였죠. 기독교의 초기 역사에서는 이두 속성이 경쟁을 합니다.
그런데 수백 년간 경쟁하는 과정에서 결국 그리스적 속성을 띤 신담론이 승리하게 되죠. 가톨릭 신자나 개신교인들이 기도하는 것을보면 "전지전능하시고 무소부재하시고." 하는 말이 먼저 나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하는 식으로 기도를시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소수파지요. 저는 이것이 개인으로서의 기독교가 조직으로서의 기독교로 변화하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현재의 변화를 본다면, 이 역시 다시 바뀌지 않을까싶어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하나님 아버지"로 되돌아가지는 못하겠죠. 이미 페미니즘의 세례를 받은 이후이니까요. - P516

그런데 사실 이런 주술적 요소가 전혀 없는 종교란 세상에 거의없습니다. 근대적 종교이고 미신을 추방했다고 자처하는 개신교에서조차도 결코 사라진 적이 없지요. 저는 종교의 미래를 생각할 때 이문제가 중요하고, 이 주술적 요소가 종교의 수명을 좌우한다고 생각해요. 만약 지금 같은 제도 종교들이 없어진다고 해도, 주술적인 사고나 실천은 분명히 어떤 형태로든 계속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내러티브, 실천, 제도에 더해, 주술도 종교의 미래를 지속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추가해야겠네요. 아무튼 종교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명확하게 답을 할 수는 없지만,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해요. - P524

종교는 어떤 신념체계, 그리고 인간이 본성적으로 추구하는 소속감이나 공동체 의식을 결합시켜 사람들에게 인생의 의미에서부터관혼상제까지 수많은 서비스를 완벽하게 제공해 왔습니다. 물론 사람들도 이에 납득하고 종교의 그 막강한 영향력을 받아들여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 보세요. 신념 체계와 조직이 분리되고 있지 않습니까? 과학이 발전하면서 기독교나 불교의 경전이나 교리를 진지하게믿는 사람들은 많이 줄었습니다. 그리고 목사님이 하는 설교를 싫어하는 기독교인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도 종교가 가지고 있는 조직 또는 공동체적 성격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종교를 떠나지 않고붙어 있습니다. 자신을 받아 줄 공동체를 갈망하는 거죠. 하지만 사회가 변화하면서 신념과 관계에 대한 갈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곳이종교 밖에서도 생겨나고 있지 않습니까?

김윤성 그렇죠. 신념 구조가 없는 조직에는 붙어 있기도 힘들고, 그조직 자체도 오래 살아남기 힘들죠.

장대의 그런 의미에서 신과 인간, 사제와 평신도 같은 위계적인 조직과 신념 체계를 가진 기존의 제도 종교를 대신하는 신념과 조직을가진 동호회 같은 모임이 종교를 대체하는 상황이 곧 오게 되지 않을까요? 물론 그 모임의 행태와 신념 구조에 종교라는 이름을 붙일수 있을지는 알 수 없겠지만요. - P526

DNA 보세요. 그 역사가 수십억 년이잖아요. 인간의 언어와 심지어는 디지털이라는 매체를 손에 넣은 종교라는 복제자는 그보다 수명이 더 길지도 모릅니다. 심지어 지구 표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유기 분자에 불과한 DNA에 비해 디지털화된 밈들은 전파를 타고 지구를 떠나 우주 공간으로 퍼져 나갈 수 있지 않습니까? 복제자로서의 성능만 본다면 종교 밈의 수명이 더 길지도 모르죠.
장대익ㅡ 현재 종교가 가진 최고의 유용성 또는 기능은 뭘까요? 일종의 공동체성이 그 답이 될까요?
신재식ㅡ 공동체성이지 싶어요.
김윤성ㅡ 그것은 한두 차원으로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인식론적 차원도 지속될 겁니다.
신재식 그렇지만 인식론적 차원은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가 전도할믿음의 내용을 가르쳐서 전도하는 게 아니거든요. 일단, 교회에나오게 되면 그때부터 믿음의 내용을 배우는 겁니다. 신념 체계가무엇인지 신이 무엇인지는 일단 괄호 속에 넣어 둘 수 있는 이차적인문제입니다. - P541

엘리아데가 그러지 않았나요? 종교의 기원은 직립하게 된 인간이 하늘을 올려다본 것이라고요.
김윤성ㅡ 예. 엘리아데가 그랬죠. 그런데 하늘을 우러러보고 숭배한게 종교의 기원이라는 식의 얘기는 아니고요, 직립한 덕분에 위아래라는 축이 생기고 이를 중심으로 전후좌우라는 방향이 생겨 이로부터 성스러운 중심과속된 주변을 구분하는 종교적 공간 관념이 생겨났다는 얘깁니다. 엘리아데는 직립의 결과 이런 종교적 공간 관념이생겨난 것이 인간을 다른 영장류와 본질적으로 다르게 만들어주었다고 봅니다. 상상력에 근거한 것이긴 해도, 왜 그럴듯한 해석이죠. 하지만 솔직히 말해 영장류 사이의 연속성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를 구성하고 있는 특질들 중에는 다른 영장류와 단절된 것도 있지만 연속된 것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 않습니까?
종교를 인간만 갖고 있는 것인지 하는 문제를 살펴려면 종교나 종교성이 진화에 있어서 단절의 영역에 속하는지 연속의 영역에 속하는지를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고고학에서는 매장풍습의 유물이나 그 흔적의 유무로 종교성의 대두를 판단하죠.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보다 먼저 출현해서 한동안 공존했던 네안데르탈인들의 유적에도 죽은 사람을 매장하고 꽃 같은 걸 바친 흔적이 남아 있고, 따라서 많은 학자들이 네안데르탈인에게도 종교성이있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죽음에 대한 태도를 종교성의 기준으로 삼는 거지요.
저도 아직은 종교성이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만 지닌 특정한 정신적 능력과 관련된 현생 인류 고유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P547

장대익ㅡ 하지만 에드워드 윌슨이 사회 생물학에서 비유한 대로, 만약 외계인이 있어 지구로 내려와 인간과 다른 동물들을 관찰한다면인간의 종교적 의례와 동물의 강박 행동을 구별할 수 없을지도 모르죠. 아마도 외계인은 그런 행동들이 같은 기능을 한다고 판단할 겁니다. 이런 의미에서 동물의 반복 행동이나 강박 행동을 가리키는용어와 종교적 의례를 가리키는 용어가 같다(ritual)는 것은 나름 의미심장한 것 같습니다. - P548

김윤성ㅡ 지성을 가졌다면 당연히 종교도 갖고 있겠죠. 물론 우리가지금 지구상에서 보고 있는 종교와는 많이 다르겠지만요.
장대익 ㅡ저는 외계인에 대해서 그렇게 단언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함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종교와 다른 정도가 아니라 아예 종교성자체가 없을 수도 있겠죠. 그리고 특히 종교성이 인지 능력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서 생긴 것이라고 한다면, 진화 과정에 따라서는 종교성 같은 부산물이 생기지 않고도 지성이 진화할 수 있겠죠.
하지만 우리는 지성의 진화 시나리오 중 한 가지만 알고 있기 때문에 확언하기는 힘들죠. - P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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