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을 공기는 아름다웠고, 땀에 젖은 건장하고 젊은 몸뚱이들은 다리에 진흙을 묻히고 공을 이마로 받으려고 온몸을 내던지곤 했다. 골이 들어갔을 때의 환호, 무릎을 꺾고 주저앉는 골키퍼 집으로 걸어가면서 헨리가 올리브의 손을 잡던 날들이 있었다. 이런 날들은 기억할 수 있었다. 중년의 그들 전성기의 그들. 그들은 그 순간을 조용히 기뻐할 줄 알았을까? 필시 그렇지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은 대개 정작 인생을 살아갈 때는 그 소중함을 충분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올리브는 지금은 그 추억을 건강하고 순수한 것으로 간직하고 있다. 어쩌면 그것이, 축구장에서의 그 순간들이 올리브가 지녔던 가장 순수한 추억들인지도모른다. 순수하지 않은 다른 추억들도 있었으니까. - P292
"그러니까, 헨리가 말은 알아들을 수 있나?" 몇 분 후에 몰리가 물었다. 올리브에게 이 말은 누가 바닷가재 부표를 휘둘러 가슴뼈를툭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올리브는 간단하게만 대답했다. "어떤 날은 내 생각엔 그런 거 같아." 거짓말을 해야 해서화가 난 것은 아니었다. 올리브가 화난 것은 몰리의 질문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올리브는 지금 멍청하게 제 곁에 앉아 있는 이여자에게 말하고 싶었다. 지난주 퍽 따뜻했던 그날, 헨리에게 개를 데려갔고, 헨리를 주차장으로 데리고 나와 개가 헨리의 손을핥았던 일을. - P299
그녀는 오늘 왜 여기에 왔던가? 헨리가 에드 보니의 장례식에 꼭 가보라고 했을 것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니, 그녀는 누군가의 깊은 슬픔을 보며 자신의 어두운 마음에 한 줄기 빛이 비쳐들기를 바라며 왔다. 하지만 그것은 사람들로 가득한 오래된 집은그녀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 P310
사람들은 그럭저럭 살아낸다. 올리브는 생각한다.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올리브는 깊은 숨을 내쉬떠나무 의자에서 자세를 고쳐 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건 사실이아니기도 하니까. 불과 일 년 전 새 방의 굽도리 널에 필요한 치수를 재려고 무릎을 꿇고 자를 들고 엎드린 다음 그녀가 받아 적도록 수치를 불러주던 헨리의 모습을 그려본다. 그리고 일어서던 키 큰 헨리를, "됐어, 올리. 개들을 오줌 누이고 시내로 가자구." 그리고 차를 탔었지. 무슨 얘기를 했더라? 아아, 올리브는얼마나 기억하고 싶었던가. 그러나 기억할 수 없었던가. 시내로들어간 다음, 목재 가게에 갔다가 우유와 주스가 필요해서 들렀던 ‘숍 앤 세이브‘의 주차장에서 올리브는 차에 있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걸로 두 사람의 인생은 끝이었다. 헨리는 차에서나와 쓰러졌다. 그리고 다시는 일어서지 못했고, 다시는 집으로이어지는 자갈길을 걷지 못했고, 다시는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입 밖에 내지 못했다. 그저 가끔씩 그 커다란 청록색 눈으로 병원 침대에서 올리브를 멀거니 바라볼 뿐. - P313
헨리는 이렇게 말하겠지. "오, 그렇지 않아, 올리. 내겐당신이 예쁘기만 한걸." 그러나 헨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어떤 날은 휠체어에 앉아 고개도 돌리지 않는다. 올리브는 매일차를 몰고 가서 그의 곁을 지킨다. 당신은 성녀야, 몰리 콜린스는 그렇게 말했다. 맙소사, 멍청한 여자 같으니. 그녀는 삶이 두려운 늙은 여자일 뿐이다. 요즘 올리브가 아는 거라곤 해가 떨어지면 잘 시간이라는 사실뿐이다. 사람들은 그럭저럭 살아낸다는그 말, 올리브는 확신하지 못한다. 거기에도 여전히 파도는 있지, 올리브는 생각한다. - P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