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지금 행복했고, 그건 사실이었다. 제인 훌턴은 근사한검정 코트 속에서 몸을 조금 움직이며 생각했다. 누가 뭐래도 삶은 선물이라고,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수많은 순간이 그저 찰나가 아니라 선물임을 아는 것이라고. 게다가 사람들이 연중 이맘때를 이렇게 열심히 기념하는 것은 또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사람들의 삶이 어떻든(그들이 지금 지나치는 이 집들 가운데에는 근심스러운 고민도 있으리란 걸 제인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삶이란 각기 나름의 방식으로 축하할 일임을 알기에 그들은 이맘때를 축하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밥은 깜빡이를 켜고 대로로 나섰다. "아, 정말 근사했어." 그녀가 뒤로 물러나 앉으며말했다. 두 사람은 요즈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정말로, 마치결혼생활이라는 복잡하고 기나긴 식사가 끝나고 이제야 근사한 디저트가 나온 것만 같았다. - P227
제인이 한 손을 흔들더니 한숨을 쉬었다가 좌석에 등을 기대고는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 "난 거기서 일하는 게 좋았어요."
그 말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제인은 특히 십대 소녀들을 좋아했다. 어리고 실수투성이에 피부가 반들반들하고 겁도 많은, 너무시끄럽게 떠들고, 껌을 딱딱 씹어대거나 고개를 푹 숙이고 가만가만 복도를 걸어다니는 십대 소녀들을 제인은 정말로 좋아했다. 그리고 아이들도 그걸 알았다. 심한 생리통으로 양호실에 온소녀들은, 아파서 입술이 바짝 말라버린 채 잿빛이 된 얼굴로 소파에 누워 있었다. "우리 아빠는 내가 엄살부리는 거래요." 이런말을 하는 소녀들이 적지 않았다. 그 말에 얼마나 가슴 아팠던가 소녀로 사는 것은 얼마나 쓸쓸한 일인가! - P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