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과학 논쟁의 기독교 쏠림 현상은 역사적 상황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서구에서 기독교와 과학은 비대칭적관계에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연히 기독교 담론과 과학 담론의관계도 비대칭적이고 때로는 일방적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서구 사회에서 기독교 담론은 독립 변수로, 과학 담론은 종속변수로 기능했습니다. 그런데 근대 이후 과학이 자율성을 획득하면서 이 관계가 요동을 치며 새롭게 정립됩니다. 근대 이전의 독립 - 종속 관계에서 근대의 독립-독립 관계로 바뀐 것은 물론이고, 이제는 역으로 종교가과학에 종속되는 종속-독립의 관계로 이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변화 때문에 기독교는 과학과의 관계를 새롭게 규정하는 과제를안게 됩니다. 이 결과는 현재의 종교와 과학의 관계 지형도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 P127

인간이라는 존재는 무언가가 우연히 일어났다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습니다. 그 사건이 왜, 어떻게 일어났는지, 스토리를 알고 싶어 하는 거죠.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인과율로 엮어 하나의 이야기‘로 설명할 수 있는 인간의 본능적 · 본성적 능력은 틀림없이 인류가 진화의 역사에서 살아남는 데 도움을 주었을 것입니다. 사이비 과학이나 비과학적 믿음과 타협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는 잡지, <스켑틱스(Skeptics)》의 편집장인 마이클 셔머 (Michael BShermer)는 이 능력을 "믿음 엔진"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이 믿음 엔진은 자연과 초자연을 넘나들며 폭발합니다. 기도는 그나마 이 엔진의 정상적 출력에 해당되겠죠. 하지만 그 엔진이 과열되거나 오작동을 할 때도 많습니다. 가령, 극히 일부의 암환자만이 민간 요법의 효과를 보는데도 그 효력을 신봉한다든지, 출퇴근방향이 비슷해 마주칠 개연성이 높았을 뿐인데 그 만남을 운명으로착각한다든지, 본인의 부주의로 생긴 교통 사고를 신의 깊은 뜻으로돌린다든지, 장로 또는 불자가 대통령이 되어야 나라가 잘 된다고 믿는 것 등이 그런 예일 것입니다.
평소에 멀쩡한 사람들도 입시, 취직, 결혼, 건강, 자녀 등의 문제에직면하게 되면 엄습해 오는 불안감으로 인해 믿음 엔진을 폭발 직전까지 과열시킬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폭발을 막으려면 순정품냉각수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저는 믿음의 근거를 돌아보게 하고합리적 생각을 북돋아 주는 ‘회의주의 정신‘이야말로 그런 냉각수라고 생각합니다. - P148

우선, 진화론적 관점에서 종교의 본성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크게 세 진영으로 나뉘는 것같습니다. 첫 번째는 종교를 인간 마음의 ‘적응(adaptation)‘으로 보는견해이고, 두 번째는 종교가 다른 인지 적응들의 ‘부산물(byproduct)‘
이라는 견해이죠. 적응과 부산물의 차이는 이런 것입니다. 가령, 온몸을 돌아다니며 산소를 운반해 주는 피는 적응의 사례이죠. 그런데피의 ‘붉은색‘은 산소 운반을 담당하는 헤모글로빈 때문에 생기는 일종의 부산물입니다. 즉 피는 붉기 때문에 자연 선택된 것이 아니라 산소를 운반하는 기능 때문에 선택되었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견해에따르면 종교는 인류가 살아남는 데 꼭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두번째 견해에 따르면 어쩌다 가지게 된 것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종교 현상을 ‘밈‘의 역학으로 보는 견해입니다. 여기서 ‘밈‘이란 도킨스가 문화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 낸 용어인데요, 문화 전달의 단위, 혹은 모방의 단위를 뜻합니다. 유전자의gene과 운율이 맞도록 meme이라고 지었죠.  - P153

우선 종교가 적응이라는 견해부터 살펴보죠. 다음 달에 만나기로되어 있는 하버드 대학교의 사회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종교에대한 진화론적 이해의 가능성을 현대적 의미에서 거의 처음으로 제기한 학자입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은 신과 같은 초원자를믿게끔 진화했다는 겁니다. 예컨대 그는 동물 집단에서 나타나는 서열 행동(열위자가 우위자에게 복종하는 행동)이 종교와 권위에 순종하는 인간의 행동과 매우 유사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는 동물들이 서열행동을 통해 각자의 적응적 이득을 높이듯이, 인간도 종교적 행위들을 통해 자신의 번식 성공도를 높였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즉 종교행동 자체가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진화했다는 주장입니다.
윌슨처럼 종교의 적응적 이득을 주장하는 이들은 종교가 사람을기분 좋게 만들고 사후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 주며 불확실한 상황에서판단을 도와주기 때문에 진화했다고 말합니다. 즉 초월자를 믿는 것이그렇지 않는 것보다 개인의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죠.
어떤 진화 생물학자들은 종교가 개체의 생존과 번식에만 도움을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 집단의 생존과 유지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진화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진화 생물학자들을 ‘집단 선택론자‘라고 합니다. 집단 선택론은 어떤 형질들이 개체의 이익이 아니라 집단의 이익을 위해 진화하는 메커니즘을 강조하는 이론으로서 유전자 선택론이나 개체 선택론과 대비됩니다.  - P154

이 견해에 따르면, 종교는 그 자체로 진화적 기능을 가지고 있지는 않으며, 다른 목적 때문에 진화된 인지 체계의 일부가 작동하는 과정에서 생긴 부산물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종교는 무엇(들)의 부산물이 요 스팬드럴이란 말입니까?
진화사의 관점에서 보면, 인류는 99퍼센트의 시기를 수렵·채집을 하며 매우 어렵게 보냈습니다. 이 시기에 인류를 계속 옥죄던 적응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인류는 포식자의 존재를 탐지하고 추하는 능력, 자연에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한 인과적 추론 능력과설명 능력,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진화시켜야 했습니다. 진화 심리학자들은 이것들을 차례로 ‘행위자 탐지 (agent detection)능력‘, ‘인과 추론(causal reasoning) 능력‘, 그리고 ‘마음 이론 (theory ofmind) 능력‘이라 부르죠. 종교가 부산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종교가 이런 인지 능력들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스팬드럴이라고 봅니다. 다시 말해 종교는 더 중요한 이런 적응 장치들 때문에 생긴 부산물인 것이죠.

 하지만 우리 집 강아지가 갑자기 껑충껑충 뛰는 행동, 옆집 아기가 자지러지게 우는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자세가 필요해 보입니다. 물리 법칙 혹은 설계 원리만을 들이댄다고 해서 이해되는 행동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데닛은 바로 이 대목에서 ‘지향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마치 행위자가 어떤 믿음과 욕구를 가지며 그에 따라 행동한다고 보는 그린 자세 말입니다. 데닛의 용법으로는, 유전자와 밈은 ‘지향계(intentional system)‘이고 우리는 지향적 자세로 그것들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디 이상 유전자와 밈의 비유비적 요소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지향성 이론을 종교 현상을 이해하는데 사용해 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이런 접근에는 크게 두 견해가 있습니다. 하나는 종교를 ‘정신 바이러스(virus of mind)‘로 이해하는 도킨스의 견해이고,
다른 하나는 종교를 ‘길들여진 밈(domesticated meme)‘으로 해석하는데닛의 견해입니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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