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담론을 더 이성적으로 만들고자 한다면 이슈들을 가능한 한 탈정치화해야 한다. 실험들로 입증된 바에 따르면 사람들은 가령 복지 개혁 같은 새로운 정책에 대해 들을 때 자기가 지지하는 당이 제안하면 그정책을 좋아하고 반대하는 당이 제안하면 싫어하면서도, 내내 자기는정책의 객관적인 장단점에 반응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몇몇 기후 운동가는 앨 고어가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을 쓰고 영화에 출연한것이 환경 운동에 득보다 독이 되었을 수 있다고 한탄했다. 민주당 출신의 전 부통령이자 대통령 후보였던 고어 때문에 기후 변화에 좌파 낙인이 찍혔다는 이유에서이다. (오늘날에는 믿기 힘들지만, 한때 환경 운동은 우파의 대의명분일 때가 있었다. 상류 계급이 인종차별, 빈곤, 베트남 같은 심각한 이슈보다는 시골 사유지에서 사냥할 오리의 서식지와 풍광을 걱정한 것이다.) 더 많은 과학자를 고용해서 더 큰 목소리로 더 느리게 이야기하게 하는 것보다는 기후 변화의 증거를 확신하고 있는 보수적인 논평가와 리버럴한 논평가를 함께 동원한다면 더 큰 효과를 볼지도 모른다.  - P577

다른 무엇보다 먼저, 과학적 사고를 승인한다고 해서 이것을 ‘과학‘이라는 직업 조합의 구성원들이 특별히 현명하거나 고상하다는 어떤 믿음과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과학 문화는 오히려 정반대 믿음에 기초해있다. 열린 토론, 동료 평가, 이중 맹검 등 과학 문화를 상징하는 관행들이 만들어진 까닭은 과학자들도 인간이기에 저지를 수 있는 과실을 피하기 위함이다. 리처드 필립스 파인만(Richard Phillips Feynman, 1918~1988년)은 과학의 첫 번째 원리를 이렇게 말했다. "나 자신을 속이지 마라. 가장속이기 쉬운 사람은 나 자신이다." - P589

과학주의를 악마화하는 사람들은 이해 가능성을 환원주의라는 죄악과 혼동할 때가 많다. 환원주의란 복잡한 체계를 더 단순한 요소로분해하거나 비난하는 이들의 표현에 따르자면 더 단순한 요소들로만 분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더 깊은 원리에 의거해서 복잡한 현상을 설명할때는 그 풍부함이 폐기되지 않는다. 구성요소들을 더 낮은 수준으로환원할 수 없는 패턴들이 어느 한 분석의 차원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제1차 세계 대전은 운동하는 물질로 이루어져 있지만, 누구라도 그것을물리학, 화학, 생물학의 언어로 설명하기보다는, 1914년 유럽 지도자들의 지각과 목표를 갖고 더 명쾌한 언어로 설명할 것이다. 동시에 호기심을 느끼는 사람은 왜 인간의 마음이 그 역사적인 순간에 치명적으로 조합된 지각과 목표 - 부족주의, 지나친 자신감, 상호 두려움, 명예의 문화 -에 빠졌는지에 물음표를 던지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 P592

우생학 운동은 나치즘과의 연관성 때문에 영구적인 의혹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그 용어가 살아남은 것은 부모가 치명적인 퇴행성 질환이 없는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유전 의학을 적용하는 등의 수많은 과학적 노력, 그리고 개인차의 유전적, 환경적 원인을 분석하는 행동 유전학의 전 분야에 낙인을 찍는 수단으로 유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역사의 기록과 무관하게 우생학은 우파 과학자들의 운동으로 자주 묘사된다. 하지만 실제로 우생학을 옹호한 진영은 진보주의자, 리버럴, 사회주의자 들이었고, 여기에는 시어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 1858~1919년), 허버트 조지 웰스(Herbert George Wells, 1866~1946년), 엠마 골드만(EmmaGoldman, 1869~1940년), 조지 버나드 쇼, 해럴드 조지프 라스키(Harold JosephLaski, 1893~1950년), 존 메이너드 케인스, 시드니 웹(Sydney Webb, 1859~1947년)과 마사 비어트리스 웹 (Martha Beatrice Webb. 1858~1943년) 부부, 우드로 원슨, 마거릿 히긴스 생어(Margaret Higgins Sanger, 1879~1966년) 등이 포함되어있다. 어쨌든 우생학은 현 상태보다는 개혁에, 이기심보다는 사회적 책임에, 자유 방임주의보다는 중앙 집중적 계획에 호의적이었다. 우생학을 가장 단호하게 거부하기 위해서는 고전적인 자유주의나 자유 지상주의의 원리에 호소해야 한다. 즉 정부는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전능한 통치자가 아니라 제한된 권력을 가진 제도일 뿐이며, 인류의 유전적 구성을 개량할 권력은 거기에 없다는 것이다. - P602

비폭력 저항 운동은 효과가 있을까? 많은 사람이 간디와 마틴 루서킹은 그저 운이 좋았다고 믿는다. 그들의 운동은 적절한 때에 개화된 민주주의 국가들의 심금을 울렸지만, 다른 모든 곳에서 억압된 민중은 폭력이 아니고서는 독재자의 군화 밑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고. 2명의정치 과학자 에리카 체노웨스(Erica Chenoweth, 1980년~)와 마리아 스테판(Maria Stephan)은 1900년부터 2006년까지 전 세계에서 정치적 저항 운동의 데이터 집합을 모았고, 비폭력 저항 운동은 4분의 3이 성공한 데 반해 폭력적인 저항 운동은 고작 3분의 1만이 성공했음을 발견했다." 간디와 킹은 옳았지만, 데이터가 아니었다면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폭력적인 반정부 집단이나 테러 집단에 가담해야겠다는 충동은 정의로운 전쟁이 있을 수 있다는 정의 전쟁론(just war theory)보다는 남자들사이의 유대감에 더 크게 기인하지만, 전투원들은 대부분 더 좋은 세계를 만들고자 한다면 사람을 죽일 수밖에 없다고 믿는 듯하다. 폭력적인 전략이 부도덕할 뿐 아니라 효과마저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안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체노웨스와 스테판의 책을 나무 상자에 담아 분쟁 지역에 투하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급진적인 집단의 지도자 중에는 많이 배운 사람이 많으며 몇 해 전에 접한 학자들의 책을 읽고 그렇게 격앙해 있다.), 말단 병사들 가운데서도 대학에 다니면서 폭력 혁명의 필요성에 관한 통념을 흡수한 사람이 드물지 않다." 표준적인 대학 커리큘럼에서 카를 마르크스나 프란츠 파농의 책을 줄이고 정치 폭력에 대한 정량 분석을 더 많이 넣는다면 장기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 P610

지금 휴머니즘이라고 불리는 운동이 성장하면서 의미와 윤리를 떠받치는 초자연적이지 않은 기초를 다지고 있다. 그 기초는 바로, 신 없는 선(good without God)이다. 휴머니즘 운동의 목표는 1933년부터 세 번에걸쳐 선언되었다. 2003년에 나온 ‘제3차 휴머니즘 선언(Humanist ManifesteII)‘은 아래와 같이 단언한다.

세계의 지식은 관찰, 실험, 이성적 분석을 통해 획득한 성과물이다. 휴머니스트는 과학이야말로 이 지식을 결정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자 문제를 해결하고 유익한 기술을 개발하는 최고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또한사상, 예술, 내적 경험에서 새로운 출발을 시도하고, 각각의 주제를 비판적 지성으로 분석하는 것이 가치 있음을 인정한다.
인간은 본래 자연의 일부분이며 어떤 안내도 없이 진화적 변화를 거친 존재이다. 우리는 이 삶이 전부이자 끝이라고 인정하며 있는 그대로의 것과우리가 바라거나 상상하는 것을 구분한다. 우리는 미래의 도전을 환영하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에 이끌리고 겁내지 않는다.
윤리적 가치는 경험으로 검증되었듯이 인간의 필요와 이익에서 유래했다. 휴머니스트는 인간의 환경, 이익, 관심사에 의해 빚어지고 지구 생태계와 그녀머에 펼쳐져 있는 인간의 행복 위에 가치를 세운다.
삶의 실현은 인간적인 이상에 봉사하는 개인적 참여에서 나온다. 우리는••• 강한 목적 의식으로 우리의 삶을 고취하고, 인간 존재의 기쁨과 아름다움,그 도전과 비극, 더 나아가 죽음의 필연성과 궁극성에서에서 감탄과 경외를 찾는다.
인간은 본래 사회적이며 관계에서 의미를 찾는다. 휴머니스트는 ••• 서로 돌보고 배려하는 세계, 잔인함과 그 결과가 없는 세계, 다름이 폭력에 의존하지 않고 협력으로 해결되는 세계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사회에 이로운 일은 개인의 행복을 극대화한다. 진보적인 문화는 생존만을 위한 잔인한 상황에서 인류를 해방하고자 힘써 왔고, 고통을 줄이고, 사회를 개선하고, 지구 공동체를 발전시키고자 노력해 왔다. - P620

스피노자의 금언은 분류 원리상 도덕성의 세속적 기초를 공평성(Impartiality)에서 찾자는 생각이 담겨 있다. 즉 대명사 나(Iand me)에는내 이익이 당신이나 그 누구의 이익보다 우선이라는 것을 정당화할 수있는 마술적인 힘이 전혀 없다는 깨달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만일 내가 강간, 폭행, 굶김, 살해를 당하는 것에 반대한다면, 나 또한 당신에게강간, 폭행, 김, 살해를 가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공평성은 도덕성을 ‘이성적 근거‘ 위에 놓고자 하는 많은 시도를 떠받쳐 준다. 스피노자의 영원의 관점, 홉스의 사회 계약, 칸트의 정언명령, 롤스의 무지의 베일, 네이글의 아무 데도 아닌 곳에서의 관점(veiw from nowhere), 로크와 제퍼슨이 제시한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자명한 진리, 그리고물론 황금률과 수많은 도덕 전통에서 재발견되는 귀중하고도 엄정한그 이형들이 그런 시도였다. 은률은 "너 자신이 당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하지마라"이고, 백금률은 "남들이 너에게 바랄 만한 일을 남들에게 하라."이다. 은률과 백금률은 마조히스트, 자살 폭탄 테러범, 취향의 차이 등 황금률의 난제를 예상하고 만들어졌다.) - P622

휴머니즘은 다양한 문화를 가진 합리적인 사람들이 모여 잘 지낼 필요가 있을 때 도달하게 되는 도덕률이지만 그럼에도 절대 무미건조하거나 달콤하기만 한 최소 공통 분모가 아니다. 도덕성은 인간 번영의 극대화에 있다는 생각은 끊임없이 우리를 유혹하는 두 가지 대안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첫째는 유신론적 도덕관이다. 도덕성의 핵심은 신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고, 신의 명령은 초자연적인 보상과 처벌을 통해 이 세계나 사후 세계에서 집행된다는 생각이다. 둘째는 낭만적 영웅주의, 즉도덕성은 한 개인이나 민족의 순수성, 진정성, 위대함에 있다는 생각이다. 낭만적 영웅주의는 19세기에 처음 명확히 표명되었지만, 권위주의적 포퓰리즘, 네오파시즘, 신반동주의 (neo-reaction, 반자유, 반계몽, 애국주의,
백인 우월주의를 주장하는 극우 운동으로, 검은 계몽주의(Dark Enlightenment)라고도 한다. 옮긴이), 알트라이트(AltRight, 극단적 백인 우월주의에 기반한 미국의 온라인 기반 보수주의 운동 옮긴이)처럼 새로 출현하는 운동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많은 지식인이 휴머니즘의 이 대안들을 드러내놓고 지지하지 않으면서도 거기에는 인간 심리의 생생한 진리가 담겨 있다고 믿는다. 인간에게는 유신론적, 종교적, 영웅적, 혹은 종족적 믿음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휴머니즘은 틀리지는 않지만 인간 본성을 거스른다고 그들은 말한다.
휴머니즘 원리에 기초하면 어떤 사회도 오래가지 않는다고. 세계 질서는말할 것도 없고. - P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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