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페르낭 폴 브로델(Fermand Paul Braudel, 1902~1985년)은 근대 이전에 유럽은 수십 년마다 한 번씩 기근에 시달렸다고 기록했다. 절박한 농민들은 곡식이 익기도 전에 수확했고, 풀이나 인육을 먹었으며, 구결을 하려고 도시로 몰려들었다. 호시절에도 많은 이들이 빵이나 죽으로 대부분의 열량을 섭취했고 그마저도 풍족하지 않았다. 경제학자로버트 윌리엄 포겔(Robert William Fogel, 1926~2013년)은 기아와 조기 사망으로부터의 도피, 1700~2100년(The Escape from Hunger and Premature Death1700-2100)』에서 "18세기 초 프랑스 대표 음식의 에너지 양은 1965년완다- 그해 가장 영양이 부족한 국가였다. 대표 음식의 에너지 양만큼 낮았다."라고 썼다. 굶주리지 않은 사람들도 일을 하기에는 너무 허약했고 결국 빈곤 상태에 빠져들었다. 배고픈 유럽인들은 풍요의 땅 코케인(Cockayen) 이야기 같은 음식 포르노에 흥분했다. 코케인이라는 낙원은 나무에서 팬케이크가 자라고, 거리마다 빵이 깔려 있으며, 구운 돼지가 살을 쉽게 저밀 수 있도록 등에 칼을 꽂은 채 어슬렁거리고, 익힌 생선이 물 밖으로 뛰쳐나와 발밑에 떨어지는 나라였다.
오늘날 우리는 낙원에 산다. 우리의 문제는 열량이 너무 적은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은 것이다. 코미디언인 크리스 록(Chris Rock, 1965년~)은 "이곳은 역사상 최초로 가난한 사람이 뚱뚱한 사회이다."라고 말했다. 제1세계는 대개 감사하는 마음이 부족하고, 현대의 사회 평론가들은 기아에 쏟을 만한 분노를 비만이라는 신종 유행병에 퍼붓는다.  - P118

경제학자 스티븐 데버루(Stephen Devereux, 1959년~)는 2000년에 쓴 글에서 20세기의 세계 진보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기근에 대한 취약성은 사실상 아프리카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근절되었다. 아시아와 유럽의 고질적인 문제인 기근은 과거의 일이 되어 버린 듯하다. 중국, 러시아, 인도, 방글라데시는 ‘기근의 땅‘이라는 가혹한 꼬리표를 떼어 버렸고, 1970년대 이후로는 에티오피아와 수단만 남았다. (그리고) 흉작과 기근 사이의 연결 고리가 끊어졌다. 최근에 가뭄이나 홍수로 야기된 식량 위기들은 지역과 국제사회 공동의 인도적 대응으로 적절히 해결되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20세기는 식량 부족으로 수많은 사람이 사망한 최후의 세기로 기록될 것이다.‘

이 추세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선진국의 빈곤층을 포함해) 굶주림은 여전히 존재하고, 2011년에는 동아프리카, 2012년에는 사헬, 2016년에는남수단에서 기근이 발생했다. 그밖에도 소말리아, 나이지리아, 예멘이 기근에 가까운 상태를 겪었다. 하지만 수백 년 전에 정기적으로 발생한 대재앙의 수준으로 사람이 죽지는 않았다. - P123

맬서스의 수학은 어디서 잘못된 것일까? 그의 첫 번째 커브를 보자마자 여러분은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무한정 증가할 필요가 없음을 알았을 것이다. 부유해지고 아이가 더 많이 살아남을수록 사람들은 아이를 더 적게 낳기 때문이다. (그림 10.1 참조) 반대로, 기근 때문에 인구 증가가 장기간 꺾이는 것도 아니다. 아이들과 노인들이 대거 사망하는데, 형편이 나아지면 생존자들이 빠르게 인구를 보충한다." 한스 로슬링이 말한 것처럼 "가난한 아이들을 죽게 내버려 두는 방식으로는 인구 증가를막을 수 없다."
그의 두 번째 커브를 보고는, 지식을 응용한다면 얼마 안 되는 땅에서도 거두어들이는 식량의 양을 늘릴 수 있고, 식량 공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 P125

질소는 단백질과 DNA, 엽록소, 그리고 에너지 운반체인 ATP의 주성분이다. 질소 분자는 공기 중에 많지만 둘씩 짝을 지어 붙어 있고(그래서 화학식이 N.다.), 식물이 이용할 수 있도록 분리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1909년에 카를 보슈(Carl Bosch, 1874~1940년)는 프리츠 하버(Fritz Haber, 1868~1934년)가 발명한 반응과 공정을 공업적으로 완성했다. 메테인(메탄)과 수증기를 이용해서 공기중의 질소를 추출한 뒤 이것을 비료로 만드는 대량생산공정이었다. 이로써 질소가 고갈된 토양에 질소를 재주입하는 데 쓰였던 어마어마한 양의 새똥을 비료가 대신하게 되었다. 이 두 화학자는 역사상 가장많은 생명 - 27억 명 - 을 구한 20세기 최고의 과학자이다. - P127

그렇지만 전통적인 환경 운동가 그룹 - 생태작가 스튜어트 브랜드(Stewart Brand, 1938년~)가 "기아에 대해 습관적으로무관심한 이들이라고 칭한 이들은 사람들이 유전자변형작물을 멀리하도록 광적인 반대운동을 벌였다. 선진국의 고급 유기농 식품 애호소비자들은 물론 개발도상국의 가난한 농부들까지도 유전자변형 작물을 취급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먼저 "자연스러움"이라는 신성하지만 무의미한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뒤, 유전자 변형 기술을 "유전자공해" "자연에 대한 농락"으로 매도하고 "생태 농업"을 기반으로한 "진정한 자연 식품을 장려한다. 그런 다음에는 과학에 무지한 대중이 가진 본질주의와 오염에 대한 원초적 직관을 활용한다. 그 결과, 일반인의 절반가량이 일반적인 토마토에는 유전자가 없지만 유전자 조작을거친 토마토에는 유전자가 있고, 식품에 유전자를 주입하면 그것이 음식을 섭취한 사람의 유전체로 흘러들며, 오렌지에 시금치 유전자를 삽입하면 시금치 맛이 난다고 믿는다는 우울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반인의 80퍼센트가 "DNA를 함유한" 모든 식품에 성분 표시 라벨을 붙이게 만드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데 찬성했다. 브랜드는 이렇게 말한다. "감히 말하건대, 환경 운동은 유전 공학에 반대함으로써 우리가 범한 그 어떤 과오보다 더 큰 손해를 끼쳤다. 우리는 사람들을 굶기고, 과학을 방해하고, 자연 환경을 해치고, 현장의 실무자들에게서 결정적인수단을 앗아갔다.""
브랜드가 혹독하게 비판한 이유 중 하나는 어쩌면 최대 혜택을 누렸을지도 모를 일부 국가들이 유전자변형작물에 대한 반대운동 때문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아서였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토양이 척박하고, 강수량 변화가 심하고, 항구와 가항) 하천이 부족한 자연 환경에 계속 시달렸으며, 도로, 철도, 운하의 연결망이 대규모로 개발된 적이 없었다." 모든 농지가 그렇듯 그곳의 토양도 황폐해졌지만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아프리카의 토양에는 화학 비료가 보급되지 않았다. 이미상용화된 동시에 아프리카에 맞게 설계된 유전자 변형 작물들이 무경간 농법(밭을 갈지 않고 도랑에 씨를 심어 농사 짓는 방법. - 옮긴이)과 점적 관개(작은관을 따라서 흐르는 물이 원하는 지점에서 방울방울 배출되도록 하는 관개법. - 옮긴이) 같은 현대식 기술과 함께 도입되었더라면 아프리카는 1차 농업 혁명의 침습적인 농법을 훌쩍 뛰어넘어 농업 증산을 이루었을 것이고, 아직도 남아 있는 영양실조의 문제를 퇴치했을 것이다. - P130

「20세기에 대규모 기근으로 사망한 7000만 명중 80퍼센트는 공산주의 정권이 강제한 집단농장, 징벌적 몰수, 전체주의적 중앙 계획의 희생자였다" 러시아 혁명, 적백내전, 제2차 세계 대전의 여파로 구소련을덮친 기근, 1932년부터 1933년까지 우크라이나에서 이오시프 비사리오노비치 스탈린(Iosif Vissarionovich Stalin, 1879~1953년)이 일으킨 홀로도모르(Holodomor, 대기근), 1958년부터 1961년까지 마오쩌둥(毛澤東 1893-1976년)이 주도한 대약진 운동, 1975년부터 1979년까지 폴 포트(Pol Pot,
1925~1998년)가 강제한 영년(Year Zero) 운동, 1990년대 후반 북한에서 김정일(金正日, 1941~2011년)이 주도한 고난의 행군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 P131

부의 창출創出을 설명해야 할 필요가 다시 한번 모호해지는 경우는 현대사회에서 부를 어떻게 분배해야 하는가에 대한 정치 논쟁이 벌어질 때다. 그런 논쟁들은 애당초 분배할 만한 부가 있다고 전제하기 때문이다. ㅂ경제학자들은 총량 오류(lump fallacy)‘ 혹은 ‘물리적 오류(physical fallacy)‘라는 용어를 쓰면서 한정된 양의 부가 태초부터 마치 금광맥처럼 존재했고 그 후로 줄곧 사람들이 부를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두고 다투어 왔다그 주장한다. 계몽주의의 발명품 중에는 부가 창출되었다는 자각이 포달되어 있다. 부는 주로 지식과 협력을 통해 창출된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관계망을 이루어서 불가능해 보이지만 쓸모 있는 형태로 물질을 배열하고, 그 과정에서 각자의 재주와 노동의 결실을 결합하는 것이다. - P134

 재화, 서비스, 생각이 원활히 돌게끔 하는 제도의 발달이다.
오죽하면 애덤 스미스가 부를 창출하는 원동력으로 꼽았을까. 경제학자 더글러스 세실 노스(Douglass Cecil North, 1920~2015년), 존 조지프 윌리스(John Joseph Wallis), 배리 로버트인가스트(Barry Robert Weingast, 1952년~)는역사 기록과 오늘날의 세계 곳곳을 둘러볼 때 가장 자연스러운 국가 운영 방식 중 하나는 엘리트 계층이 서로 강탈하거나 죽이지 않기로 하는일종의 연고주의(cronyism)였다고 한다. 엘리트층은 그 대가로 영토나 참정권, 특권, 전매권, 세력권을 얻거나 경제의 특정 부문을 장악해서 지대(rent,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볼 때 자원에 대한 독점적 접근으로 얻는 수입)를 받아 먹고살 수 있는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18세기 잉글랜드에서는 이 같은 연고주의가 누구나 타인에게 무엇이든 팔 수 있는 개방 경제로 대체되었고, 상거래는 법규, 재산권 법률적 강제력이 있는 계약, 그리고 은행, 기업, 정부 부처 같은 기관-인맥보다는 신의성실 의무로 운영되는 조직과 제도-의 보호를 받게 되었다. 오늘날 사업을 하는 사람은 시장에새로운 종류의 상품을 들인다든지, 본인이 물건을 더 낮은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면 다른 상인들보다 싸게 판다든지, 나중에 제공할 재화나 서비스를 위해 지금 돈을 받아 둔다든지, 몇 년 동안 수익이 나지 않을 장비나 토지에 돈을 투자해 묻어둘 수가 있다. 우유가 필요할 때 편의점에가면 선반에 1리터짜리 우유가 있고, 그 우유는 희석되거나 상하지 않았으며, 판매 금액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이고, 카드를 한 번 긁고 나면, 서로 만난 적이 없고, 다시는 못 만날 수도 있으며, 우리의 진정한 거래를 증명해 줄 공동의 친구가 없다고 해도 편의점 주인은 내가 우유를 갖고 나가는 것을 허락해 준다. 두서너 집 건너에서 청바지나 전동 드릴컴퓨터, 자동차를 구입할 때도 그렇게 할 수 있다. 이 거래를 비롯해 현대 경제를 구성하는 수많은 익명의 거래가 수월하게 이루어지려면 많은제도가 갖추어져야 한다. - P139

이 논점은 철학자 해리 프랭크퍼트(Harry Frankfurt, 1929년~)가 2015년에 쓴 『불평등에 관하여(On Inequality)』에서 더 의미심장해진다. 프랭크퍼트는 불평등 그 자체는 도덕적으로 반대할 만한 것이 아니며, 반대해야 할 것은 빈곤이라고 주장한다. 사람이 건강하게 오래 살고즐겁게 자극적으로 살 수 있다면, 이웃들이 얼마나 버는지, 집이 얼마나큰지, 차를 몇 대 모는지는 도덕적으로 중요하지 않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도덕성의 관점에서 볼 때 모두가 똑같이 가져야 한다는 것은 중요한문제가 아니다. 도덕적으로 중요한 것은 각자가 충분히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불평등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 불평등을 편협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고르가 어떻게 하면 염소 한 마리를 얻을지 고민하는 대신에 어떻게 하면 보리스의 염소를 죽일지 고민하는 것처럼, 그런 관점은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불평등과 빈곤을 혼동하는 것은 총량 오류, 즉 부는 영양의 사체처럼 유한한 자원이므로 제로섬 방식으로 나누어야 하고, 따라서 더 많이 갖게 된 사람이 있으면 누군가는 반드시 더 적게 갖게 된다는 사고방식에서 비롯되었다. 이미 살펴보았듯이, 부는 그렇지 않다. 산업혁명 이후에 부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이것은 곧 부유한 사람들이 더부유해졌을 때 가난한 사람들도 더 부유해졌음을 의미한다.  - P161

실험참가자나 국민이나 모두 - 더 고된 일을 하는 노동자나 아낌없이 베푸는 도우미, 공정한 복권에 당첨된 운 좋은 사람까지-분배 방법이 공정하다고 느낀다면, 그 결과가 불평등해도 받아들인다는 것을 밝혀냈다. 저자들은 "현재로서는 아이들이나 성인들이 불평등을 회피한다는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결론 내린다. 사람들은 국가가 능력을 중시한다고 느끼는 한 경제적 불평등을 받아들인다. 다만 그렇지 못하다고 느낄 경우에는 분노한다. 사람들의 마음에는 불평등의 존재보다는 불평등의 원인과 관련된 이야기가 더 크게 다가가는 듯 보인다. 정치인들은 복지여왕(welfare queen, 미국의 제40대 대통령 로널드 윌슨 레이건(Ronald Wilson Reagan,
1911~2004년)이 일은 안 하면서 복지 지원금으로 잘 먹고 잘 사는 사람을 공격할 때 썼던용어.-옮긴이), 이민자, 외국인, 은행가, 가끔 소수 민족과 동일시되는 부자 등을 자기 몫보다 더 챙기는 사기꾼이라고 대중을 선동할 때 이 특성을 이용해 먹는다.
- P166

사회가 많은 부를 창출하기 시작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절대적 불평등(가장 부유한 사람과 가장 가난한 사람 간의 차이)이 증가하는 것은 수학적으로 불가피한 현상이다. 이상적인 몫을 나누어 주는 ‘소득 분배청‘이 없는 상황에서는 운이나 능력, 노력 여하에 따라 누군가는 남들보다 새로운 기회를 더 잘 이용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편중된 보상을 받기 때문이다.
상대적 불평등(지니 계수 혹은 소득 점유율로 측정하는 불평등)이 증가하는 것은 수학적으로 필연적이지는 않지만, 가능성이 매우 큰 현상이다. 경제학자 사이먼 스미스 쿠즈네츠(Simon Smith Kuznets, 1901~1985년)의 유명한가설에 따르면, 나라가 부유해지면 국민들은 덜 평등해지는데, 어떤 사람들은 농사일을 그만두고 보수를 더 많이 주는 일을 찾아 농촌을 떠나는 반면에 다른 사람들은 농촌에 남아 가난한 채 살기 때문이다. 하지만결국에는 밀물이 차올라 모든 배를 들어 올린다. 더 많은 사람이 현대경제에 휩쓸리면서 불평등은 감소하고 뒤집힌 U자 모양을 그린다. 시간에 따라 뒤집어진 U자 모양 곡선을 그리게 되는 이 불평등 곡선을 쿠즈네츠 곡선(Kuznets curve)이라고 부른다.24우리는 이미 앞 장에서 나라 간 불평등이 쿠즈네츠 곡선을 그린다는징후들을 보았다. 산업혁명 시기에 유럽 국가들은 증기의 힘을 빌려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일찍 보편적 빈곤에서 벗어나는 위대한 탈출에 성공했다. 디턴의 주장처럼, "더 나은 세계는 차별적인 세계의 조건을 만들고, 탈출은 불평등의 조건을 만든다. 그런 뒤 세계화가 진행되고 부를
창출하는 노하우가 전파되면서 가난한 국가들이 유럽을 따라잡기 시작했고 거대한 수렴을 만들어 냈다. 우리는 아시아 국가의 GDP가 급부상할 때(그림 8.2), 전 세계 소득 분포의 형태가 달팽이에서 쌍봉낙타로, 그러다 단봉낙타로 바뀔 때(그림 8.3), 극빈 상태로 사는 사람의 비율(그림 8.4)과그 수(그림 8.5)가 급감할 때, 세계의 불평등이 감소한다는 징후를 확인한 바 있다. - P169

샤이델의 경고는 장구한 역사에 잘 들어맞는다. 하지만 근대는 그가언급한 기사들보다 좀 더 온화한 방법으로 불평등을 감소시켰다. 이미확인한 바와 같이 시장 경제는 우리가 아는 최고의 전국 빈곤 퇴치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한 나라 안에서 교환할 것이 없는 사람들, 예를 들어 청소년, 노인, 환자, 불운한 사람들, 그리고 남부럽잖게 벌어 먹고살기에는 가진 기술과 노동력의 가치가 떨어지는 사람들을 부양하기에는미흡하다. (달리 말하면, 시장 경제는 평균을 극대화하지만 우리는 분산과 범위도 신경 써야 한다. 나라에서 공감의 범위가 확대되어 가난한 사람들을 포용할)한수록(그리고 사람들이 자기가 가난해질 것에 대비해서 자신을 안전하게 지키고 싶어 할수록) 사람들은 자신들이 모아 둔 자원 - 정부의 재정-의 일부분을 점점 더 많이 빈곤 퇴치에 할당한다. 그 자금은 어딘가에서 나와야 한다.
법인세나 소비세, 국부 펀드에서 나올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주로 누진적 소득세에서 나온다. 누진세를 내야 하는 부유한 사람들이 더 높은 세율로 세금을 내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처럼 그 손실액을 뼈저리게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재분배‘가 이루어지지만, 이 명칭은 다소 부적절하다. 실제로는 최상위층의 부가 줄어들기는 하지만, 그 목표는 최하위층을 끌어올리는 것이지, 최상위층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P174

 소득 불평등을 크게 증가시킨 두 가지 힘에는 어떤 형태로든 소비 불평등을 감소시키는 효과도 있었다. 첫 번째 힘은 세계화이다. 세계화는 소득 면에서 승자와 패자를 양산하지만, 소비 면에서는 거의 모두를 승자로 만든다. 아시아의 공장, 컨테이너선, 효율적인 소매 판매 시스템 덕분에 과거에는 부자들을 위한 사치품이었던 것들이 대중에게 공급된다. (2005년에 경제학자 제이슨 퍼먼(Jason Furman, 1970년~)은 월마트 덕분에 일반적인 미국 가정은 매년 2,300달러를 절약한다고 추정했다.)" 또 다른 힘은 기술 발전이다. 기술은 (8장에서 살펴보았듯이) 소득의 가치를 계속해서 변화시킨다. 인플레이션에 맞추어 아무리 크게 조정한다고 해도, 과거의 1달러보다는 오늘날의 1달러로 훨씬 더 나은 삶을 꾸릴 수 있다. 예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냉장고, 전기, 수세식 변기, 백신, 전화기, 피임 기구, 비행기 탑승권을 살 수 있고, 예전부터 존재했던 것들도 더 나은 것을 살 수 있다. 예를 들어, 교환원이 연결해 주던 공중 전화는 무제한 통화가 가능한 스마트폰으로 바뀌었다.
기술 발전과 세계화가 손을 잡자 적어도 선진국에서는 가난 혹은 빈곤의 말뜻이 변하게 되었다. 과거에 정형화된 빈곤의 이미지는 누더기를걸친 수척한 빈민이었다. 오늘날 가난한 사람은 고용주 못지않게 몸무게가 많이 나가고 똑같이 플리스, 스니커즈, 청바지를 입는다. 가난한 사람은 못 가진 자로 불리고는 했다. 2011년에는 빈곤선 아래에 속하는 미국 가정의 95퍼센트 이상이 전기, 수도, 수세식 화장실, 냉장고, 가스레인지, 컬러 텔레비전을 갖고 있었다. - P188

역사적으로 사회 지출은 계속 증가해왔다. 다음 단계는 보편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 비슷한 것으로 엑소득세가 있다.)이다. 이 개념은 수십년 동안 떠돈 만큼 이제 안착할 때도 되었다." 사회주의의 향기가 나기는 해도 보편 기본 소득 개념은 정치적 우파로 분류되는 경제학자들에를 들어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 1912~2006년), 정치가들(예를 들어 리처드 닉슨)과 관련 주들(예를 들어 알래스카주)이 옹호해 왔고, 오늘날에는 정치 스펙트럼 전반에 있는 분석가들이 주장하고 있는 생각이다. 보편 기본 소득을 도입하기는 결코 쉽지 않지만(재정수지를 어떻게 맞출 것인가, 교육, 노동, 위험 감수와 관련된 동기 부여를 어떻게 할 것인가 같은 문제가 있다.) 그것이 가져올 이익은 무시할 수가 없다. 기본 소득이 생기면 누더기를 이어 붙인 것 같은숨은 복지 제도가 합리적으로 개선될 수 있고, 노동자가 로봇으로 서서히 대체되고 있는 지금의 재앙이 풍요의 뿔로마 신화에 나오는 풍요의 여신 코피아(Copia)가 지닌 물건.-옮긴이)로 바뀔 것이다. 로봇에게는 주로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일이 넘어갈 것이고, 로봇이 제공해 줄 생산성, 안전성의 증대, 여가의 확대 같은 혜택은 널리 공유되는 한에서 사람들에게 이득이 될 것이다. 기본 소득을 시험적으로 도입한 지역에 대한 연구 분석에따르면, 기본 소득이 사람들을 무기력, 무규율 상태에 빠뜨릴 것이라는우려는 필시 과장된 것으로, 시장과 로봇이 넘겨받지 못하는 공공 부문의 일자리는 여전할 테고, 하이테크 자원봉사 (high-tech volunteering)와 효율적 이타주의(effective altruism)를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기회들이 생겨날 것이다." 기본 소득의 실제 효과는 불평등을 줄이는 것이지만, 부수적으로 사람들의 생활 수준을 향상하는 효과, 특히 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의 생활 수준을 높이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 P192

불평등은 빈곤과 다르고, 인류의 번영을 좌우하는 기본 요소도 아니다. 전 세계 각국의 행복감을 비교해 볼 때 불평등은 부의 총량에 비해중요성이 떨어진다. 그리고 불평등의 증가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사희가 보편적 빈곤에서 탈출할 때는 더 불평등해지기 마련이며, 새로운부의 원천이 발견될 때마다 불평등의 물결은 다시 인다. 불평등의 축소가 항상 좋은 것도 아니다. 경제적 불평등을 가장 효과적으로 줄이는 것들은 전염병, 대규모 전쟁, 격렬한 혁명, 국가의 붕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계몽주의 시대부터 시작된 역사의 장기적인 추세는모든 사람의 부가 증가하는 것이었다. 현대 사회는 막대한 부를 생산하는 것 외에도 가난한 사람들의 형편을 향상시키는 일에 그 부를 점점 더많이 할당하고 있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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