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수채화처럼 어렴풋한 느낌이지만 그래도 분명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나는 입으로는 앙앙 울고 귀로는 엄마가 내 엉덩이를 치는 철썩철썩 소리를 들으면서,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는 미풍에실려 긴 대각선으로 내 눈앞을 지나가던 벚꽃잎 하나를 가만히 좇고 있었다. 꽃잎은 매끄럽지 않은 사선을 그리며 한들한들 바닥까지 내려와 마당 모퉁이를 두르고 있던 버드나무의 흰 솜털과 노란송홧가루의 품속으로 파고들더니 오랜 동무라도 만난 듯 함께 구르고, 튀어오르고, 아장거리다가 마침내내 시야를 벗어났다. 모처럼 유람을 떠나는 아씨마님들처럼 유유하고 평안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엉덩이에 감겨드는 맵짠 매질의 아픔은 기억나지 않는데 투명한 햇살 눈앞이 허물어질 듯 아물거리는 아지랑이 속에서 초라하지 않게 추락하던 그 꽃잎의 기억만은 어찌 그리 선명한 것일까. - P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