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스는 그 순간 그걸 느꼈다. 희망과 행복이 공포를 가리는 걸. 공포를 미루는 걸. 앞으로 계속 그럴 수 있을까 궁금했다. 모든 것을 터놓고 아무것도 논의하지 않는 상태로, 결국부모는 근 30년 동안 그렇게 살았다. 여자아이의 죽음은 끔찍한 사고였지만 두 사람의 과거에서 한순간일 뿐이고 서로를사랑하고 새롭고 더 나은 것을 쌓아 올리면서 잊고 지내는 것이었다. 안 될 것 없지 않은가? 그럼 어쩌라고? 영영 그 생각만하라고? 자살이라도 하라고? 그레이스는 심장을 죄던 공포가 가시는 걸 느꼈다. 매일 살다 보면 그런 것은 잊을 수 있었다.
미리엄은 고집스러워 보이지만 과거의 분노는 옅어져 거의 평온했다.
어쩌면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늘 끔찍한 진실을 잊었다. 아니, 적어도 기억하지 않았다. 추한 것들을 생각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이제 숀 매슈스의 얼굴이 또렷이 기억났다. 꾹 다문 입과 깜빡임 없는 눈이 모두가 다 잊을 수는 없었다. 그레이스는 그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숀 매슈스의 말이 옳았다. 그레이스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어쩌면 잊고 넘길 수 있었다.
어쩌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 P288
곧, 그들은 앞으로의 일을 고민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뭐라고 말할지, 무슨 일을 할지, 알고 있는 사실을 안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때까지 그들은 불길을 함께 바라봤다. 열기와 화재를 빙빙 돌며 춤추더니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아이를. - P3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