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은 마지막 순간에 제일 화려하게 피어요. 그리고 이삼일 정도 지나서 바람 불고 비 오면 떨어지죠. 어르신들이 많은 강연에서 제가 끝날 때쯤 가끔 이런 말을 해요. 자기를 벚꽃 다 떨어진 나무라고 생각하고 다니시지 말라고, 지금이 벚꽃 마지막 단계라고 숨넘어가고 죽어갈 때 그때 꽃이 지는 거라고, 60~70 먹었다고 해서 꽃잎진 것처럼 살지 말라고 착각하지 말라고, 지금이 가장 예쁠 때라고 그렇게 말해요. 소비를 많이 안 하니까 자본주의체제에서 이미 죽은 것처럼 취급받는 것뿐이라고요. 당연하죠. 떨어지기 직전의 벚꽃만큼 아름다운 것이 어디 있나요. 바람에도 비에도 애닯게 꽃잎이 흔들리니, 그만큼 이제 타자의 움직임에도 민감하기만 해요. 자신의 고통과 쾌락에만 매몰되는 이기적 개인이 더 이상은 아니죠. 이제 성숙한 거예요. 타자의 고통에도 민감할 수 있으니까요. 곧 지려는 찬란한 벚꽃, 미세한 바람에도 떨리는 벚꽃이 노쇠함과 죽음이 아니라 성숙함과 삶을 살징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예요. - P72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시각적으로 보는 것만이 아니라, 그 존재 자체를 오감을 통해서 만나는 거예요. 오감 중에 하나라도 빠지면, 그건 현실이 아니에요. 인간이 가진 최고의 감각이 촉감이에요.
어머니가 갑자기 병이 들어 누우면, 옆에 다가가서 얼굴도 만져보고 손도 잡아보는 거잖아요. 애완견 동영상 찍어놓고 재생해서 쳐다보는 게 행복인가요? 봐요. 코로나 상황에서 카카오나 네이버가 포스트 코로나, 새로운 시대를 얘기하는 것은 자기네 시장에 들어와서 자기네 콘텐츠를 구입하라는 얘기인 거예요. 사람들이 거기에 휘둘리고 따라가고 있는 거죠. 권력에 대해서, 자본주의체제에 대해서 문제를 삼아야 되고, 경고를 해야 할 지식인들도 마찬가지예요. - P84

서구권이 개인주의 문화가 강하다고 보는 것은 동아시아의 피상적인 시각이에요. 서구 사회가 개인주의적이기도 하지만, 지역성도 강해요. 그래서 지역을 기반으로 프로축구 리그가 발달한 거예요.
바이에른 뮌헨, 맨체스터, 바르셀로나, 굉장히 지역성이 강해요. 상대적으로 개인주의는 자본주의로 인해서 발달하게 된 거예요. 자본주의가 쾌락과 불쾌, 혹은 이익과 손해를 계산하는 기계적인 개인을양산했어요. 아직도 공동체와 지역성에 사로잡혀 있던 동아시아 사람들의 눈에는 서구인들의 개인주의가 부각되었던 거예요. 그러나그 개인주의는 자본주의의 산물이니, 동아시아 사람들이 본 것은 사실 서구에서 발달한 자본주의라는 생경한 체제였던 거죠. - P87

 그런 전통적 의미의 노동자들은 그대로 있는데, 스마트폰이라는 플랫폼에 들어오기 힘든 이런 노동들은 점점 우리 눈에 띄지 않아요.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서 자본은 더 노동을 착취하고, 그 결과가 잔혹한 산업재해 사고죠. 스마트폰이라는 단말기가 묘수예요. 생산 현장이나 노동 현장을 증발시키고 소비 현장만을 부각시킬 수 있으니까요. 극단적으로 말해서 스마트폰은 우리 몸에 이식된 체제의 칩chip과도 같아요. 이 칩을 거치지 않고는 세계와 접속할 수 없게 된 거예요. 결국 국가나 자본이 검열한 정보는 우리에게 들어오지 않죠. 이처럼 스마트폰은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우리에게 안겨주기보다는 체제가 보았으면 하는 검열된 세상만을 보여줘요.
무서운 일이죠. - P93

이기적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교환하는 것이 자본주의적교환이라면, 이타적 개인 혹은 사랑에 빠진 개인이 타인의 행복을위해 교환하는 것이 사랑의 교환이자 공동체적 교환이에요. 그런데 어느 사이엔가 공동체가 거래 관계가 되어버리면 교환이 동등하지않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혼자 살 때보다 같이 살 때가 힘들고 이득이 안 된다고 생각되면 같이 살 필요가 없는 거죠. 아이가 생기면 생활이 더 힘들어지는데 아이를 낳을 필요가 없는 거죠. 그러니까자본주의가 가족공동체와 지역공동체를 와해시킨 거예요. 가족 구성원을 자본주의적 인간형으로 만들어버리니까 공동체를 유지하지못하는 거죠. 사랑의 관계를 맺게 되면 나한테 한 사람이 더해지고,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어 주게 되잖아요. 이것을 자신에게 손해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러니 취업도 힘든 요새 젊은이들은 결혼도 피하고, 결혼을 했어도 출산을 피하는 거예요. 자본주의적 인간으로 길러졌기 때문이죠. 자본주의가 발달한 국가일수록 사회가 고령화되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자신만 생각하는 자본주의적 개인이 어떻게 가족이나 공동체를 만들려고 하겠어요. 우울하고 슬픈 일이죠.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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