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러한 질문을 하는 학생들에게 "그것은 지혜를 얻기 위해서가 아닐까?"라고 대답할 것이다. 즉 공부하는 과정에서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살아가는 데 있어 대단히 중요한 지혜라는 것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이 지혜가 만들어지는 한 공부한 것을 잊어버린다고 하더라도 그 가치는 여전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배우는 것은 낭비가 아니다. 그러므로 많이 배우고 많이 잊어버리고, 다시 많이 배우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 도대체 지혜라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대단히 애매하기 때문에 쉽게 분석하기는 힘들지만 인간의 어디에서 만들어지는가는 확실하다. 지혜는 두뇌에서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지혜가 두뇌의 구조와 어떤 관계가 있으리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인간 두뇌의 특성을 밝히기 위해서는 원숭이 같은 동물의 두뇌보다는 컴퓨터나 로봇과 비교하는 것이 쉽고 빠를 것이다.
앞에서 내가 잊어버린다는 것은 컴퓨터나 로봇에는 없는 인간특유의 능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은 정확한 표현이라고 할수 없다. 인간의 두뇌는 1백40억 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고 과거에 일어난 일이나 습득한 지식을 그 속에 축적하고 있다. 다만컴퓨터는 기억한 것을 자유자재로 100 퍼센트 끄집어낼 수 있는데 비하여 인간의 두뇌는 기억한 것의 극히 일부분밖에 끄집어내지 못한다. 그러나 뇌에 수많은 정보를 축적하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따라서 사람은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뇌에 축적한 후에 끄집어내지 못할 뿐‘이라고 하는 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이것을 나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여유‘라고 생각한다. 이 경우의 ‘여유‘는 수학적인 의미로서의 ‘여유‘다. 즉 ‘바로 꺼내 쓸수 있는‘ 정보는 얼마 되지 않지만 방대한 양의 정보가 ‘바로 꺼내 쓸 수 없는 형태‘로 뇌에 축적되어 있는 것이다. 전자에 대한 후자의 비율의 크기를 ‘여유‘라고 부른다. - P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