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계속 오르면, 사람들은 다가올 미래를 신뢰하지않는다. 즉, 지금 1달러의 가치는 내년에 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떨어지게 마련이다. 나는 이런 논의를 토대로 ‘부크홀츠 가설 Buchholz Hypothesis‘이라고 하는 한 가지 가설을 세웠다. 이것은 금리가 오르면 미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범죄 발생 건수가 더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대공황 기간 동안 명목 금리가 떨어졌는데, 이것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였음에도 범죄율이 왜 떨어졌는지 그 미스터리를 설명해준다. 1960년대와 1970년대 내내 금리가 꾸준히 상승했는데, 흥미로운 것은 이 당시에 범죄율도 덩달아 상승했다. 특히 금리가 가장 많이 올랐던 1980년에 폭력 범죄 역시 최고조를 보였다. 그리고 잠시 주춤하던 금리가 1980년대 후반 다시 오르자 범죄율 역시 같이 상승했다. 1990년대, 금리가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폭력적인 범죄 역시 발생 건수가 줄어들었는데, 이 당시 범죄율과 금리는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였다. 물론 금리가 범죄율에 영향을 미치는 유일한 요소는 아니다. 인구 통계, 경찰 업무, 실형률punishment rates 등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사회가 잠재적인 범죄자들에게 내일은 중요치 않다는 신호를 보낼때,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사람들이 범죄를 통해 당장의 이익을 취하려고 하는 것도 어찌 보면 전혀 이상할 것도 없다. - P389
한 가지 더 예를 들어보자. 마약 밀매 문제를 연구 조사하는 경제학자들은 이런 불법 행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잘못된 정부 정책을 비판한다. 지난 20년 동안, 연방 정부는 마약의 원료가 되는 양귀비 같은 작물을 강제로 불태우고, 국경 검문검색 강화를 통해 마약 공급을 근절하고자 부단히 노력해 왔다. 비록 마약단속국Drug EnforcementAdministration 이 매년 수 톤에 달하는 마약을 단속해 압수하고 있지만, 여러 이유에서 공급 측면에 초점을 둔 단속은 별로 효과적인 것 같지 않다. 첫째, 코카인 같은 마약은 세계 도처에서 쉽게 재배가 가능한 식물들에서 추출된다. 따라서 재배 지역을 모두 불태우거나 감시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둘째, 도심 뒷골목에서 거래되는 코카인의 가격은 국경을 몰래 통과하는 비용의 10배를 상회한다. 이미 마약은 시장에서 높은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정부가 가격 상승을 통해 수요를 떨어뜨릴 목적에서 마이애미 항구의 검문검색을 강화한다고 한들 시카고 뒷골목에서 은밀히 거래되는 코카인의 가격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 셋째, 비록 단속 강화 또는 재배 지역을 불태우는 등의 조치로 인해 암흑가에서 비밀리에 거래되는 마약의 가격이 상승할 수도 있지만, 마약 상습 복용자나 중독자는 사실 가격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앨프리드 마셜의 용어를 빌려 표현하면, 이들은 비탄력적인 수요 행태를 보인다. 오히려 마약의 가격이 오르면 그들은 마약을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버젓이 강도짓을 일삼을 수도 있다. 특히 갓 마약에 맛을 들인 복용자는 높은 마약 가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또는 최소한 비기기라도 하기 위해 연방 정부와 주 정부는 공급 측면보다는 수요 측면에 초점을 두어야한다. 이것은 마약 상습복용자들에게 단죄를 내리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그들은 마약 가격에는 크게 상관하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감옥에서 보낼 지루한 나날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 P390
경제학이 다루는 분야는 가격, 이윤, 지대, 비용 등에 한정되지 않는다. 법, 도덕, 유행, 철학 등도 모두 경제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들 분야는 경제학을 뒷받침할 수도 있고, 또는 그것의 정체성에 손상을 줄수도 있다. 소스타인 베블런과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경제학의 정의 또는 범위를 확장했고, 동료들이 더 넓은 사회 현상에 눈을 뜨도록 촉구했다. 경제학은 앨프리드 마셜이 생각했던 것만큼 쉬운 학문이 아니다 - P397
케인스주의자 Keynesian 란 어떤 사람을 의미할까? 다음 두 가지 기본명제를 따르는 사람을 말한다. 1. 민간 경제 private economy 는 완전 고용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2. 정부 지출은 경제를 자극해 완전 고용과 불완전 고용의 틈을 메울수 있다. - P402
그렇다면 정통파 바보 멍청이들이 세이의 법칙에서 간과한 것은 무엇일까? 그들은 세이의 법칙에서 가정하는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경제의 주기적인 흐름에서 뭔가 중요한 누수가 있다는 것을 간과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그들은 가계저축을 간과했다. 그렇다면 왜 가계 저축이 중요한가? 세이의 법칙대로라면, 상품 생산은 생산자와 공급업자에게 소득을 발생시킨다. 그리고 생산자와 공급업자, 즉 소비자들은 이렇게 벌어들인 소득을 그 상품을 구입하는 데 모두 지출한다. 그런데 그들이 벌어들인 소득의 일부를 지출하지 않고 저축한다면? 생산된 상품은 전부 판매되지 않고 창고에 쌓여갈 것이다. 케인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 P416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고전파 경제학에 대해 양면 공격을 시작했다. 첫째, 그는 저축과 투자가 자동적으로 연결된다고 보지 않았다. 가계와 기업은 완전히 다른 이유에서 저축하고 투자한다. 가계는 습관적으로또는 자동차 구입이나 노후 대비 같은 특별한 목적을 위해 저축할 것이다. 반면 기업은 정치 상황, 확신, 기술, 환율, 또는 어느 팀이 프로야구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할 지에 따라 투자 계획을 바꿀 것이다. 이렇게 저축과 투자 목적이 다른 가계와 기업이 이자율 하나로 서로 조화를 이루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만일 가계 저축이 기업의 투자를 초과하면, 상품의 공급과잉현상이 나타날 것이고, 기업은 이에 맞서 우선적으로 종업원들을 해고할 것이다. 그 결과 소비는 더욱 위축된다. 1997년과 1998년에 일본의 가계는 중앙은행이 단기 대출 금리를 0.5퍼센트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출을 줄였다. 소득이 줄어들면, 저축은 투자 수준에 맞춰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완전 고용 상태에서는 반드시 그렇게 되지 않는다. - P419
둘째, 케인스는 유동적이고 가변적인 임금과 물가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물가가 상품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항상적정 수준에서 오르락내리락 할 것이라고 말하는 정치가들이 있다면,
이것이 케인스의 유효수요이론이다. 유효수요란 실제로 물건을 살 수 있는 돈을 갖고 물건을 구매하려는 욕구, 즉 확실한 구매력이 뒷받침되는 수요를 말한다. 반대로, 구매력에관계없이 물건을 구입하고자 하는 것을 절대적 수요라고 한다. 또, 돈이 있어도 물자 통제때문에 물건을 손에 넣을 수 없다거나 가격이 비싸서 손을 댈 수 없지만 가격이 내려가면 구매하겠다거나, 소득이 증가하면 구매하겠다는 등 어떤 사정으로 표면에 나타나지 않은수요를 잠재 수요라 한다. 케인스의 유효수요이론은 그의 고용 이론의 기본으로 다음과같다. 첫째, 총고용량은 총유효수요에 의해 결정된다. 실업은 총유효수요의 부족 때문이다. 둘째, 고용이 증가하면 소득이 증가하고,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도 증가하지만 소비가 증가하는 액은 소득이 증가하는 액보다 적다. 그러므로 고용의 증가를 유지하는 데 충분한수요를 갖기 위해서는 소득과 그 소득에서 지출되는 소비와의 차액을 메우기 위한 신(투자의 증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P421
그럼, 모델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완전 고용에 도달한 건강한 경제를 달성하려면, 가계는 충분히 소비해야 하고, 기업은 상품의 생산과 판매가 균형을 이루도록 충분히 투자를 해야 한다. 만약 사람들이 소득의 전부를 소비한다면(이 경우 한계소비성향MPC=1이 된다), 세이의 법칙에 의해 경제는 완전 고용에 도달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소득의 일부를 저축하기 때문에 기업 투자가 이 부족한 부분을 메워야 한다. 이론적으로 볼 때, 사람들이 저축한 만큼 소비는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생산이 판매를 초과할 것이고, 재고가 늘어날 것이며, 결국 고용주들은 종업원들을 해고할 것이다. 저축이 경기 침체의 주범으로 몰리는 순간이다. - P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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