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이해해줘. 노력해봐." 하비에르가 말했다.
지난주 세바스티안의 폴더에서 하비에르의 사진을 발견했을 때 리디아는 정말로 고통스러워서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살면서 그렇게 깊고 진정한 우정을 쌓은 적이 별로 없었다. 그런 애착 관계를 잃는다고 생각하니 슬펐다. 하지만 하비에르가 계산대 맞은편에 앉아 그녀의 손을 꽉 잡은 지금, 둘 사이에서 그 이야기가 오가고 사실로 확인된 지금, 리디아에게 남은 것은 부검뿐이었다. 그를 향한 애정은 이미 새어나가고 있었다. 그 애정이 유령처럼 희미하고 생기 없이 아직 책방에 남아 있는 게 느껴졌지만 이제 그녀의가슴에서는 느껴지지 않았다. 애정은 사라지고 걸러졌다. 사체에서 피가 빠지듯이. 하비에르가 그녀의 손가락을 꽉 쥐었을 때 리디아는 희미한 포르말린 냄새를 맡았다. 하비에르가 슬픈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을 때는 그의 안경에 튄 핏방울이 보였다. - P129